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의 낭만을 떠올리게 해 준 제주도 그 집
아버지가 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나 대궐 같은 집에 살던 여섯 식구가 서울 변두리의 화장실도 없던 단칸방으로 이사와 살던 유년시절, 재기를 꿈꾸며 이를 악물던 아버지의 사업이 4년 만에 대박 나 드디어 꿈에 그리던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전세를 거쳐 한때 8 학군이었던 부촌의 복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이사했던 드라마 같은 한때가 있었습니다.
1층엔 부모님과 남동생의 방, 거실, 주방, 식당이 있었고 2층엔 제가 작은 언니와 쓰던 널찍한 방과 큰언니의 방, 거실 그리고 작은 부엌이 있었어요. 우리 식구는 순식간에 졸부가 되어 화장실이 세 개나 있는 집에서 과거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 야외 뒷간에서 맺힌 한을 풀고 풍요롭게 살기 시작했어요.
2층에 방이 있어 부모님과 살짝 분리가 되고 대학생이 된 언니들이 종종 MT나 일탈로 외박을 하게 되면 2층은 온통 나만의 세상이었어요. 주말이나 방학엔 애국가가 흘러나오던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라디오를 켜놓고 쉴 새 없이 뭔가를 쪼물딱거리며 밤을 꼬박 새우고 주체하지 못할 십 대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놀았습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십 대 소녀가 할 수 있던 재미있는 일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했답니다. 꽃그림 그리기, 순정만화책보고 따라 그리기, 라디오 방송국에 엽서 꾸며 보내기, 친구나 연예인에게 편지 쓰기, 책 보기(시시껄렁한 연예잡지나 연애소설이었고 공부와 담쌓은 인간이었음), 레코드판으로 음악 듣기, 일기 쓰기 등등. 2층 집에 살게 된 덕분에 감수성 풍부한 무료 카지노 게임소녀가 낭만 넘치는 십 대 시절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어요.
너무나 안타깝게도 남이 부탁을 하면 거절 못하는 아버지가 빚보증을 다시 선 대가로 3년밖에 살지 못하고 그 집을 팔아 쫓겨나듯 이사를 간 이후로 무료 카지노 게임 감성의 2층 집소녀도 먼지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었지만 제 마음속 어딘가엔 비둘기창 문틀에 기대어 한없이 기쁨 어린 눈으로 밤하늘의 별과 동이 트는 파스텔톤 새벽하늘을 바라보던 제가 있어요.
이 집 앞을 산책하며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봤을 때 30년 전 그 소녀가 마음속에서 기지개를 켜며 깨어났어요. 소녀가 살던 집은 이런 앙증맞고 귀여운 창문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많이 다른 이층 집이었지만 낭만이 철철 흐르던 90년대 추억들을 간직한 소녀를 소환하기 충분할 만큼 매력적인 집입니다.
저 작은 창문 유리너머로 순수했던 그 시절의 제가 보입니다. 그 옆에 상상 속 검은 고양이 한 마리도 함께.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그림 보러 놀러 오세요!
인스타그램 @nonichoi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