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열한 사랑의 기록
2024년 12월, 팝업으로 가득한 성수동에 특별한 전시가 열렸어요. 전시 제목은 <Echo: 일기 같이 쓰는 사이. ‘무료 카지노 게임 쓰기’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전시에는 27명의 양육자가 작성한 수필집, 카툰북, 사진집,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기록물이 모였는데요. 누군가의 엄마, 아빠로 불리는 사람들이 내밀한 일기를 한자리에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12월 13일,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한 네 분을 성수동에서 만나 이 전시를 어떻게 열게 됐는지, 어쩌다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같이 쓰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손현(이하 생략): 이번 전시에 다녀가신 분들 중 아직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분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런 분들까지 전시를 보러 온 이유가 궁금해요.
김란(이하 란): 밑미*에서 운영 중인 리추얼 중 ‘무료 카지노 게임 쓰기’를 특히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가끔 리추얼 메이커**끼리 만나면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라고 묻곤 했거든요. 저희 리추얼로서는 첫 전시이니 많이들 보러 오신 것 같아요.
장에스더(이하 에스더): 심지어 이 리추얼은 아무나 할 수 없잖아요. 준비물이 아이라서요. (웃음)
* ‘진짜 나(true self)’를 찾고 만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마음성장 플랫폼. 무료 카지노 게임, 글쓰기,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주제의 리추얼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글: 손하빈 대표의 창업기)
** 각 리추얼을 이끄는 사람을 밑미에서는 ‘리추얼 메이커’라고 부른다. (참고: 밑미의 리추얼 가이드)
전시장 사진으로 화제가 된인스타그램 게시물도 발견했어요.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반응도 있나요?
란: 우선 기대와 달라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아이의 성장만 기록하거나, 아이 사진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의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으니까요. 어느 미혼(또는 비혼) 남성은 전시를 보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면서 스스로를 찾고 싶고, 계속 성장하려는 사람들의 기록 같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딩크 커플인 A도 다녀갔는데 “세상이 약간 확장된 기분”이라고 표현했고요.
전시에 앞서 이 모임 소개부터 부탁드려야겠군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인가요?
란: 무료 카지노 게임의 기쁨과 슬픔을 다 함께 나누는 장이라고나 할까요. 매일매일 숨 가빴던 하루 중 나만의 시간을 최소 10분이라도 확보해 그날 아이와 있었던 일이나 아이와 함께하며 느낀 감정을 적고,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리추얼 멤버들만 볼 수 있는 밑미 웹사이트에서 인증해요. 리추얼은 3주 단위로 진행되고요.
이 리추얼은 제가 시작했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휴직과 복직을 거치면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잠시 중단되기도 했었죠. 란 님이 바통을 이어받고 훨씬 잘 운영하고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어느덧 2년 넘게 꾸준히 리추얼을 함께 하는 분들도 제법 늘었고요.
란: 밑미의 브랜드 슬로건이자 사이트 주소가 ‘nice to meet me’잖아요. 그 문장을 좋아해요. 역설적으로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것 중 무료 카지노 게임처럼 나를 잃어버리기 쉬운, 산산이 부서지는 일이 없더군요. 회사는 퇴사라도 할 수 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는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잖아요. 그래서 밑미에서 이 리추얼이 꾸준히 잘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잃어버린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오늘까지도 우리는 매일 일기를 쓴다. 나 자신에 대한 애정으로 남기는 페이지를 매일 쌓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테다. 지금은 비록 한 장 차이일지라도 세월이 쌓이면 엄청난 역사가 되겠지. 아니면 또 어떠랴. 우리가 무언가를 정성껏 함께 하는 것 자체로 행복한데.
— 박솔미, 《겨울 마침표》(북스톤), p.111
이번 전시는 지난 2년 반 동안 ‘무료 카지노 게임 쓰기’라는 리추얼을 통해 축적해 온 끈끈한 연대를 세상에 공개한 자리이기도 해요.
란: 보통 사람의 매우 평범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돌이켜보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어떤 구체적인 모습을 접한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전에도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겠지만, 제가 관심이 없어서 몰랐겠죠? ‘왜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보거나 들으려 하지 않았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주로 힘들고 괴롭다는 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여성이 주양육자의 의무를 전담하며 일방적으로 희생해오기도 했고요.
란: 제가 출산과 무료 카지노 게임를 결심하기 전까지 그저 남의 일처럼 여기고 싶은 상태가 길었어요. 이 상황에 들어와 보니 마냥 힘들기만 한 건 아니더라고요. 힘든 와중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요. 모르면 괜히 더 불안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니까 불안함이 많이 사라지더군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이런 모습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양육자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은근히 없기도 했고요.
전시를 준비하는 네 분께서 자체적으로 워크숍을 열고, 번갈아가며 매일 밤 온라인 작업실을 운영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엿봤달까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했나요?
란: 저를 포함하여 다혜 님, 에스더 님, 찬미 님까지 총 4명이 TF로 모였어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과정이 오르막길처럼 보여 TF 이름을 ‘팀 오르막길’로 정했고요. (웃음) 제가 이런저런 일을 벌이면, 에스더 님이 모든 자료들을 정리하고 디자인까지 마무리해 주셨어요. 다혜 님은 전시에 참가한 분들의 일정과 마감 관리를, 찬미 님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았고요.
제목은 어떻게 정했어요?
란: ‘우리 모두 아이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여정’, ‘전쟁 같은 사랑’, ‘끝과 시작’, ‘오르막길’ 등 여러 후보들이 있었어요. ‘지속가능한 무료 카지노 게임’ 같은 건조한 스타일이 있는 반면 ‘이토록 치열한 사랑의 기록’ 같은 감성적인 아이디어도 나왔고요. 1) 전시 주제를 묶을 수 있는 하나의 단어를 찾자. 2) 그런 키워드 중 우리 마음에 드는 걸로 정하기로 했어요.
또 어떤 키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란: replay, raw data, reflection, new neighborhood, bonding, nest, chronicle 등에서 고민하다가 일기를 같이 쓰는 공동체의 특징을 보여주기엔 모두 아쉽다는 의견이었죠. 그러다 ‘echo’가 나왔어요. 일기 쓰면서 “뇌가 공유되고 있다”는 농담을 자주 했거든요. 별 거 아닌 일에도 다른 사람이 쓴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 생각이 나서 혼자 피식 웃기도 해요. 같이 일기를 쓰고 댓글을 달면서 나도 모르게 공명이 커지고 영향을 주고받는 느낌을 담기에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부제를 달아 <Echo: 일기 같이 쓰는 사이가 전시 제목이 됐죠.
다른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읽다가 제 무료 카지노 게임의 힌트를 얻거나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어요.
란: 끈끈하게 연결된 느낌이죠.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같이 쓰다 보면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쁜 일, 슬픈 일, 배우자 때문에 속상한 일 등 자세히 알게 되잖아요.
전시 구성도 다채로워요. ‘함께 자라는 우리’, ‘문장 모음’, ‘낱장전’ 등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에스더: 비록 사적인 기록물을 전시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일기 같이 쓰는 사이’잖아요. 일기를 같이 쓰면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코너를 고민했어요. 리추얼을 진행하는 동안 거의 매달 오프라인으로 모여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도 했는데요. ‘함께 자라는 우리’는 그런 궤적을 보여주는 코너예요. 지난 1년간 함께하며, 아이뿐 아니라 양육자도 자란다는 의도를 담은 온·오프라인의 기록이죠.
란: 에스더 님이 전시 소개 글을 준비하면서 ‘이 시대의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 ‘새로운 형태의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라고 언급했는데요. 그 표현이 와닿더라고요. 예전과 달리 옆집 또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해서 마냥 친구가 되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서로 떨어져 있고 외국에 있어도 결이 맞으면 더 연결될 수 있고요. 의지만 있다면, 거리가 멀어도 얼마든지 아이를 같이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요.
선다혜(이하 다혜): ‘문장 모음’은 참여자들의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에서 발췌한 하이라이트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지난 1년 동안 밑미에 올라온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 댓글까지 일일이 다 읽어보고 그중 주제를 세분화해서 40개 정도를 모았어요.
양이 제법 방대했을 것 같아요.
다혜: 마지막까지 추린 문장들을 보면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고찰이 많이 보여요. 여담이지만 나, 아이, 가족이란 주제 별로 색깔을 나눴답니다. 나와 우리, 내 아이뿐 아니라 주변 사회까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게 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의도를 전하고 싶었어요.
에스더: ‘낱장전’은 관람객이 전시된 일기 한 편에 밑줄을 긋고 소감을 남길 수 있는 참여형 코너예요. 단순히 기록을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과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어요.
27명의 무료 카지노 게임 중 하나씩 골라 소개해 주세요.
란: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불가사리 님의 <이나치카 산책일기요. 이국적인 여행 에세이라서 아이가 없는 전시 관람객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기도 했거든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언젠가 모스크바로 여행을 가서, 그 일기에 등장하는 장소에 가 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에스더: 홍연길 님의 <주간성장기록은 무료 카지노 게임휴직의 정석이랄까요. 무료 카지노 게임휴직의 최대 아웃풋이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라는 걸 증명하고 있어서 꼭 소개하고 싶어요. 게다가 아빠의 무료 카지노 게임휴직 경험은 평소 접하기가 어려워 더 귀하거든요. 다만 단점도 있어요. 홍연길 님이 글을 잘 쓰셔서 동기부여가 되기보다는, 읽는 동안 움츠러들 수도 있답니다.
강찬미(이하 찬미): 저는 윤아 님의 <해인이라는 바다를 소개하고 싶어요. 해인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아이를 맞이했는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어떻게 묵묵히 이겨냈는지 등… 윤아 님의 일기를 읽어 내려가면 엄마의 사랑과 위대함이 자연스레 느껴져요.
다혜: 잼잼 님의 <다섯 살 혀기의 18가지 용기요. 잼잼 님은 평소에도 일기를 길게, 자주 쓰는 편이라 에세이를 엮어 책으로 만들 줄 알았는데 마침 둘째를 임신 중이라 시간을 많이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제가 “그럼 사진이라도 추려서 내보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지혁이의 다섯 살 때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추렸고 ‘18가지 용기’라는 멋진 제목을 붙여 엽서북으로 만들었어요. 이 엽서북을 보면 먼 훗날에도 지혁이가 용감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서 제가 다 흐뭇하고 뿌듯하더라고요.
설현 님의 일기 <다정다감 설현이네도 떠오르네요. 부제가 ‘엄마가 주인공인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였는데, 그 표현이 오히려 건강하게 느껴져서 좋더군요.
에스더: 제가 서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초반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해요. 자연인인 나와 엄마가 되어가는 나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과 불안이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에 모두 녹아 있거든요.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쓰면서 스스로 경험한 변화나 에피소드도 있나요?
에스더: 부모가 된 이상,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관계에서 비롯한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겪었던 적이 있어요. 그렇다고 내가 아이에게 지금 내 마음대로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죽을 때까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차라리 그 간극을 줄이는 게 스스로를 살리는 방법이겠다 싶어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꾸준히 쓰던 기억이 나요. 제가 서진이에게 늘 말하고 바라는 것처럼,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 거죠. 짜증 내지 않고,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져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해보는 사람이요.
란: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꾸준히, 같이 쓰고 읽으면서 스스로의 변화를 실감해요. 현재의 나는 양육자가 되기 전의 나보다 훨씬 다정하고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감히 표현해 봅니다. 지난 4월, (종교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제게는 큰 변화라서 그걸 용기 내어 일기로 썼는데당시 리추얼 멤버들께서 이달의 일기*로 꼽아주셨어요.
* 무료 카지노 게임 쓰기 리추얼에서는 매달을 마무리하는 회고 미팅을 진행한다. 준비물은 ‘이달의 일기’. 자신이 쓴 일기 중 하나, 다른 멤버의 일기 중 하나를 각각 선택해서 공유한다.
찬미: 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게 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더 성숙해졌어요. 여러모로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에요. 예전에 쓴 일기에 이런 구절이 떠올라요. “우리는 서로 다른 부분을 맞춰 줄 힘이 없을 때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니 잘 맞춰나갈 방법과 이를 평생 지속할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에 애써보자. 전 인류가 각기 다른 모양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잖은가. 그러니 또 새로운 우리의 다름을 발견하게 되어도 놀랄 것 없다.”
다혜: 우연히 리추얼을 통해 알게 된 찬미 님의 집에 놀러 간 날이 있어요. 그날 대화를 나눈 하루가 즐겁고 행복해서 일기를 썼답니다. 이렇게 전시 준비까지 같이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웃음)
나는 아이를 낳으면 내 세상이 좁아질까 봐 두려웠다. 내가 두려워하던, 아이만 보고 사는 그저 그런 ‘아줌마’가 될까 봐. 그런데 오히려 선재 덕에 내 세상이 넓어지고 있다. 선재가 없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하지 못했을 생각들을 한다. 아줌마라는 거 생각보다 멋져. 아줌마인 내 인생 너무 즐겁고 행복해.
— 선다혜, ‘그냥 적당히 꾸준히’ 중 (2024.5.9.)
일기를 읽는 동안 그 마음이 전해져 뭉클했어요.
란: 돌봄 노동을 하다 보면 내가 깎여 나가고 닳고 없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저는 그 마음이 어떤 물건을 사거나 영상이나 책을 본다고 해서 잘 달래 지지 않더군요. 대신 한두 줄이라도 일기를 쓰면서 채워지는 경험을 했어요. 글이 아니라 사진, 그림이어도 돼요. 거창하게 말하면 뭔가를 창작했을 때 채워지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아직 내 삶이 괜찮은 기분이랄까요.
일기 쓰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나 봐요.
란: 리추얼 메이커를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가장 많이 보는 데요.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이렇게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걸 느껴요. 그들에게는 일기로 기록할 힘이 생긴 거고, 또 내가 쓴 일기를 누군가 읽어주니까 계속 쓰는 동기도 되고요.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만 외치면 외로운데, 여기서는 서로의 메아리를 돌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을 텐데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쓸 수 있나요?
에스더: 저는 솔직하게 쓰지 않는 게 더 어려워요. 남들이 볼 수 있다 해도 내 마음이 담긴 일기잖아요.
란: 솔직한 정도를 떠나, 뭐라도 쓸 수 있으면 괜찮은 상태라고 봐요. 어쨌든 본인이 소화했다는 거니까요. 얼마 전 박하 님이 인공수정 때문에 고생하신 적이 있었어요. 이 과정(나팔관 조영술)을 겪은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너무너무 아프대요. 그리고 문득 오늘 일기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눈물 닦고 나면 다 에피소드”란 말도 있잖아요.
에스더: 맞아요. 저도 일기를 쓰면서 나아지는 편이에요. 서진이를 키우면서 한창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가령 아이가 통잠을 안 잔다거나 새벽에 깨서 3시간씩 울었거든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암흑기였죠. 하루는 아이랑 다투고 제가 집을 뛰쳐나온 적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니 상황이 웃기네요. (웃음) 이걸 누구에게든 얘기하고 싶은데 맥락을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밑미 사람들뿐이고… 차에 앉아 엉엉 울면서 일기를 썼어요.
란: 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다 보면 이런 광기를 경험할 때가 있죠. 진짜 힘든 이야기는 못 써요. 아직까지 감당이 안 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일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 세월이 흐르면 그걸 꺼내어 쓰는 순간이 오겠죠. 타인에게 말하면서 그걸 수용하고 나아질 수도 있고요.
가끔 에스더 님 일기를 읽으면 참 힘들었겠다는 마음과, 그래도 일기로 쓰셨으니 다행이라는 안도가 동시에 오기도 했어요. 물론 즐거운 날의 기록도 많았고요. 서진이가 나중에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에스더: 기왕이면 제 아이가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어요.
회복 탄력성을 언급한 이유가 있을까요?
에스더: 예전에 구호단체에서 일할 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회복 탄력성이었어요. 어떤 마을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독립시키려면, 그들의 회복 탄력성을 만들고 그 수준을 최대한 높이는 게 목표거든요. 그래야 나중에 태풍이나 가뭄 등 다른 재난이 와도 자발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보니까, 회복 탄력성이 특정 지역이나 마을뿐 아니라 한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이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에는 무조건 ‘실패’라는 단계가 필요한데, 제 아이는 실패했다고 쉽게 좌절하거든요. 완벽주의가 심해서 본인이 1등을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니까요. 이걸 깨고자 남편과 부단히 많은 시도를 해보는 중인데요. 부모로서 아이가 회복 탄력성을 갖춰서 자신이 지닌 장점을 잘 발휘하면 좋겠어요.
란: 서진이는 장점이 많은 아이예요. 오프라인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에 매번 참석하면서 관찰한 건데, 늘 다른 아이들을 섬세하게 챙겨줘요. 기억력이 좋아서 같이 이야기하는 재미도 있고요. 이처럼 서로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채로운 덕분에 새로운 장점을 발견하게 돼요. 자칫 부모 관점에만 갇힐 수 있잖아요.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면서 느낀 의외의 효용이에요.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는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 경험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란: 거의 매달 오프라인에서 꾸준히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 모임을 했어요. 경기도 퇴촌에 있는 세컨하우스인 버터잼하우스에서 만나기도 했고, 영종도에서는 1989년생들이 우르르 만나기도 했죠.
다혜: 그즈음 에스더 님이 자신의 인생 변곡점을 다룬 온라인 강연을 들으면서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던 기억이 나요. 일과 양육을 병행하며 어떻게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찾아가는지를 들려주셨는데 ‘세상에 저렇게 멋있게 살았어? 역경을 저렇게 막 극복했어?’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에스더 님을 만나고 싶어서 영종도까지 무리해서 갔어요. 그 후로 마음의 장벽이 낮아져서 일기도 적극적으로 쓰게 됐어요.
란: 예전에 현 님이 송이 데리고 퇴촌 왔을 때 강강술래도 했잖아요. 일로 만난 사이라면, 어떻게 강강술래를 했겠어요.
사회에서도 접점이 전혀 없는 사람들인데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를 매개로 위화감 없이 섞이는 게 신기해요. 이게 건강한 커뮤니티의 매력이랄까요.
란: 기존의 양육자 커뮤니티 중 제 마음에 드는 곳이 없기도 했어요. 소위 ‘맘카페’로 불리는 곳에는 지금도 ‘핫딜’과 ‘공구’로 가득하잖아요. 저도 가끔 그런 곳에서 고등어나 과일을 사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커뮤니티를 비즈니스로만 접근하면 언제든 변질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양육 중이거나,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찬미: 무료 카지노 게임인의 삶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미디어에서 다루는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극단적으로 묘사되거나 특정 단면을 확대 해석하여 자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전시가 더욱 귀하다고 생각해요.
내 생애 가장 버겁고 혹독한 직업. 엄마. 내 노동의 가치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00억 정도는 받아야 마땅할 것 같은데 가끔은 ‘돈을 지불하고라도 꼭 들어오세요’ 하고 싶은 반전의 꿈의 직장.
— 전시에 참여한 리리나 님의 소개글 중 발췌
지극히 평범하고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다혜: 저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너무 성스럽게 대하거나, 반대로 우울하게만 그리는 걸 피하고 싶어요. 무료 카지노 게임를 인생에서 경험하는 여러 챌린지 중 하나로 보면 어떨까요? 거대하고 재미있는 챌린지로요. 사람들이 이 챌린지를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어떻게 즐기고, 그 안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지 봐주시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그 챌린지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힘이 되겠어요.
에스더: 그동안 삶의 변곡점들을 지나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요. 뭔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오직 응원뿐이라는 사실이에요. 응원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더라고요. 가령 누군가 어떤 사업을 시작하려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제가 보기에 그 사업이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도, 뭔가 하고 싶다며 반짝이는 눈을 보이면 일단 응원해 줄 것 같아요. 결과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될 거예요.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도 그런 역할을 해요. 무료 카지노 게임를 전담하든, 무료 카지노 게임와 일을 병행하든, 내 인생을 나답게 잘 살아갈 수 있게 응원하는 장치인 거죠. 리추얼 게시판을 보면 응원뿐이잖아요.
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있다면, 밑미에는 ‘토닥토닥’, ‘응원해요’, ‘감사해요’ 이렇게 세 개가 있죠. 응원이 제일 중요하다는 데 공감해요.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한 팀의 다른 계획도 있다면 알려주세요.
란: 저를 포함하여 전시와 기획팀에 참여한 모두가 활동을 더 많이 하면 좋겠어요. 제가 보기에 우리는 일을 해야 무료 카지노 게임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무료 카지노 게임를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도 많겠지만, 이 모든 게 동력이 되기도 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사진이든 일러스트레이션이든 다양한 작업으로 결과물을 보여주시면 좋겠어요.
인터뷰이강찬미, 김란, 선다혜, 장에스더
인터뷰, 글 정리손현
사진 제공선다혜
인터뷰이(팀 오르막길) 소개
김란@studio10510
27개월 아기 버터의 엄마, 란입니다. 밑미에서 ‘버터컵’이란 닉네임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 쓰기 리추얼을 운영하며 새로운 시대의 공동무료 카지노 게임를 실험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일공오일공(Studio 105-10) 대표로 공간 기획, 디자인, 연구를 꾸준히 해 왔습니다.
장에스더@fotobyesther
민감하지만 흥이 많은 서진이를 키우는 6년 차 엄마 에스더입니다. 생후 6개월부터 서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열정 회사원으로 살다가, 지금은 ‘주아드비브르’란 이름으로 가족사진을 주로 찍는 개인사업자예요. 14년 동안 저를 지켜본 배우자 말로는 ‘게으르지만 꾸준한’ 사람이래요.
강찬미@cchanini
19개월 아기를 키우며 그림 그리는 엄마 찬미입니다. 출산 전부터 디자인,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는데요. 요즘은 관심사가 온통 아이와 무료 카지노 게임라서 이와 관련된 작업들을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밑미에서는 ‘챔미’로 불려요.
선다혜@summerofmylife.bydahye
통통한 볼을 가진 아이, 24개월 선재 엄마 다혜입니다. 선재를 낳기 전까진 회사에서 마케팅, 브랜딩 관련 업무를 죽 해왔어요. 임신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프리랜서 일을 고민하다가, 취미로 계속해오던 사진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커리어 방향을 바꿨어요. 현재 ‘썸머오브마이라이프’라는 스냅 사진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전시 소개
전시명: <Echo: 일기 같이 쓰는 사이
전시 기간: 2024년 12월 5일(목) ~ 12월 18일(수)
장소: 성수 밑미홈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길 44, 4층)
입장료: 무료
주최/주관: 팀 오르막길(김란, 선다혜, 장에스더, 강찬미)
함께 한 사람들(총 27명): (밑미 무료 카지노 게임일기 리추얼에서 불리는 닉네임으로 표기) 지원, 제이미, 리리나, 손현, 하지, 도라히, 앨리, 잼잼, 나늘, 김구름, 신두란, 윤아, 수희, 아진, 불가사리, 설현, 밤박하, 시내, 찌미췌, 홍연길, 소윤, 챗짜파티, 챔미, 다혜, 에스더, 지희, 버터컵
협찬: 고마워서그래(@thank.you_2020), 맘스모도(@momsmodo_official), 반테이블(@bantable), 베베마망(@bebe__maman)
특별 팝업: 뭉클(@mnkl.official)
Editor’s Note
1. ‘일기 같이 쓰는 사이’로 검색하시면 더 많은 전시 후기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2. 특별 플레이리스트: 전시에 참여한 27명의 양육자가 일기 쓰는 동안 듣는 노래들을 모았어요. 아이 자장가로 들려준 노래부터 아이와 함께하는 삶과 같은 노래들까지 다채롭게 들어보세요.
3. 팀 오르막길의 다음 프로젝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뉴스레터 <곁의 시간을 신청해 주세요. 전시, 북토크, 워크샵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https://uphill.stib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