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학역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관련된 책들을 연이어 읽고 있다. 앞서『의학의 대가들』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에는 로날트 D. 게르슈테의 『카지노 게임 바꾼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전염병과 질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독일에서 의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현재 미국에서 의학 및 역사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의 학문적 배경과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이 어우러져 이 책은 일반적인 의학 서적이 아니라 역사적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통찰하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운명과 사회 구조에 질병이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권력과 문명의 변화를 조명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로마 황제들, 레닌, 히틀러, 케네디 대통령 등 역사적 인물들의 질병이 그들의 운명과 역사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치밀하게 탐구한다. 결핵이 20세기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았으며, 페스트가 유럽 사회구조를 재편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천연두가 신대륙의 정복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일반적인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과 권력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특히 질병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 경제 체계, 정치적 변동에 미친 영향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중세 페스트가 노동력 부족을 초래하면서 농노제가 붕괴되고 노동자의 지위가 상승한 것이나, 매독이 유럽 사회에서 도덕적 논쟁을 촉발하며 성문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킨 점은 질병이 일반적인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준다. 또한, 존 스노우가 콜레라의 원인을 밝혀내면서 공중위생 개념이 정립된 것처럼, 전염병에 대한 대응이 사회 발전의 계기가 된 경우도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점은 현대 사회와의 유사성이다. 14세기 페스트가 전 유럽을 휩쓸었듯이,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경제와 정치 체계를 뒤흔들었다. 권력자들의 건강 문제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했던 과거 사례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세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역사의 반복성은 질병이 그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열쇠가 됨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책이 놓친 부분도 있다. 질병과 연관된 사회적 낙인이나 불평등의 문제를 깊이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예를 들어, 에이즈는 일반적인 전염병이 아니라 성소수자, 마약 중독자,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였다. 또한, 저자는 주요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전염병 역사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이는 질병이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 바꾼 세계의 역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염병은 그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인류 사회를 형성하는 요소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질병이 출현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질병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대한 대응이 역사의 흐름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질병과 함께 살아왔고, 그것이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질병이 역사를 바꾼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응한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질병은 피할 수 없는 변수지만, 우리의 대응 방식은 미래를 결정짓는 요소다. 이는 일반적인 역사의 교훈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원문:https://shinseungkeon.com/%EC%A7%88%EB%B3%91%EC%9D%B4-%EB%B0%94%EA%BE%BC-%EC%84%B8%EA%B3%84%EC%9D%98-%EC%97%AD%EC%82%AC/|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