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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숙 Sep 21. 2024

카지노 게임 추천 홀려서

북 토크


‘읽고 쓰는 사람들의 만남’이라는 표제로 열린 북 토크가 있었다. 그렇다고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깊이 토론 내지 토의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강사로 초빙받고 의도를 파악한 나는 자유롭게 책 이야기와 글 쓰는 이야기 하며 수다 떠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부담 없는 강의가 나는 좋다. 어쩌면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데, 긴장감 없이 자유롭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강연자이면서 사회자이기도 한 시간이었다.


도서관 뒤쪽 야외마당 저녁 7시에 예정되었다. 달빛 아래 풀벌레소리 들으며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산바람이 살며시 내려와 우리들의 이야기 듣고 달도 빙그레 웃으며 우리를 내려다보리라. 생각만 해도 설렜다. 기대되었다. 집에 한 박스나 있는 맥주를 갖고 가도 되겠느냐고 담당사서에게 물으니 그건 좀 곤란하단다. 대신 음료와 쿠키를 준비하겠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 그만큼 나는 마음이 들떠있었다.


아, 그런데 항상 예외는 있는 것일까.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저녁이 될 즈음엔 장맛비처럼 주룩주룩 내렸다. 담당사서선생님이 문자를 보냈다. 야외에서 못하게 되었다며 도서관 ‘모두의 공간’에 야외 못지않게 잘 꾸며놓겠다고. 고마울 뿐이다. 아쉬운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늦은 나이로 문창과에 들어갔을 때, 학우들과 종종 학교 잔디밭에서 막걸리 마시며 카지노 게임 추천을 이야기했다. 달빛이 교교히 내리던 날이 있었고, 풀벌레소리 요란한 날도 있었다. 그런 추억 때문에 야외마당에서 자유롭게 책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기다렸는데.


현실에 빨리 적응하는 게 수다. 밤이고 야외라는 환경이 갖고 있는 효과는 사라졌다. 그렇다면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나는 작전을 다시 짜야카지노 게임 추천. 몇 가지 이야기 나눌 주제 메모하고 진행 순서와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계획을 세웠다. 야외라면 풀벌레소리와 달빛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을 자극하고 확장할 수 있을 테지만 폐쇄된 공간이 갖고 있는 건조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준비된 ‘모두의 공간’에 들어서며 깜짝 놀랐다. 커다란 파라솔과 작은 전등들, 음료와 쿠키, 참으로 예쁘고 정감 있게 꾸며졌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 담당사서선생님은 최고다. 비 때문에 예정된 인원보다 적게 왔다. 접근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니까 각오했던 일이지만 도서관장까지 참석해서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회 회원들 뿐 아니라 시민들 몇 사람도 참석한 읽고 쓰는 사람들의 만남은 예쁘고 정감 있게 꾸민 공간 덕분에 자연스럽고 화기애애했다.


최근에 읽은 책을 시작으로 작가의 우주가 들어 있는 사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모두 독서량이 대단했다. 책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느꼈다. 학교에서도 필수 과목보다 선택과목 강의가 더 진지했던 기억이 있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보다 본인이 원해서 듣는 강의에 더 열심이었다. 이번 북 토크가 그랬다. 참여자들이 선택한 것이므로. 모두 진심으로 이야기했고 들었으며 나누었다.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재밌는 질문 중 하나는 글 쓰면서 고통스럽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뻥쳤다. 본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작가가 되었으니 당연하다고. 글쓰기 루틴 같은 게 있느냐는 질문과 홀린 듯이 글을 쓴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매일 읽고 쓰는 게 직업이니까 그냥 습관이 된 듯하다며, 홀린 듯이 쓰는 걸 작가들은 일명 그분이 오셨다고 하는데, 딱 세 번 경험했다고 말했다. 모두 흥미진진한 듯 관심을 보였다.


그 관심을 꼭 잡고 시선을 어느 것에도 빼앗기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 강연 마칠 때까지. 속된 말로 삘 받았다고 할까. 경험이니까 또 얼마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랴. 내 목청은 높아지고 어조는 간절해졌으며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짓는 묘한 것으로 연출되었다. 아, 나는 그야말로 뻥쟁이로 등극했다. 소설가는 원래 뻥쟁이 아니던가. 사람들은 더욱 흥미를 보였고 즐거워했으며 혼연일체가 된 듯 모두 행복해했다. 내 입담이 아니고 카지노 게임 추천이 주는 힘이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는 더 주룩주룩 내렸다. 목이 좀 칼칼했다. 너무 소리를 높였던 듯하다. 그래도 행복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이야기할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내가 느낀 그 행복을 피력할 때 말이다. 그걸 묻는데 망설이고 감출 필요는 없었다. 읽고 쓰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사람, 이 시간이 즐거웠다는 사람, 글쓰기에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가만 보면 나도 수다스럽지 뭔가. 그런 이야기가 왜 그리 재밌고 신나는 건지 원! 목이 칼칼해지는 것도 잊고 수다를 떨었으니 말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모두 카지노 게임 추천에 홀린 덕분이다. 아, 그런데 하나 거슬리는 게 있다. 참석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내 슬픈 첫사랑 이야기를 가감 없이 했으니 말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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