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
옮긴이의 말(송의경)
키냐르는 독창성을 표방하는 낭만주의를 몹시 불편해한다.
독서는 책이 펼쳐지는 순간, 그리고 책에서 찾거나 얻으려는 의미가 이러한 끊임없는 탐색과 다르지 않은 영혼에 불을 지피는 즉시 이 세계를 떠난다.(21쪽)
독서는 소리 없는 절도vol이다. 올빼미의 마술적인 비상vol과 흡사하다. 올빼미는 대지 위를 지나며 간혹 튀어 오르기도 하는 바람에 몸을 싣기 위해서만 전혀 소리 없이 양 날개를 쫙 펼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포식.(41-42쪽)
두 인용문에서 보듯이 '책을 읽다'와 '훔치다'와 '날다'는 순차적이 아니라 책을 펼치는 순간 동시에 발생하는 사건온라인 카지노 게임.
책을 읽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몸은 여기에 있으나 정말로 여기 있지 않으며, 영혼은 몸이 있는 장소를 떠나 아주 먼 곳으로 날아가 떠돈다. 자신의 정체성은 다른 정체성에 합병되어 무아지경이 되고, 시간은 멈추거나 다른 시간을 모조리 사라지게 하는 주도적으로 시간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황홀경extase, 그런 것이 키냐르가 말하는 lire이고 voler이다.
키냐르의 이 책은 '독자'와 '글쓰기'에 대한 담론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에 관한 원론적 이론서라면 키냐르 이 책은 문학 연속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 문학 자체온라인 카지노 게임. 산문시 같은 철학적 에세온라인 카지노 게임.
* 링크,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제1장
지상 낙원으로의 여행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의 세계가 좋다.
어느 책에서나 형성되어 떠오르며 퍼지는 구름 속에 있는 게 좋다.
계속 책을 읽는 게 좋다.
책의 가벼운 무게와 부피가 손바닥에 느껴지면 흥분된다.
책의 침묵 속에서,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긴 문장 속에서 늙어가는 게 좋다.
책이란 세상에서 동떨어졌으나 세상에 면한, 그럼에도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슭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직 책을 읽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이다.
책 외적인 것의 부재, 떠들썩한 소리며 탄식이나 함성의 전적인 부재, 인간의 모음 발성 및 군상에서 최대한의 격리, 그리하여 책은 세상이 출현하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심오한 음악을 허락하여 불러들인다.
실재하는 음악은 기보되는 즉시 아마도 이 깊은 음악을 대체하게 된다.
Amo litteras.
나는 문자를 좋아한다.
작가들 문체의 소리 없는 음악을 더욱 좋아한다.
모든 문체는 저마다 놀라운, 특별한, 내밀한, 감동적인, 비교 불가능한 알몸과 흡사하다.
가령 이런 것들온라인 카지노 게임.
샹티이를 에워싼 연못과 샘이 가득한 숲속을 흐르는 네르발의 물과 무한히 퍼진 투명한 빛, 샤토브리앙의 만, 그리고 생말로의 거의 반도 같은 작은 섬과 해조류가 끝없이 펼쳐진 랑스강 하구까지 되밀려 오는 물결이 검은 화강함 암석에 부딪혀 끊임없이 철썩이는 요란한 파도 소리.
몽테뉴의 기마여행.
그는 내란과 종교 분쟁으로 그칠 새 없는 전쟁이 한창일 때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바싹 메말라 먼지가 풀풀 날리고 지린내마저 풍기는 꾸불꾸불한 길을 말을 타고 가다가 자기 성의 탑 부근에서 돌연 낙마했다.
프롱드의 난의 전사들이 쏘아대는 화승총 소리가 파리의 좁은 골목길들 양쪽 벽에 부딪히는 소리, 커다란 통, 술통, 돌을 채운 나무통들을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 쉰 목소리로 부르짖는 거친 함성, 끔찍한 울부짖음, 라로슈푸코 거리에서 참수되는 자들의 비명 소리와 뒤섞여 들이는 난폭한 메아리. 수아송, 빌레르코트레, 라페르테밀룽을 에워싼 숲과 구릉에 있는 라퐁텐의 울타리와 외호, 떡갈나무, 동물들, 인물들, 새들, 루소의 눈 덮인 정상의 숭고한 알프스 산맥.
<세 글자로 불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9-11 page 발췌.
'세 글자로 불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란 로마인들이 도둑을 지칭할 때 에둘러 사용하던 표현이다. 키냐르는 이 표현을 훔쳐 '독자'를 지칭하는 데 사용한다. 그는 lire(책을 읽다)와 거의 동일어로 사용하는 voler에는 '훔치다' 외에도 '날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키냐르는 이 단어에 두 의미로 각각 쓰거나 한 의미로 동시에 담아 쓰기도 한다.
lire(책을 읽다)의 도구는 livere(책)온라인 카지노 게임.
경험과 그 도구를 구분 짓는 것이 놀랍게도 단 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v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험의 도구가 경험 주체의 확장자로 기능하여 둘이 혼연일체를 이룬다는 의미이다.
vol(도둑질)의 도구인 책은 vol(비상)의 도구이기도 하다.
펼쳐진 책의 대칭을 이루는 두 지면은 새의 하얀 두 날개를 닮았다. 책은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새'가 되어 양 날개를 쫙 펴고 날아오른다.
'새'는 다시 '하늘을 나는 작은 양탄자'로 변주된다. 양탄자는 독자를 태우고 바다 위를 날아서 아주 먼 거리를 주파할 뿐 아니라 수천 년도 거뜬히 건너뛴다.
도구인 마법의 양탄자 덕분에 주체인 독자는 마술사가 된다. 지상 낙원으로 날아가는 여행자가 된다.
(옮긴이의 말)260쪽
잭 런던의 소설 <화이트 팽 짧은 한 문단을 키냐르는 발췌해 인용한다.
크로크 블랑은 몸이 축축하게 젖은 사랑스럽고 아주 작은 새끼 늑대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략) 어미 늑대가 동굴 깊숙한 곳에서 새끼를 낳았기 때문온라인 카지노 게임. 크로크 블랑은 어미가 없을 때 몹시 캄캄한 동굴 안에서 조금씩 주변을 탐색한다. 아주 조그만 새끼 늑대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갑자기 어슴푸레한 빛에 잠긴 하얀 네모 같은 것을 보게 된다.
새끼 늑대는 이 '빛의 벽'으로 나아간다. '빛의 벽'이 열린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빛의 네모난 페이지가 세상의 아름다움으로 나가게 해 주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빛의 벽면이 실은 통과할 수 있는 빈 공간이며, 지금까지 자신이 굶주림과 격리 상태에서 살았던 몹시 비좁고 어두운 주머니 같은 굴과는 전혀 다른 왕국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는 공간임을 알게 되면서 그는 흥분한다.
조심스럽게 빛의 사각형에 앞발을 내민다. 빛의 벽이 열린다. (11-12쪽)
책이 열린다.
독서는 삶을 향한 통로를, 삶이 지나는 통도를, 출생과 더불어 생겨나는 느닷없는 빛을 더 넓게 확장한다. 독서는 자연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희끄무레한 대기에서 경험이 솟아오르게 한다. 마치 우리가 태어나듯이.(13쪽)
'빛의 벽'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 다른 세계에 이르면 독자는 세 글자 fur(도둑)가 아닌 세 글자 rex(왕)라고 불리는 사람이 된다.
세 글자로 불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자신의 조용한 언어- 글로 쓰인 침묵하는 언어- 덕분에, 누구나 했을 법한 단기간의 경험이 온전하게 보존된 두 개의 왕국- 자궁의 왕국과 태양의 왕국- 사랑이- 왕복하는- 은밀한 왕이 된다.(37-38쪽)
제1권 떠도는 그림자들
제2권 옛날에 대하여
제3권 심연들
제4권 천상적인 것들
제5권 더러운 것들
제6권 조용한 나룻배
제7권 낙마한 자들
제8권 은밀한 생
제9권 죽도록 사고하다
제10권 잉골슈타트의 아이
제11권 세 글자로 불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제12권
제13권
제14권
제15권
지미니 검색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 시리즈는 총 15~16권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2024년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책들이 출간되었습니다.
Dernier Royaume (마지막 왕국) 시리즈
Ombres errantes (떠도는 그림자들) (2002)
Sur le temps (옛날에 대하여) (2002)
Abîmes (심연들) (2002)
Les Cieux (천상적인 것) (2005)
Impudiques (더러운 것) (2005)
La Barque silencieuse (조용한 나룻배) (2009)
Nuits sexuelles (성적인 밤) (2007)
Lumière du matin (아침의 빛) (2014)
Le Jardin secret (비밀의 정원) (2014)
Au bord de la vie (삶의 가장자리에서) (2015)
Les Éphémères (덧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2016)
Les Amants (사랑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 (2017)
Le Promeneur solitaire dans la forêt (숲의 거주자) (2018)
Les Sans-noms (이름 없는 자들) (2019)
Dernier Royaume (마지막 왕국) (2020)
파스칼 키냐르의 많은 책들이 있다. 전작 하며 읽고 있는 나의 유희다.
*아래는 파스칼 키냐르 매거진
한 번 읽어서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의 경우 4번째로 읽으려는 참이다.
*네이버 블로그에만 포스팅한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https://blog.naver.com/roh222/223486541042
나의 기록물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사고하는 방식이 좋아서 읽는 것 같다. 글 속에서 역사의 한 부분, 설화의 한 부분, 소설의 한 부분, 수필의 한 부분으로 이어진다.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작가이다.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제목을 다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봤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어서 궁금했다.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