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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아내의 취미를 대하는
카지노 게임의 자세

카지노 게임이 누워서 핸드폰을 켜는데 익숙한 어플이 뜬다. 연예인들이 팬들과 소통하는 어플이다.

살짝 당황한 카지노 게임은 혼잣말로 "어. 안 껐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소식을 남기는 커뮤니티였다. 그 가수의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말한 후 카지노 게임이 그 가수에 대해 찾아본 듯했다.


"십이만 천 원... 십이만 천 원...." 카지노 게임은 콘서트 티켓 가격을 되뇌었다.

"(공연장이) 여의도에 있네. 지하철 타고 한 번에 가면 되네." 카지노 게임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작은 곳에서 하네." 카지노 게임이 공연장 정보를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지하철 타고 오고 있겠어." 카지노 게임은 돌아오는 시간을 확인했다.

"(콘서트) 1년에 두 번 하는 거야? 4월이랑 6월?" 카지노 게임은 콘서트 정보를 찾아보다 또 다른 공연 스케줄을 보며 말했다.콘서트에 내가 또 가게 될까 놀라는 듯했다.

"본인 콘서트 말고도 다른 행사가 또 있겠지." 나는 카지노 게임을 안심시키고 싶었다.

"아, 아니네."


"3월 27일에 예매 시작 했네? 이미 결정해 놓고 이제 말했어. 자기가 다 결정해 놓고..."

"일찍 말하면 자기가 안 된다고 할 것 같아 그랬지. 일단 예매해 놓고 상황 봐서 결정하려 했어. 팬카페에서 티켓 양도할 수 있으니까"

"그게 결정한 거지."

"마음으로는 당연히 가고 싶으니까 결정한 것일 수도 있는데,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완전히 결정한 건 아니었어." 나는 미리 상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카지노 게임은 미리 상의하지 않은 것에 실망한 듯 보였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화를 내거나 안된다고 말할 것으로 생각했는데,예상외로담담했다. 나는 그 말을 하기까지 속으로 끙끙 앓았다. 이전에 일찍 말해놓고 콘서트를 하는 당일까지 온갖 투정과 불평불만을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콘서트가 열리기 일주일 전이 되어서야 말하게 된것이다.


시부모님 밭에서 시댁으로 가는 차 안, 카지노 게임과 나 단 둘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오빠, 나 다음 주 토요일에 자유를 줄 수 있어?"

"뭐 하는데?"

"콘서트 가려고"

"그래서 네가 그 말하려고 어제 뜸 들이고 있었구나?가수 벌써 제대했어?"

"제대했지."

"가든지 말든지 해.나도 걸그룹 콘서트 찾아봐서 다 가야겠어."

"가고 싶어? 나는 음악 들으러 가는 건데"

"핸드폰으로 들으면 되지."

"그래도 되는데, 실제로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건 또 다르다고. 우리 다음에는 같이 가자."

"애들 집에 놔두고 같이 갈까?" 카지노 게임은 농담하듯 말했다.

"그땐 애들 친정에 맡기고 가든가 해야지.오빠는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내가 1년에 한 번 아이들을 맡기고 콘서트에 가니, 카지노 게임도 자신만을 위한 취미생활을 했으면 했다. 나만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이야기하기까지 여러 상상을 했다. 주말에 친정에 간다고 말하고, 아이들을 맡기고 갈까도 생각해 보았다. 카지노 게임에게 말하는 것이 겁이 났기 때문이다.그런데 그건 나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 큰일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민한 카지노 게임이기에 언젠가 말없이 콘서트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카지노 게임은 크게 화를 내게 될 것이 뻔했다. 말하지 않고 표를 양도하려고 해 보았지만 후회할 것 같았다. 계속 생각나,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카지노 게임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리 말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에도 티켓을 취소하지 않고 용기 내어 말을 꺼낸 것에 안도할 수 있었다. 공연이 있기까지 일주일이 남으니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카지노 게임이 화를 내지 않고 받아주어서 고마웠다.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한 글귀 때문이었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으로, 10장 (사랑-상대방의 강점과 미덕이 사랑을 느끼게 한다)의 한 부분이다. 안정된 사람과 회피적인 사람, 그리고 불안한 사람이 어떻게 대인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이중 회피적인 사람에 해당되었다. 회피적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고, 친밀함 보다 목적 달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한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고민이 생겨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않고 숨기거나, 말을 하면서도 화를 낸다고 한다.


나에 대해 정확하게 옮겨 놓은 듯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친밀함 보다 목적달성에 비중을 둔다고 하는 부분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내가 할 일이 있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카지노 게임과 함께 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목적달성, 이란 말이 어쩐지 무섭게 느껴졌다. 친밀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먼저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나 자신이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과의 거리감이 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고민을 숨긴다는 말또한, 나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나를 꽁꽁 싸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에게 나의 욕구를 말할 때 용기를 내야 했고, 카지노 게임의 부정적인 반응이 떠올라 두렵고 막막했다. 말하는 것을 미루고 또 미루었지만, 원하는 것을 하려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무거운 짐을 얹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번의 경험을 통해 카지노 게임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이유는 안심하기 위해서였다는 울림이 왔다. 콘서트 가격에 대해 비싸다거나돈 없다면서 표를 어떻게 샀냐 라는 말을 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마저도 예상에서 빗나갔다. 긍정적인 빗나감이었다. 어떻게 샀냐고 묻긴 했어도 그 가격에 대한 평가의 말은 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에게 가장 고맙게 느끼는 한 부분이다. 카지노 게임이 벌어온 돈으로 나에게 쓰는 것이눈치가 보였기때문이다.카지노 게임 자신에게도 쓰지 못하는 돈을 나에게 쓴다 생각하니 미안했다.


나는 카지노 게임에게 물었다.

"오빠가 하고 싶은 건 뭐야?"

"일하지 않고쉬는 거. 언제 하게 해 줄 거야?"

"그러게, 나도 그렇게 해주고 싶네."


카지노 게임을 쉬게 해 줄 수 있는 아내가 되고 싶다. 내가 글을 열심히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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