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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14. 2025

소멸 무료 카지노 게임 건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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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소멸 지역, 도시가 답이다' 세미나에서 발표할 나의 주제는 "건축마을 기반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이다. 소멸 지역에 건축마을과 크리에이터 타운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있을 것 같아 사전에 배경을 설명하고 싶다. 현재 지역에 절실한 것은 자생적 혁신과 창조 능력이다. 소멸 지역의 인구가 더 줄 수밖에 없다고 해도, 남은 인구는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 구조가 도시다.


구체적으로, 군청 소재지 거점 지역에 건축마을 기반의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을 조성해야 한다. 그동안의 도시재생, 문화기획, 공동체와 상권 활성화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도시 모델라면 지역 소멸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이 아닌,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창의적 활동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통합적 공간 조성이 핵심이다.


기존 도시 공급 모델의 한계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활용해 온 도시 공급 모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도시 건설,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도시재생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들은 지역에 진정한 구심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혁신도시의 경우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이 부족해 지역 발전의 촉매제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자체 활력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도시 공급 모델이 필요한데, 그 모델을 현재 한국 지역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도시와 동네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성공적으로 활성화된 지역 원도심과 마을의 변화 사례는 지역 소멸 대응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경주 황남동, 전주 풍남동, 나주 교동, 강릉 교동의 한옥마을, 독일식 건축의 남해 독일마을, 단독주택 중심의 제주 전농로, 제주 전통 건축의 제주 세화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렇게 개성 있는 건축물이 집적된 '건축마을'들은 쇠퇴하던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건축마을'의 성공 사례와 가능성

독특한 건축적 매력을 가진 공간들로 구성된 '건축마을'은 외부 방문객과 크리에이터를 유치하고, 새로운 상업 및 문화 콘텐츠를 창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역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는 공간을 기획할 수 있는 작은 건축물이 모인 건축마을을 선호한다. 건축마을은 기존 대규모 도시 공급 모델이 해결하지 못했던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건축마을만으로 단순한 방문을 넘어 정주와 생산이 함께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건축마을을 보완하는 도시 모델이 '크리에이터 타운'이다. 건축마을이 독특한 건축적 매력으로 방문객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크리에이터 타운은 이러한 건축적 기반 위에 창의적 생산과 정주 환경을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크리에이터 타운: 소멸지역의 새로운 해법

크리에이터 타운이란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살며, 일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모델이다. 군청 소재지나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읍이나 면 소재지에 크리에이터 타운을 제안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실현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소멸 위기 지역들이 의존하고 있는 1차 산업과 관광산업만으로는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상적으로는 지역 기업 중심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지만, 그전 단계로 지역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우선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군청 소재지와 같은 거점 지역에 크리에이터 타운이 형성되면, 그곳의 크리에이터들이 상호 작용과 협업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기업을 창업하고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일자리·주거·여가) 근접 도시로서, 생산과 소비, 주거와 여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공간이다. '건축마을'이 제공하는 독특한 공간적 매력과 분위기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는 다시 지역에 새로운 가치와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규모 면에서 크리에이터 타운은 반드시 대규모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인구 2-5천 명 정도가 거주하는 원도심의 작은 동네를 선정해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핵심은 그 공간이 창의적 생산과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일상생활과 여가 활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통합적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크리에이터 타운은 복합적 도시 모델이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상업, 주거, 업무 지역에서는 다양한 도시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상업 지역에서는 도시재생과 신규 건축물 공급으로 건축마을을 조성하지만, 주택과 업무 중심 지역은 국토부의 지역활력타운과 같이 소규모 신도시, 재개발, 재건축을 활용할 수 있다. 단, 상업, 주거, 업무 지역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고, 근거리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 접근은 지역의 특성과 기존 도시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한다.


'건축마을'에서 크리에이터 타운으로의 전환과 구성 요소

'건축마을'에서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 조성을 넘어 창의적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들을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창의적 활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리에이터 타운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건축적 정체성: 개성 있는 건축물이 집적되어 독특한 경관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축마을'이 핵심이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감을 제공하고,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기존 건축물의 보존과 재활용뿐만 아니라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건축 시도도 포함된다.


중요한 점은 건축마을 조성이 단순한 하드웨어 구축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동구가 성수동의 붉은 벽돌 건축물 공급을 늘리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처럼, 주민이 합의한 동네 건축 마스터플랜에 따라 신축하거나 개축하는 건물주를 지원하는 정책적 접근(김종석 대표 제안)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식은 지역 건축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면서도 주민 참여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공간 기반 로컬 브랜드: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여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건축마을'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는 그 자체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한다.


직주락 근접성: 일하고(직), 살고(주), 즐길 수 있는(락) 환경이 가까이 위치하여 크리에이터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통합된 환경을 제공한다. 4월 22일 세미나에서 발표될 핵심 건축 전략들—황두진 소장의 "무지개떡건축(상가아파트)", 한광야 교수의 "원도심 대학 캠퍼스", 김종석 대표의 "동네 개방적 상가"—은 모두 '건축마을'을 단순한 관광지나 상업 공간에서 벗어나 생활, 일, 여가가 통합된 복합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다. 이들 전략은 크리에이터들의 장기적 정주와 생산 활동을 촉진한다.


개방적 상가와 공유 공간: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개방적인 상가와 공유 공간을 조성하여 창의적 시너지를 창출한다. '건축마을'의 물리적 공간을 사회적 네트워킹과 창의적 협업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인프라: 원격 근무와 디지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한 고품질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여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워크스타일을 지원한다. 전통적인 '건축마을'에 현대적 기술 환경을 결합함으로써,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 경험을 창출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의 단계적 전략

크리에이터 타운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많은 도시재생 프로젝트들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구현하려는 성급함에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소멸 위기 지역에서는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각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때 다음 단계로의 자연스러운 확장이 가능해지며,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된다.


'락(樂)'에서 시작하기: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직주락 도시를 조성할 때 한 번에 모든 기능(직장·주거·여가)을 완성하려 하기보다는 여가(樂)에서 시작해 점차 일자리(職)와 주거(住)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와 주거 기능을 유치해 나가는 전략이다.


건축마을 중심의 상권 활성화: 대상지 중심부의 상권에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건축물의 진입을 유도해 '건축마을'을 조성하고, 이를 일자리와 주거지 유치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중심 상업 지구는 도시재생 모델을 적용하여 기존의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맥락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크리에이터 유치 및 육성 프로그램: 지역의 특성과 연계된 크리에이터 유치 및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단순한 방문이 아닌 정착과 창작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은 창업 지원,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소규모 주거 모델 도입: 업무시설이나 소규모 재건축, 재개발 모델을 활용하여 무지개떡건축과 같은 크리에이터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 옵션을 제공한다. 주거 옵션은 1인 가구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연계: 모든 단계에서 크리에이터 타운이 지역사회와 격리된 '섬'이 되지 않도록, 지역 주민과의 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상생의 구조를 만든다. 지역사회 협력은 지역 인재 발굴, 교육 프로그램, 공동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기대 효과

건축마을 기반의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선, 창의적 환경과 직주락 근접성은 청년 인구의 유입을 촉진하여 지역 인구 구조의 개선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활동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상업 활동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독특한 건축적 정체성과 크리에이터들의 다양한 활동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소멸 지역에 대한 건축도시적 접근은 기존의 대규모 개발 중심 모델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존중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활동과 지역 자원의 결합은 그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창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토대가 되어, 단순한 경제적 회복을 넘어선 문화적 재생을 가능하게 한다.


건축마을 기반 크리에이터 타운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이다.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이나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다. 청년들이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즐길 수 있는 '건축마을'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 있는 도시 모델을 만드는 것, 이것이 소멸 위기에 처한 군청소재지를 살리는 새로운 도시재생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4월 22일에 개최될 크리에이터 문화운동 무브먼트 C의 세미나에서는 건축마을 기반 크리에이터 타운 외에도 황두진 소장의 무지개떡건축, 한광야 교수의 원도심 대학 캠퍼스, 김종석 대표의 개방적 상가 등 소멸 지역에 도입할 수 있는 다양한 건축도시적 솔루션이 논의될 예정이다.


5월 이후에는 소멸 지역의 건축 환경을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구조 혁신' 논의 외에도 현재 구조 하에서도 다양한 도시 콘텐츠의 공급을 실험하는 '콘텐츠 혁신' 방안을 토론할 예정이다. 이러한 논의가 단순한 아이디어 제시에 그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되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관심 있는 독자들의 세미나 참여와 후속 논의 과정에의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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