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은 미니멀리스트의 최종 종착지이다. 나는 양말을 7컬레만 내놓고 산다. 월화수목금토일 요일마다 신는 양말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손에 집히는 대로 신는다. 양말 앞에서 뭐 신을지 고민하지 않는 시간이 좋다. 나에게 양말은 패션템이 아닌 또 하나의 생존템이다. 자동차가 없다. 택시도 안 탄다. 2-3km 반경 안에서는 걸어 다닌다. 그러니 양말은 고귀하지 못한 내 발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아무 거나 신는다고 아무 거나 사는 건 아니다. 시스루나 실크 레이스 등 속이 훤히 비추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아웃이다. 오직 기능적인 이유 때문이다. 나라고 예쁜 걸 모르겠는가. 그냥 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식빵이라면 시스루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휘낭시에나 까눌레 같다. 앙증맞고 부드럽고 나풀대는 모양이 탐스럽다. 하지만 오랜 걷기에는 쓸모없는 아름다움이다. 게다가 내 신발장에는 구두가 없다. 운동화와 등산화의 투박한 재질과 반짝이는 시스루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어울리지 않는다.
페이크 삭스는 정말 싫다. 누가 페이크 삭스를 선물로 주면 그 자리에서 반납을 외칠지 모른다. 내 발에 이상이 있는 건지 이 양말만 신었다 하면 금방 벗겨지고 만다. 운동화 안에서 지 멋대로 굴러 다니다 결국 양말을 벗어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뒤꿈치에 붙어있는 젤리는 오히려 뒤꿈치를 더 아프게 만든다. 고통과 불편함을 느끼라고 만든 양말 같다. 물론 나도 봄이 되면 페이크 삭스 생각이 난다. 겨울을 벗어버릴 기분 전환용으로 이만한 게 없다. 흰색 스니커즈 그 안에 페이크 삭스를 신고 9부 바지 혹은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역시 빨갛게 부어 오른 뒤꿈치와 운동화에 이물질 하나가 굴러 다닐 생각을 하면 봄의 기운은 다른 걸로 찾는 게 낫지 싶다.
대신 면 양말을 사랑한다. 내가 즐겨 사는 면 양말은 두 군데가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는 무인양품 그리고 온라인 스토어는 ‘프롬산타’인데 무인양품 양말은 기본에 매우 충실해서 좋다. 사실 무인양품의 모든 제품이 나의 취저이다. 특히 패브릭은 가격 대비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우리 집 침대 시트도 전부 무인양품 제품이다. 무인양품 양말은 뭐 색상도 단조롭고 디자인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그 단조로움이 마음에 쏙 든다. 나같이 심플하고 무채색 옷이 많은 미니멀리스트에게 참 실용적이다. 또 같은 면 양말이라도 여기 양말은 튼튼하고 오래 간다. 잦은 빨래에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온라인 스토어 ‘프롬 산타’에서 파는 양말도 무인양품과 비슷하게 깔끔한 디자인에 내구성도 좋지만 조금 더 저렴한 편이다.
3년 전, 튀르키예에서 한달살기를 했다. 튀르키예는 면, 울 등 섬유 제품이 유명한 나라이다. 갈 때마다 원단이나 메이드 인 튀르키예 브랜드의 청바지 등을 사 오곤 했다. 울 100% 양말을 처음 사 본 것도 튀르키예다. 울이 섞인 양말은 꽤 비싼 축에 속한다. 울 100% 양말이 5천 원도 안 했다. 하지만 두어 번 신고 후회했다. 보풀이 엄청나게 생겨 세탁 두 번 만에 곧 버려야 할 양말 분류에 들어가고 만 것이다. 발에 닿는 따끔거리는 감촉과 신축성 없는 건 둘째 쳐도 그 많은 보풀이라니! 혹시 울 100% 양말은 손빨래를 해야 하는 건가? 다른 섬유와 섞였다면 이런 단점은 피해갔을까? 역시 이것 저것 고민할 필요 없는 면 양말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