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영남알프스에 갔다. 대간, 정맥, 기맥 종주가 아니어서 긴장을 풀었다. 가끔 우리 팀이 지나가면서 “카지노 게임 여유 있게 와요.”한 마디씩 해서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억새도 많고 사람도 많고, 북적거리는 분위기 속에 데크가 나올 때마다 배낭을 내려놓고 새파란 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금빛 억새 물결을 바라보았다.
산악마라톤대회가 있어서 등에 번호표를 단 선수들과 진행요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진행요원은 선수가 지나갈 때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쉬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뭔가를 해내려는 사람과 응원하는 사람의 모습이 멋졌다. (그 아저씨 외모도 훌륭했다)
걸어도 힘든 산을 왜 뛰냐, 그런 질문은 필요 없었다. 그늘 한 점 없는 억새평원을 반바지, 나시 차림으로 달리느라 팔과 허벅지가 벌겋게 달아올라도 오직 뛰는 것만이 전부인 순간이 반짝였으니까.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뛰다 보면 이유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지만, 함께 뛰는 사람과 도와주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거다.
배내고개에서 시작해서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가는 코스였는데, 마지막 봉인 영축산에서 희남이 삼촌을 만난 게 화근이었다. 원래 코스는 배내 산장으로 6.5킬로미터를 가는 코스였는데, 대부분 회원들은 그보다 짧은 5킬로미터 지름길로 내려갔다. 나야 고민할 것도 없이 지름길로 가려고 했는데 삼촌이 키로수 채워야지, 하면서 원래 코스로 가자고 카지노 게임. 4년 전에 혼자 갔던 길을 가보고 싶다는 쓸데없는 욕망이 나를 희남이 삼촌 뒤를 따라가게 카지노 게임.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봉을 오르고 내리다 나는 삼촌을 따라가서 한 번도 편했던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갈림길이 나왔고 어디에 있었는지 윤진 씨가 나타나 자기는 샛길로 갈 건데 나한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카지노 게임 이상하게 선택을 많이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윤진 씨를 따라갔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길이 없어지더니 나무와 덩굴을 헤치고 계곡의 큰 바위들을 오르고 내렸다. 한 시간을 내려갔지만 길은 나오지 않았고 트랭글 지도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카지노 게임 씨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어쩐지 길을 잃은 것 같았다. 4시가 넘자 해는 저물기 시작했고 산악회 회원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스쳤다.
“잠깐 기다려보세요. 위에 길이 있나 볼게요.”
카지노 게임 씨가 바위를 타고 올라가더니 소리쳤다.
“여기 길 있어요.”
한 시간을 계곡을 치고 오다가 흙길을 밟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살 것 같았다. 길을 찾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다리에 힘은 빠지고 길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게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아,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등산이여.
드디어 끝이다 싶었는데 철조망이 앞을 막았다. 옆에 사유지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나와 공주 양반은 철조망이 없는 담을 넘었고 카지노 게임 씨는 담이 이어지는 곳 끝까지 가서 나왔다.
담을 넘고 보니 캠핑장이었다. 캠핑장 입구에 한 아저씨가 지키고 있었다.
“지금 세 분은 사유지에 침입하셨습니다. 경고판을 보셨을 텐데요.”
아저씨는 당장 검거라도 할 것처럼 말카지노 게임. 우리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길을 잃어서 한참 헤매다가 왔어요. 죄송해요.”
내가 사정하자 아저씨는 나가라는 고갯짓을 카지노 게임.
그래도 끝이 아니었다. 도로 1킬로미터를 가야 했는데 눈앞에 택시가 지나갔다. 택시! 스틱을 휘저으며 뒤에서 소리를 질렀지만 택시는 야속한 연인처럼 사라졌다. 캠핑장 아저씨와 실랑이만 안 했어도 탈 수 있었는데.
곧이어 앞자리에 남자 두 명이 있는승용차 한 대가 나타났다. 내가 차를 세웠다.
“죄송하지만 길 끝에까지만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내가 부르자 공주 양반님은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왔는데 카지노 게임 씨는 또 안 타겠단다. 그러면서 막 도망가는 거다. 대체 왜 저러는 건지. 차에 타서 창밖으로 타라고 부르는데도 카지노 게임 씨는 내처 달렸다. 내가 무슨 기권을 강요하는 코치 같고 카지노 게임 씨는 완주의 의지를 불태우는 마라토너 같았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 회원들 앞으로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섰다. 내가 내리자 힘들어서 다 죽어가는 모습을 기대한 회원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히치하이킹했어요.”
“푸하하. 근데 한 명은?”
내가 뒤쪽을 바라보자 카지노 게임 씨가 달려오고 있었다. 피니쉬 라인을 밟는 마라토너의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