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과 김 (seaweed)
카지노 쿠폰 다루는 태도
고작 김 하나로
이렇게 확대해석이 가능합니다.
고려와 향유로 가득한 삶을 위한
김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별 것 아닌데 너무 맛있어서 가져와봤어요.”
지후엄마가 수줍게 쇼핑백 하나를 건넨다. 크라프트 재질의 종이백 안에는 윗면이 톱니바퀴처럼 까끌까글한 은색 포장의 물건이 들어있다. 누구든 이게 뭔지 한눈에 알수 있다. 바로 김이었다. 김을 꺼내 찬찬히 살피는데 아무리 봐도 일반적으로 먹는 김과 다를 게 없다. 선물 주신 분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종이백을 의자밑으로 내려놓는데 일행들이 김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어디 김을 먹었는데 맛있었고, 또 어디 김을 먹었는데 더 맛있었다. 한동안 김 유목민이었는데 어디 김을 먹고 정착하게 되었다며 흥겨운 대화를 펼치고 있었다.
엄마들의 에너지 넘치는 김 토크를 보며 대화에 껴볼려고 했지만 도저히 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김에 대해 하나 아는 게 있다면 곱창김의 존재였다. 몇 년 전 명절에 어떤 분이 곱창카지노 쿠폰 선물로 주셨는데 ‘곱창’이라는 지역의 김인 줄 알고 검색을 해봤다. 전남 곡성과 전북 순창 사이에 있는 어떤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곱창김’은 바위나 산호에 붙어 자라는 김이라 일반김보다 두껍고 쫄깃하다고 한다. 설명을 읽고 선물 받은 카지노 쿠폰 먹는데 보통 먹는 김과 차이를 잘 모르겠어서 시큰둥하게 넘긴 기억이 있었다.
곰곰 광천김. 이것도 맛있습니다...ㅎ그로부터 얼마 후 저녁을 먹던 아이가 카지노 쿠폰 찾는다. 퇴근하고 휘리릭 차려준 밥상이 좀 부실했는지 카지노 쿠폰 달라는 아이에게 쿠팡에서 구매한 광천카지노 쿠폰 꺼내줬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흰밥을 김에 얹어 야무지게 입에 넣는 아이가 귀여워 사진을 찍는데 선물 받았던 김의 존재가 생각났다. 팬트리 구석에 넣어둔 은색 포장의 카지노 쿠폰 뜯는데 은은한 기름향이 확 풍긴다. 이게 그 존재감 넘친다는 들기름인가? 뿌려진 소금도 한톨한톨 살아있는 것처럼 탱글하다. 최대한 카지노 쿠폰 나란히 꺼내 가위로 자르는데 보통 김보다 두껍다. 색깔을 제대로 보고싶어 흰 그릇에 담아 아이가 먹고 있던 쿠팡 김 옆에 내려놓는다. 달랐다. 확실히 달랐다. 김은 김인데 다르다.
막걸리를 꺼내야할 것 같은 우주의 기운이 몰려와서 냉장고에서 막걸리를 꺼내고 선물받은 카지노 쿠폰 한입 베어물었다. 사각. 카지노 쿠폰 씹는데 사과 베어무는 소리가 난다. 뭐야. 이게 뭐지? 이런 김은 처음 먹어보는데. 그렇게 한 개 한 개 먹다보니 이미 바닥이 보인다. 큰 김 4장을 한 번에 다 먹어버렸다. 흔적만 남은 그릇을 보니 그제야 아이나 남편도 한번 맛보게 했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을 잃을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김이였다.
남편과 아이가 씻으러 욕실에 들어 간 후 선물받은 김 브랜드에 대해 검색해봤다. ‘조미김을 생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는 간단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브랜드스토리에는 얼마나 오랜기간 지금 같은 맛을 위해 실패를 거듭했는지가 쓰여있었다. 초창기 일본의 기계들 들여왔지만 기계에서 불이나고 조작한 대로 맛이 나지 않아 고생했던 이야기가 가감없이 쓰여있었다. 낯선 기계와 씨름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김을 만들어냈다는 창업주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읽으니 이 김에 대한 정성과 철학이 느껴졌다. 비록 기계적인 공정에서 만들어졌을 지라도.
한참을 검색하다 문득 지후네 밥상과 우리집 밥상을 비교해본다. 김 하나도 이렇게 따져서 먹는데 다른 식재료는 오죽 할까. 김, 쌀, 김치, 된장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든 곳에서 사서 가족을 위한 밥상을 내어낼 헌신적인 지후엄마가 스쳐간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지후엄마 뒤로 핸드폰을 쥐고 쿠팡에 접속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쿠팡에서 추천순이나 리뷰순을 누르고 아무거나 사는 나. 어떤 회사에서 만든건지 어떤 사람이 만든건지 잊은지 오래다. 식재료의 원산지나 가공과정 따위는 안중에 없고 일단 빠르게 한끼를 때우는데 최적화 된 나. 물론 워킹맘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작은 것, 특히 음식에 대해 고려하고 숙고하는 마음은 닮고 싶어졌다.
지후엄마에게 김 잘먹었다고 메시지를 보낸 후 더 추천해줄 게 없냐고 물었다. 지후엄마는 잠시 당황하더니 자신이 주로 장을 볼 때 쓰는 사이트과 경작자에 대해 알려준다. 사이트 명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쿠팡, 네이버, 컬리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카쿠를 쓰고 있을 텐데 나보다 7살 많은 지후엄마가 자기만의 소비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추천해준 사이트에서 김치와 과일을 샀다. 얼마 뒤 받은 과일은 역대급으로 맛있었다. 쿠팡에서 맨날 실패하는 과일과 차원이 다른 품질이었다.
비장하게 핸드폰을 열어 어플을 꾹 누르고 삭제버튼을 터치했다. 고백하건대 벌써 세 번째다. 쿠팡 어플을 지운지. 첫 번째는 카드값이 심각해서 지웠고 두 번째는 다이어트 해보겠다고 충동적으로 산 타피오카 가루가 냉동실에 6개월 이상 처박혀 있는 걸 보고나서 였다. 이번이 세 번째지만 어플을 지우는 마음은 조금 다르다. 식재료에 한하여 세상에 휩쓸리는 나를 버리고 싶어졌다. 유통괴물 쿠팡에게 잠식되지 않고 나도 지후엄마처럼 나만의 것을 찾고 싶어졌다. 김 위에 뿌려진 영롱한 소금과 은은히 퍼지는 참기름 향에 감동할 수 있는 건 여러모로 여유가 있어서겠지만 나도 조금은 흉내내고 싶어졌달까.
고려하고 숙고해서 소비하면 물건이 오는 동안은 설렘이고 받는 순간부터는 향유일 거다. 고려, 숙고, 설렘, 향유. 어느 하나 버릴게 없는 단어들이다. 저 단어들을 내 인생에도 들어오게 해야지. 그래야 앞으로 맞이할 수많은 실패 중 식재료로 인한 실패는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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