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인 카지노 게임, 수직적인 동양
한 잔의 술, 두 개의 문명
— 술 카지노 게임로 들여다본 권력, 계약, 질서, 그리고 인간
우리가 술을 마시는 방식에는 단순한 취향 이상이 담겨 있다. 언제 마시는지, 누구와 마시는지, 어떻게 마시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정치 구조와 철학, 인간관계의 방식이 녹아 있는 하나의 코드다.
카지노 게임의 술자리는 비교적 자유롭고 수평적이다. 친구와 잔을 부딪히며 건배하고, 모두가 함께 웃는다. 와인을 들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웃는 풍경은, 허물이 없어 보인다. 반면, 동양의 술 복잡한 절차에 걸쳐 이뤄진다. 어른이 먼저 술을 마셔야 하며, 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야 한다. 이 모습엔 위계가 담겨 있고, 관계의 선이 그어져 있다.
카지노 게임은 계약으로 신뢰를 만들었다
카지노 게임에서의 관계의 뿌리는 기독교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언약궤다. 언약궤는 언약을 상징하는 거룩한 궤(상자)로 하느님이 모세에게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주셨을 때, 그 돌판을 보관하고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것 자체가 카지노 게임의 상징이자 카지노 게임 행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과 인간(특히 이스라엘 민족) 사이의 ‘조건적 약속’을 뜻하는 것이었다.
맹세에서 문서로, 인간관계의 구조화
이런 카지노 게임적 사고방식은 중세 유럽 봉건제에서도 이어진다. 왕과 영주, 영주와 기사 사이의 관계는 ‘충성’으로 연결되었지만, 그것은 말뿐인 맹세가 아니라 구체적인 의식으로 체결되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맞잡고, 성경에 손을 얹고 서약한 뒤, 입맞춤으로 카지노 게임을 완성했다. 처음엔 구두로 이루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문서로 남게 되었고, 봉토, 병력, 세금 조건까지 기록한 실제 카지노 게임서로 기능했다. 위반 시에는 배신죄(treason)로 간주됐고, 반대로 왕이 카지노 게임을 어기면 봉신의 저항권이 인정되기도 했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문서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카지노 게임
반면 동양에서 술 자체가 카지노 게임의 도구였다. 특히 '하사주'는 단지 술을 내리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말 없이 관계를 맺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왕이 신하에게 술을 내리면, 그것은 그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신호였고, 술을 받는 자는 그 관계를 수용한다는 무언의 서약을 했다.
종이에 이름을 쓰지 않았을 뿐, 하사주는 분명한 카지노 게임과 같은 약속의 개념으로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한 잔의 술은 하나의 서열과 질서를 만들어냈다. 술은 ‘내 사람’이라는 표시였고, 받은 사람은 그 질서 안에 들어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동양은 카지노 게임서를 쓰지 않았지만, 술잔 하나에 신뢰와 책임을 담아 전했다.
관계는 문서보다 행동으로 맺어졌고, 술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조선시대 향음주례(鄕飮酒禮)는 단순한 술자리가 아니었다. 어진 사람을 모시고, 어른이 먼저 술을 마시고, 아랫사람이 뒤따르며, 모두가 다섯 차례에 걸쳐 술을 나누었다.
잔은 반드시 두 손으로 주고받아야 했고, 지나친 음주는 삼갔다. 마지막엔 사정(司正)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이웃과 화목하라”는 훈계를 낭독했다. 술은 예절과 질서를 실천하는 장치였고, 공동체 교육의 한 장면이었다.
카지노 게임를 만든 건 작물이었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그 근본은 ‘작물’에 있다. 동양은 오랫동안 벼농사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벼는 물을 대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협력 없이 경작하기 어렵다. 그 과정은 공동체의 질서와 상호 의존을 전제로 한다.
게다가 벼는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높다. 이 때문에 인도, 인도차이나 반도, 중국, 한국, 일본은 오랜 시간 인구 밀도가 높은 사회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강한 중앙집권과 위계 구조가 발달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질서가 중요했고, 예절은 그 질서를 유지하는 도구였다. 그래서 내 것 보다는 우리 것, 이름보다는 성이 먼저 앞서는 카지노 게임를 만들었다. 그래서 술 한 잔이면 관계가 성립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카지노 게임은 보리와 밀, 그리고 목축 중심의 생활이었다. 비교적 혼자서도 재배할 수 있었고, 이동하며 가축을 키우는 유목 문화 속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독립이 중요한 가치였다. 또 땅만 빼았으면 쌀농사권인 동양에 비해 주변의 협조 없이도 얼마든지 살아남기 쉬웠다. 그래서 기사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세 유럽은 끝없는 배신과 약탈, 그리고 전쟁이 끊임이 없었다.
이러한 환경은 ‘카지노 게임’이라는 사고방식을 발전시켰고, 각자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문서가 등장했다. 사회는 카지노 게임으로 움직였고, 신뢰는 기록을 통해 보장되었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기사도가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술 한 잔 보다 카지노 게임서 한 줄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다. 우리보다 내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다르게 마신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술을 마신다. 누군가는 친구와 건배를 나누고, 누군가는 어른 앞에서 조심스레 잔을 올린다. 같은 술이지만, 마시는 방식은 다르고, 그 방식엔 수천 년 문명의 흔적이 담겨 있다. 술은 그저 마시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고, 문명을 반영하는 언어다.
카지노 게임은 카지노 게임으로 신뢰를 만들었고, 동양은 술로 질서를 나눴다.
하나는 문서를 남기고, 카지노 게임 하나는 잔을 돌렸다.
같은 술, 카지노 게임 문명이다.
*참고 문헌
조지프 헨리치,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토머스 탈헬름, “Rice vs. Wheat Agriculture”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제임스 스콧,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국조오례의』 향음주례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