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생일
작년 생일에는 혼자였고 그날도 비가 왔다.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 부러 해변을 향해 걸었다. 해변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태우기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불길이 솟구치기를 기다렸다.가느다랗게 내리는 비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그렇게 한참을 비를 맞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 불을 붙이기 직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커멓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 액운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바라는 내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였다. 그런다고 불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액운을 막아줄 리 없다는 걸,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잖아. 넌 참 멍청하다. 하면서.
올해 생일에는 부모님이 집에 오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밥 먹으러 가겠다고 통보했다. 뭐 대단한 사람이 가는 건 아니니까 생일상 같은 건 차릴 생각 말라고 거들먹거렸지만, 정월 대보름에 태어나서 본의 아니게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들을 먹게 된다. 사실 정월 대보름이 내 생일이 아니었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정월 대보름 음식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가 내려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노래 교실까지 데려다주었다. 이제는 비가 오면 혹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 미끄러질까 봐 불안해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 차에 탈 때마다 언제나 처음 하는 말인 것처럼 아직도 새 차 냄새가 난다. 진짜 깨끗하다. 이제 운전 베테랑이 다 되었다는 말을 건넨다.(차는 10년이 되어가고 운전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이번에 그녀는 봉투를 거의 집어던지다시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런 걸 바라고 집에 밥 먹으러 가겠다고 말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민망했지만 강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참으로 못난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총총총 걸어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뒷모습을 어색하게 지켜보았다.
또다시 집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냉장고에 채워 넣으며 아득함을 느꼈다. 밥버러지 같구나. 돈 봉투를 열어서 돈을 세는 내 모습에 환멸을 느끼며 뭐 이렇게 많이 줬냐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음은 더 주고 싶어, 생일 축하해.’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온전히 고맙지 않은 이 마음을 감추고 싶어서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 덧붙였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또 눈물이 난다. 사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요즘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거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맘이 아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어. 나는 왜 이렇게 못되고 끊임없이 멍청한 걸까.
비가 그친 창밖을 내다보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말한 달맞이 행사를 하려는 모양이다. 전에 해변에서 했던 행사를 올해는 지금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한다. 희한한 인연이다. 전에 없던 조악한 조형물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녁 수업이 있어서 이번에도 행사를 보지 못했지만, 작년과 같은 미련은 따라오진 않았다. 비록 올해 생일에도 찔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지만 지금 내게 불운이나 불행이라는 단어를 붙일만한 일들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 사실을 불현듯 실감했다.
다시 생일을 혼자 보내지 않게 되었고 소원 따위 빌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다시 뻔뻔하게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거면 됐다. 이러면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