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고마웠어요.
먼저 말씀드릴게요. 기내식을 먹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글은 온전히 제 태도에 대한 고찰이자 근원이고 반추입니다. 기내식의 마지막 한 톨까지 쓸어먹으며 꼭꼭 씹은 생각입니다. 아직도 명치 언저리에서 내려가지 않는 생각. 물을 마셔도. 탄산수를 마셔도 요지부동인 음식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촘촘하게 일정을 꿰었다. 숯불에 구운 매콤한 닭꼬치를 샀지만 닭고기 중간중간의 대파 줄기는 생각지 못했다. 닭고기인 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달큼하고 사근한 대파 즙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 닭꼬치를 산 건지 대파꼬치를 산 건지. 엿장수 마음이다. 따져 물어야 나만 피곤하다. 항공사에서 온 문자는 짐을 꾸리고 나가려는 찰나에 도착했다. 현지 항공기 결항으로 항공기가 도착하지 않음. 내일 같은 시간에 탑승 바람. 금쪽같은 여행 일정의 하루가 증발했다. 꼬챙이 끝의 닭고기를 누가 먹었나. 텅 빈 집에서의 깜깜한 밤을 하루 더 보냈을 때,여행지의 밝은 하루가 졌다. 꼬치 꼭대기에 있어야 할 닭고기 한 조각을 도둑맞고, 대파 끝에서 나온 시큼 씁쓸한 맛.계획성 인간의 밤을 파뿌리처럼 하얗게 쇠게 했음에도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타지의 답답한 관광객 신세가 시작이다. 이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외항사 승무원의 거대한 엉덩이가팔걸이에 걸친 내 팔을 자꾸 끌어내렸다. 거구의 몸뚱이를 좁은 기내에서 요리조리 짜임새 있게 움직이는 승무원의 분주한 걸음걸이를 눈으로 좇는 사이,밥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갤리에서 솔솔 풍겨오는 집밥이 아닌 냄새에 메뉴를 미리 확인해 보니 '치킨과 파스타'. 대파 때문에 쓰린 속을 보상이라도 하듯 마음속으로 외쳤다. 치킨. 치킨. 치킨.
"Pork or Duck?"
입술 사이로 치킨의 '치'가 나오려다 쏙 들어갔다. 예상한 옵션을 벗어난 물음에 내가 어떤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승무원과 내 눈 사이에2-3초간의 정적이 오갔다. 뭐지. 치킨인데.
그 사이, 뒷자리의 여성이 이코노미의 좁디좁은 좌석 사이에 얼굴을 디밀었다. 느닷없는 일이었다.처음 내 귀를 두드린 건 그녀의 용건이 아닌, 불필요하게 높은 목소리였다.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목소리가 크면 나는 멈칫한다. 부부 싸움에도 싸움의 끝은 상대의 높아진 언성에 카지노 가입 쿠폰 것으로 맺곤 했다. 종국에는 왜 싸우는지 알 수 없다. 그녀의 목소리로부터 의도를 읽는 사이.승무원이 눈만 껌뻑거리는 사이. 나는 등 뒤의 그녀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Pork는 돼지고기고, Duck은 오리고기예요!"
그게 그리 소리 지르며 말할 일이었어? 내가 Pork와 Duck 모를까 봐? 아 그런데 왜 나한테 중국 말로 설명해? 나 중국인 아닌데. 아니 근데, 누가 도와달래?
"네 압니다."
고개를 카지노 가입 쿠폰로부터 쌩하게돌린 나는 승무원으로부터 오리고기를 받아 우적우적 씹었다. 그리고 옆자리의 딸아이와 고의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며한국어 대화를 주고받았다.
까만 양념에 푹 졸여진 오리고기를 씹으며 은박 일회용기의 네모난 각을 살펴보았다. 세 면이 만나 이루어지는 꼭짓점. 트레이 위의 크고 작은 네 끝으로 모이는세 면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물이 담긴 원통형 용기를 감싸는 원통형 컵. 용기 밖에 컵을 또 겹쳐놓았네. 용기 자체로 물을 마시면 될텐데 컵은 뭐지. 눈의 초점은 대단한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트레이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하드 막대기 같은 포크와 스푼이 음식 맛에 나무 맛을 섞어놓았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좀 전의 카지노 가입 쿠폰의 말이 귀에서 여전히 윙윙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돼지고기. 오리고기.
카지노 가입 쿠폰 "땡큐"를 먼저 말할 수 없었을까. 다소 무안을 주는 태도로 "I know." 를 말하고 얼굴을 쌩 돌렸어야 했을까. 나는 무엇에 불쾌했던 걸까. 그것이 그 상황에서 그리 불쾌한 일이었을까. 호의였을 그녀의 도움에 너무 매정했던 건 아닐까. 그녀는 기분이 많이 상했을까.
트레이를 반납하고 등받이를 새로 고치는 척하며 뒷자리의 카지노 가입 쿠폰를 흘깃 보았다. 우연찮게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나눌 수도 있었으므로. 고마웠다고 말하기 쑥스러우면 눈 찡긋이라도 하려고 했으므로. 빈 옆자리까지 몸을 길게 누인 카지노 가입 쿠폰는 담요로 머리를 덮고 있었다. 인사는 타이밍인데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놓치니 전할 길 없음에 나는조마조마했다.
딸아이 세 살 때, 무엇이든 혼자 해보려 했을 때. "내가 할래. 내가. 내가. 엄마 하지 마."
나도 아는데 자꾸 도와주면 밉다. 세 살짜리 마음이 딱 그랬다. 그리고 좀 전의 내가 딱 그랬다.
하지 못한 인사를 어떡하지. 책을 꺼내 읽고, 영화를 틀어 보는 내내.다시 한 차례밥을 먹는 내내.
늦었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다시 말하는 것이 우스울까. 너무 사소하여 카지노 가입 쿠폰는 기억을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착륙하기 전에 어떤 제스처로 인사가 적당할지 고민만 하다 나는 그냥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