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본 면접이 나쁘지 않았는지 그 이후 한 번 더 작가님의 연락이 왔었다. 계속되는 불안정한 회사 사정 때문에 또 거절을 하고, 여기랑은 아무래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할 때쯤 9월에 또 한 번의 전화가 왔다. 겨울에 카지노 게임 추천를 가자는 연락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나는 그 단어에 꽂혔다. 내가 혼자서는 또는 친구들이랑은 한평생 자발적으로 가지 않을 것 같은 그 먼 곳. 그런데 그 미칠듯한 추위는 어쩐다. 재작년 친구들이랑 1월에 갔던 태백산 여행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그때 나는, 등산을 하는 1시간 30분 동안 계속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를 견디지 못해 욕을 하며 걸었고 정상을 밟자마자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하산을 했다. 내려와서는 뼛속까지 깊게 스며든 추위가 가시질 않아 눈물을 찔찔 흘렸더랬다. 나이 38에 춥다고 우는 내가 카지노 게임 추천라는 목적지에 꽂혔다니 앞뒤가 안 맞아도 한참이 안 맞았다. 그러나 나는 덥석 물었다. 이번에 못 가면 아마 그토록 비싼 카지노 게임 추천나 북유럽을 갈 수 있는 기회는 오래도록 없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아무런 조예가 없는 내게 같이 가자고 하는 걸 보면 지금 방송팀도 나만큼이나 무모한 결정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느 한쪽이 먼저 이성을 찾기 전 냅다 추진해야겠다. 그렇게 우리는 첫 만남 후 9개월 만에 다시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J다.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 좋아한다. 계획대로 리드하는 것을 좋아한다.계획대로 안 된다고 해도 스트레스는 잘 받지 않는다. 플랜 B도 모자라 C까지 리스트에 두는 독한 J 오브 J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계획대로 해야 되기 때문에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설레발치는 과정이 가장 즐겁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설명대로라면 이 기나긴 여행을 큐레이팅하는 역할이라니! 어쩌면 내게 아주 딱 맞는 역할일지도?라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뭘 큐레이팅해야 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알지 못하였으나언제나 그렇듯 우선 철저한리서치를 시작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방송을 하나씩 찾아보고, 카지노 게임 추천에 관련된 중고 서적을 2권 구매했다. 어느 한 방송에서는 북극탐험가가 카지노 게임 추천의 지형에 대해 탐구하고 있었는데 반나절을 밖에 있다가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는 모습이 비쳤다. 컴컴한 배경에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그 영상을 보던 날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에 가서 살려달라고 우는 악몽을 꿨다. 그리고 경솔한 나 자신을 쉼 없이 욕했다. 내가 왜 내 주제를 모르고 여길 따라간다고 했을까. 그때 느닷없이 귓속에서 들리는 박명수 오빠의 목소리.
나는 다시 명수 오빠의 명언을 벗 삼아 용기를 내었다. 그리고 다시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해 열심히 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구매했다. 핫팩 한 박스, 파쉬(보온물파우치), 두꺼운 양말, 발열 내복 세트 3개, 얼굴 바람막이, 귀마개, 방한 바지, 등. (나중에 지급되는 출연료가 있지만 쓸데없이 미리 산 것들만 해도 출연료의 1/3은 쓴 것 같다.) 내 서재는 그렇게 구매한 준비물들로 공간이 조금씩 가득 차 창고가 되었다.
여행 출발 2주일 전, 명동 아이더샵에서 피디님과 잠깐 조우하던 날 그가 내게 물었다.
아….? 갈등….? 그렇다. 나는 잠시 착각했었다. 이건 나의 여행이 아니다. 나의 여행이지만, 내가 기획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 아니며 내가 리드하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큐레이터라는 명칭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것 같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피디님과 작가님들이 콘셉트를 짜고, 전체 그림을 구상하고 나는 그 안에서 열심히 리포터가 되어 진행을 하는 것일 뿐.
그리고 며칠 뒤, 여행이 딱 1주일 남은 주말 밤 피디님에게 문자가 왔다.
전화 속 피디님은 아주 곤란하다는 목소리로 카지노 게임 추천 여정이 취소되고 급하게 페로제도라는 곳으로 목적지를 변경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래도 여행을 함께할 수 있겠냐는 질문과 함께. 난생처음 들어보는 페로제도라는 이름을 빠르게 노트북으로 검색했다. 덴마크령의 제도, 아이슬란드 옆에 붙어 있는 곳. 1년에 360일 정도가 비가 온다는 곳. 검색 상단에 나오는 정보는 그 정도였다. 그동안 열심히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해 공부한 것들이 떠올랐다. 서재에 널브러져 있는 핫팩 한 박스가 날 향해 웃고 있었다. 헛웃음이 났다. 하하하. 저것들은 다 당근마켓에 나눔 해야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