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날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찾기 위해 집 근처를 몇 번이고 빙빙 돌았다. 한 바퀴를 돌았을 때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으면서도 그 자리를 돌고 또 돌았다. 카지노 게임이 위치 추적 해 대략 위치를 알려준 후에도 반복해 돌았다. 해는 져가는데 핸드폰은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불안했다.
핸드폰이 보이지 않자 카지노 게임에게 전화를 했다.
"아까 내가 보내 준 사진 못 봤어? 위치가 학교 체육관 쪽으로 나와있잖아."
"아까 오빠(카지노 게임)가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고 학교 바운더리에 있을 테니 그 주변을 잘 찾아보라고 했잖아."
"내가 사진 잘 보라고 했잖아. 학교 안에도 찾아보라고."
"오빠가 학교 주변에 있을 거라 해서 계속 찾아본 건데... 알았어 학교 안에도 찾아볼게. 그런데 시간이 늦어져서 선생님들도 다 퇴근하셨을 거고 문도 닫혀있을 테니 월요일에 찾아봐야 할 것 같아."
"핸드폰 잃어버렸을 때가 몇 시였는데 이제 전화한 거야? 낮에 들어가 봤으면 됐잖아."
사실 나는, 아이가 낮에 핸드폰을 잃어버린 후 카지노 게임에게 전화하면 핸드폰이 있는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화를 낼까 두려워 바로 전화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평소 카지노 게임이 아이들 핸드폰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글 계정을 통해 위치 추적을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혼자 찾아보려고 했다. 핸드폰 번호로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비용을 내면서까지 시도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고민 끝에 카지노 게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응"
"바빠요?"
"괜찮아. 왜?"
"선혜랑 같이 성혜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선혜 핸드폰을 잃어버렸어. 위치 추적해 줄 수 있어?"
"지금 볼게. 학교로 나오는데 정확하게 학교인지는 알 수 없어. 그 주변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핸드폰 떨어뜨렸어?"
"그런 것 같아. 핸드폰이 든 가방을 킥보드 손잡이에 걸어놨었는데 가다 보니 없대. 잠시 세워 두었을 때 떨어진 것 같아."
"응. 위치 나와있는 사진 보냈어. 봐봐. 그 바운더리에 있을 거야."
"알았어. 학교 주변에서 찾아볼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카지노 게임은 너무나도 차분하게 답을 해주었다. 화를 내지 않았다. 아이가 칠칠 맞다고, 너는 잘 보지 않고 뭐 했냐고 탓하지 않았다. 아이의 물건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원하는 그대로 위치를 알려주니 안심이 되었다. 그 말투가 어찌나 편안하게 느껴지던지 전화하기 위해 뜸을 들였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카지노 게임이 알려준 대로 찾아보고 또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아 여러 번 전화 했을 때, 그제야 카지노 게임은 짜증이 나는 듯했다.
핸드폰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걱정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첫째 아이는 본인이 직접 찾아보겠다고 학교로 갔다. 막 씻고 나온 둘째 아이도 합류했다. 아이들은 운동장 곳곳을 샅샅이 살피고 돌아다녀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카지노 게임이 핸드폰 위치가 학교 체육관 쪽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학교를 방문했을 때 체육관 맞은편에 있는 분실물 코너를 보았었고, 그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핸드폰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당시에는 어떻게든 혼자서 찾아보려 애썼다. 카지노 게임한테 이야기할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 내 마음과 달리 찾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자 답답함이 밀려왔다.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카지노 게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예상과 달리 카지노 게임은 원래 그랬던 사람처럼 차분하게 반응했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니 카지노 게임은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해주었다. 화를 낼까 두려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편안함이 찾아왔다. 어떻게 카지노 게임이 화를 내거나 나를 탓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주었던 걸까?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에 의하면, 부탁을 할 때에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모호한 표현을 피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당황한 마음에 '어떡하지? 누가 가져갔으면 어떡하지?'라고만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카지노 게임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중에, 신경 쓸 거리가 생기니 짜증이 났을 듯하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보고 찾으라는 거야? 잘 보지 않고 뭐 했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바로 반응해 주니 카지노 게임과의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옅어졌다. 부탁하면 나를 탓할 것이라는 생각이 카지노 게임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었던 듯하다.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표현하니 소통과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카지노 게임에게 도움을 청할 때 솔직하게 원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반응해 주는 카지노 게임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