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EBS 세계테마기행팀과 3주간 덴마크와 페로제도를 다녀왔다. 주변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떻게 세계테마기행을 갔다 오게 되었는지, 실제 촬영이 어땠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역시 많아 아주 그냥 싱싱한 날것으로 그 이야기를 담아보기로 했다.
인간의 본성이란 참으로 기이하여, 혼자 쓰는 일기장도 필터링된 사실과 거짓을 오가며 쓴다는데 나는 최대한 본성을 거슬러볼 참이다. 그러나 모든 세상의 이야기가 그렇듯, 이 이야기는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나의 경험만을 토대로 쓴 것이므로 다른 참가자들이 들려주는 후기와는 매우 다를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더불어 3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기간 동안 일기장에 쓴 기록들을 바탕으로 기억을 열심히 되짚어 쓴 부분들이 있으나, 참으로 신기하게도 귀국 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힘들고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어느새 많이 씻겨나가고 흐려져 본의 아니게 미화(?)된 부분도 있다.
귀국을 하자마자, “어땠어”라고 묻는 남편에게 “어후, 두 번은 절대 못 가! 난 이제 평생 네 옆에서 하루도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했던 나 자신. “와! 페로제도 풍경은 어땠어?” 묻던 친구에게 “풍경, 풍경이라,,, 생각이 잘 안나네,,, 어땠더라,,”라고 했던 나 자신. 그때의 나 자신은 그사이 어디로 갔는지 지금 내 뇌의 해마는 “아흐 페로제도, 참 좋았지!” 라며 왜곡된 기억만 꺼내놓는다. 희한하다. 여행을 함께했던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를, 힘들었던 걸 홀랑 잊고 한 번 더 촬영을 갔다가 자책을 하는 출연자가 있었다기에 참 그 사람 어리석기가 짝이 없구먼 쯧쯧거리며 웃었더랬는데, 고작 3개월 만에 그 출연자가 이해될 지경이라니. 세계테마기행 촬영은 이렇게 얄팍한 나의 기억, 마음, 욕심, 어리석음 따위를 되짚어보는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힘듦과는 별개로 이 경험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잊지 않는다. 나까짓게 뭐라고 이런 호화를 누렸나. 한평생 가볼까 말까 하는 (아니, 사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는 그런 섬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했으니 가볼 일이 거의 없었을) 페로제도를 가고. 3주간 배앓이 한 번 하지 않고, 사고 없이, 감독님 피디님과 크게 다투지 않고, 크게 실수하지 않고,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고, 무던히. 그렇게 다녀온 곳의 영상 기록을 앞으로 심심할 때마다 유튜브에서 한 번씩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 하나하나가 사실은 아주 무수한 운이 따라주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그 무수한 운의 소용돌이안에서 헤엄치던 2024년 가을의 나를 용기 내어 꺼내 보여주고싶다.
-친구: 그래서, 다음에 또 가자고 하면 갈 거야?
-나: 아유 크레이지? 절대! 네버! 난 결단코 왜곡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야!! (말함과 동시에 유튜브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위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