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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소연 Apr 17.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섬에서 내가 ‘그냥’ 받은 것들

대가 없이 주는 마음에 대하여

일주일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동쪽 바닷가 마을을 떠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대 근처로 이사했다. 바닷가에서 산간 지역으로 이사하니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집 주변에는 목초지, 들판, 오름이 있고, 삼나무 숲이 있다. 그 주변으로는 승마장, 말 전문 병원, 기마경찰대가 있다. 승마장에서는 말들이 훈련받고 있고, 목초지에서는 소들이 풀을 뜯거나 일광욕을 하고 있다. 너른 언덕 뒤로 둥글고 원만한 오름이 이어진다.


벚꽃이 흐드러진 3월 말에 이 집에 와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베란다에 서면 밖에 살구나무꽃이 피어 있고, 들판과 산과 바다가 동시에 보인다. 주방 창문을 열면 키 큰 느티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우수수 잎을 흔들어댄다. 아침에는 나뭇가지들이 스스스 흔들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집주인과 마당 정원에 앉아 임대차 계약서를 썼다. 집 주변은 주인이 야무지게 관리해서 상추, 치커리, 쪽파, 토마토, 배추꽃이 자라고 있다. 주인이 상추와 치커리, 쪽파를 한 아름 따서 주셨다. 앞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따다가 먹으라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먹으라고?’


2년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들은 먹을 것이 있으면 늘 나눠준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았다. 내가 서울에서 살 때 마트에서 돈 주고 사 먹던 당근, 사과, 배, 밀감, 한라봉, 고구마, 감자, 고사리 이런 것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웃들은 늘 나에게 ‘그냥’ 주시곤 했다. 2년 전 하도리 바닷가 마을에 집을 보러 다닐 때도, 고사리 따다 돌아온 집주인 할아버지가 망태기에서 고사리를 한 움큼 꺼내더니 내 에코백에 넣어주셨다. 할아버지는 그날 나를 처음 봤는데도 말이다. 하도리 근처 한동리 바닷가 마을에 살기 시작하면서 나는 더욱더 본격적으로 ‘그냥’ 받기 시작했다. 구좌읍 일대는 당근이 주작물이라, 수확철이 되면 이웃에서 당근을 대야에 담아 주시곤 했다. 겨울에는 감자, 고구마, 사과, 배, 밀감을 주셨다. 동네 편의점에 가도 귤, 한라봉, 빙떡을 주시곤 했다. 어떤 날에는 이웃집에서 흑돼지 머리 고기를 삶았다고 먹으러 오라 해서 고기도 먹고 술도 마셨다. 집 근처에 살던 글쓰기 동료도 지나가다 들렀다며 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귤 한 박스를 건네주고 가시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겨울 내내 당근과 귤을 원 없이, 그것도 ‘무상으로’ 먹을 수 있었다. 이것이 대체로 내가 2년간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시간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에 오면 먹을 것이 사방에서 그냥 주어지는 지상 낙원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 겨울이 되면 바닷가 마을의 바람은 정말 혹독해져서 뼈가 시리고 머리가 유리전구처럼 깨질 것 같은 위협감을 느낄 때가 많다.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일자리가 관광 분야에 한정돼 있어 다양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겨울 내내 백수로 지내야 했다. 시골집에 틀어박히니 정말 지독히도 외로워진다. 외로운데 이웃집에서 아침이면 나를 막 불러서 깨우기 때문에 그 외로움마저 날아가기도 했다. 낮은 돌담 하나 사이에 두고 이웃집 삼춘이 또 당근 한 무더기를 건네주셨다. 그러면서 자꾸 선 볼 생각 없냐고 넌지시 묻는다. 나는 이것이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 ‘내가 무척 가난하고 외로워 보이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는 동네가 바다에서 산으로 바뀌었는데도, 나는 오늘도 이 땅에서 나는 작물을 ‘그냥’ 받게 되었다. 이런 걸 보니, 그들은 내가 가난해 보여서가 아니라, 먹을 게 있으면 나눠 먹는다는 문화에 오랫동안 젖어 살아왔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그 공동체 감각을 여기에 와서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 나는 이 섬이 키워낸 작물들을 대가 없이 받아먹으며, 그들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생명체가 되었다. 그 2년간 나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도시인에서 섬사람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마치 섬으로부터 듬뿍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가 그 사랑을 다른 이에게 건네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나는 ‘자기 해방의 글쓰기 교실’을 유료 교실에서 무료 교실로 전환했고, 더 많은 이들이 우리 교실에 와서 글과 마음을 나눌 공동체를 꿈꾸기 시작했다. 한동리 바닷가 카페에 살던 ‘똘이’라는 강아지와는 절친이 되었다. 내가 보호자가 아님에도 2년 가까이 이 아이를 산책시켜 주었다. 똘이가 살던 마당에 어느 날 새끼 고양이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는데, 이 녀석이 똘이 사료를 조금씩 훔쳐 먹으면서 풀숲에 숨어서 우리를 관찰하곤 했다. 똘이도 내가 산책을 시켜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새끼 고양이가 자기 사료를 먹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나는 고양이가 계속 개 사료를 먹는 게 안 좋을 듯하여 카페 주인과 상의하여 고양이 전용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고양이도 똘이와 같이 마당에서 살게 되었다. 똘이는 어린 고양이에게 기꺼이 자기 공간을 나눠주었다. 날이 덥거나 땡볕이 내리쬐면 고양이는 똘이가 서 있으면서 드리운 그늘 밑으로 들어가 피신하곤 했다. 그러던 중 고양이가 갑자기 아프게 되어서 급히 구조하게 되었다. 이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집에 데려와 간호하다가 결국 입양까지 하게 되었다. 그 고양이는 지금 나의 둘도 없는 흑설공주, ‘까망이’가 되었다. 혈혈단신으로 섬에 내려왔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이 생겼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나는 받을 줄도 알고, 줄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 가는 걸까? 이건 분명히 서울에서 살 때와는 다른 감각이다. 서울에서는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하며, 각자도생의 생존 감각으로 살아왔다면, 이곳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는 흔쾌히 주고받고 나누는 감각이 생겨난다. 대가 없이 주는 것과 대가 없는 친절은 다른 존재도 함께 살게 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올해 4월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겨울부터 새로이 작업하기 시작한 4.3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폐허의 역사를 다시 일으킨 건 어떤 힘이었을까? 그것은 4.3의 광풍이 이 땅을 휩쓸고 가도, 동굴로 피신한 주민들이 감자 한 알이라도 나눠 먹던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해녀들이 같이 살고 같이 죽는다는 일심으로 물질하듯이, 이 섬에서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미 터득해 왔다. 그것이 그들이 이 폐허를 생명의 땅으로 일궈온 힘이자 지혜다. 그리하여 나는 그 이웃들의 온기에 기대어, 이 땅에서 자라는 생명체의 온기에 기대어,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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