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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비 Apr 18.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믿으십니까?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한심한 루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빠져있다. 나를 믿는 것보단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믿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구독하고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믿고 싶은 걸 말해주지 않을 때는 바라는 믿음을 찾아 유튜브를 떠돌아다닌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의 바람과 딱 맞아떨어지는 점괘를 발견하면 매우 놀라워하면서 그것이 나의 운명임을 철석같이 믿고 잠이 든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한심한 루틴이다.

얼마나 한심한 짓거리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것으로 인해 비로소 마음의 평온이 찾아오고 쉽게 잠들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 나의 이성이 쓸데없이 나의 미래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음을 밝혀내면 그제야 나는 나를 믿을 준비 태세를 한다.


그 과정은 험난하고 고단하다. 게다가 수고에 비해 수명이 짧아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진리를 믿지 않을 방도는 없다. 나를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이렇게 거창하게 말해놓고 다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찾아 유튜브를 기웃거리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나의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치가 생겼다. 이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이제는 내가 나의 상태를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은 벗어났다는 뜻이니까. 여하튼,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 장치 중 하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자신도 믿지 않을 때가 오면 내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찾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다. 아직 희망을 품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스터들은 그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따뜻하고도 확신에 찬 해석을 들려준다. 그래서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예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심리 치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실현되지 않으면 공허하게 느껴지는 법. 결국 나를 찾게 되는데 나는 그들처럼 나에게 따뜻하고 확신에 찬 믿음을 주지 못한다. 억지로 쥐어 짜낸 말에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덜컥 두려워진다.


이럴 땐 억지로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고 내가 또 돌아버렸다는 걸 재빠르게 인정하고 가만히 지켜본다. 지금 하는 생각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나온 것이니 믿을 만한 게 아니라고. 다행히도 나에겐 미쳤을 때 저질렀던 수많은 데이터 베이스가 든든하게 저장되어 있으므로 이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설득당했다고 또 나댔다간 나 새끼가 또 의미를 찾아 나설 것이 분명하므로 아무 의미 없는,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난무한 영상을 본다.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방법이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은 이렇게 해서라도 생각을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명상 같은 건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다.


시간을 낭비하면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빼꼼히 기어 나온다. 그러면 다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스터에게 복 받으실 거라고 연신 고마움을 외친다. 이렇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나를 온전히 믿게 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한때는 아무것도 바랄 게 없는 삶이 지루하다 못해 재앙이라 생각했었다. 그 삶의 공허함도 알기에 이제는 간절하지 않고 적당히 원하는 게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봐야 할 만큼이나 간절히 원하는 게 없으면 좋겠다. 그래서 끝내는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따뜻한 위로를 찾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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