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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정 Feb 03. 2025

카지노 쿠폰, 주말에 뭐 해?

저마다의 역사

초밥: 카지노 쿠폰, 주말에 뭐 해?

나: 원하는 거 있어? 그냥 말해.

초밥: 왜 이렇게 예민해? 윤서랑 우리 집에서 자도 되나 해서.

나: 그것 봐. 원하는 거 있잖아.

초밥: 그래서 안돼?

나: 아니, 돼. 근데 카지노 쿠폰에 뭐 하냐고 물을 때는 보통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뜻이잖아.

초밥: 그렇긴 하지.

나: 근데 넌 아니잖아. 내가 방해물이 되는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잖아. 나는 여인숙 주인일 뿐이잖아.

초밥: 크크크. 왜 또 비약하고 그래. 윤서랑 토요일에 갈게. 근데 카지노 쿠폰 일요일에 뭐 해?

나: 새벽에 산에 갈 거야. 안심해.


요즘 초밥이와 하는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초밥이는 어떤 요구가 있을 때만 나한테 말을 건다. 내가 처음부터 예민하게 반응하고 비약했던 게 아니다.“카지노 쿠폰, 주말에 뭐 해?”같은 질문에 낚여서 뭘 같이 하자는 건가 기대했다가 몇 번 실망을 한 뒤로 마음에 자물쇠를 채웠다. 나는 초밥이의 목적을 달성시키는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초밥이는 오랜만에 집에 와서도 수행평가 과제와 시험 공부하느라 못 잤다면서 방문을 닫아걸고 내내 잠만 잔다. 내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먹고 자고, 간식을 먹으라고 부르면 먹고 좀 앉아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나는 초밥이를 전주에 데려다준다. 한 번은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서 은파호수공원에 들렀다 가자고 해봤다.


초밥: 오늘은 많이 놀았으니까 그냥 가자.


그날 아침에 집 주변 산책로를 진짜 조금 아주 조금 걸은 걸 두고 많이 놀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함께 산책했을 때 글에 써서 일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빅이벤트입니다)


나: 많이 놀았는지 아닌지 네가 왜 판단하는데! 나는 덜 놀았거든!


내 감정을 대신 판단하는 화법. 가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지, 안 가는 것보다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싫다며 건수를 잡은 김에 마구 화를 냈다. 초밥이는 당연히 어이없어했다.


이 화법의 원조는 우리 어머니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 이상하게 억울하면서 가슴에 떡이 걸린 것처럼 답답했는데, 그 이유를 모르고 살다가 카지노 쿠폰가 작고 동글동글했던초밥이한테 말하는 걸 보고 알게 되었다.


“인자 마이 먹었다, 그쟈? 그만 먹어야 되겠다, 그쟈?”


이걸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 불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얘가 많이 먹었는지 아닌지 카지노 쿠폰가 어떻게 아는데요. 얘는 더 먹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야가 뭐라카노. (초밥이를 향해) 인자 잠 온다 그쟈? 드가가 자자.”

“잠이 오는지카지노 쿠폰가 왜 판단하냐고요. 초밥아, 잠 안 온다고 말해, 너는 잠 안오잖아,자기 싫다고 말해, 말하라고!”

“싱거운 소리 하지 말고 드가가 자라.”


영원히 묻혀있을 뻔한 진실이 드러난그날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랬던 내가 초밥이한테“오늘 많이 놀았으니까 그냥 가자”는 말을 들었느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겠는가. 이런 사소한 일이 사람 분통 터지게 하는 법이다. 어릴 때는 엄마한테 듣고, 나이 들어서는 딸한테 들으니까 이건 무슨운명 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과거를 회상하는 사이 옆에서초밥이가 중얼거렸다.


"카지노 쿠폰가 피곤하다고 계속 잔 적이 있는데, 깨우면 화낼 것 같아서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기다렸어."


작고 동글동글했던 초밥이의 역사였다.

카지노 쿠폰나 없이는 이렇게 잼나게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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