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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문규 Apr 06.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애국' 한시, 「성 쌓는 괴로움」 외

조선시대 세 명의 유명한 여인이 있다.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이 그들이다. 신사임당이 ‘착한’ 여자, 황진이가 ‘멋진’ 여자라면 허난설헌은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나쁜’ 여자였다. 그녀는 남편과 금슬도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식을 앞세우고 스물일곱 나이에 요절했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남긴 한시 작품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문인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고 그녀를 역사에 길이 남을 여성 지성으로 평가한다. 허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허엽의 셋째 딸로 강릉 초당에서 태어났다.


허엽의 집안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 집안이어서 허엽과 아들 삼 형제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까지 합해 이들을 '오(五) 문장가'라고 부른다. 그녀의 시작품의 성취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도 있었지만 아버지와 형제들의 가르침과 도움으로 그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얘기들을 한다.


그럼에도 앞서 얘기했듯이 허난설헌은 ‘나쁜’ 여자다. 실제 당대 사람들은 그녀의 문학적 성취를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던 것 같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면 그녀를 칭찬하면서도 경멸하고 무시하는 듯한 내용이 반복해서 나온다.


가령 난설헌이 남편과 금슬이 좋지 못한 일을 얘기하면서, “여염집 여자로서 시를 짓는다는 건 좋을 일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 “여자로서 꽃다운 이름이 중국에 퍼진 건 영광이라 하겠지만, 규중여인이 글을 짓는다는 것은 본래 아름다운 일이라 할 수 없다”고도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는 주로 신선세계를 꿈꾸는 선계시(仙界詩), 또는 애정을 고백하고 추구하는 사랑의 시들이다. 사대부들이 마뜩지 않아했을 법도 하다. 단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여러 행적과 이야기들을 들을 때, 그녀에게 그런 시들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의 아우 허균은 시대의 반항아가 아니었던가? 허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과연 자신이 살던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했고, 혹시 그런 것들이 시에 나타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갖고 있었다.


우연히 북한에서 8‧15 해방 15주년 기념으로 1960년 출간된 『애국한시선』이라는 앤솔로지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썼다는 몇 편의 한시들을 보게 됐다. 번역은 정학모라는 이가 했다. 그는 해방직후 서울대 사범대 교수를 하다가, 월북해 김일성대학서 한문학 강의를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애국한시선』에 실린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들은 실제 그녀의 작품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그런 자세한 사정을 여기서 살펴볼 수는 없고, 허난설헌이 굳이 아니더라도 조선의 어떤 여인이 이런 시를 썼다고 생각하면서 이 시를 읽어봐도 흥미롭다.


그중 첫 번째가 「성 쌓는 괴로움」이라는 제목의 시다.

(一)

천명 사람 덤벼들어 달구질하니

땅 밑까지 와릉와릉 퍼져 울리네.


높은 성 쌓노라고 갖은 애 다 쓰건만

성을 지킬 좋은 장수가 있기나 할까

(二)

성을 쌓네. 또다시 성을 쌓네.

높이 쌓아야 외적을 막아낼 걸세.


외적들이 더욱더 많이 덤벼든다면

그 성도 또 막아내지 못하지나 않나


허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1563년에 태어나 1589년에 죽었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지배층은 전쟁을 대비해 백성들을 동원해 성을 쌓는다. 시인은, 백성들이 성을 쌓는 괴로움을 겪지만, 과연 성을 지킬 좋은 장수, 즉 지배계급은 막상 이에 상응한 대비를 하고 있는지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낸다.임진왜란은 곧 이를 입증한다.


다음은 「가난한 집 처녀의 노래」라는 제목의시다.

(一)

이슥토록 길쌈질에 여념이 없어

추운 밤에 바디 소리 짤깍짤깍 울려 퍼지네.


이제 짜는 비단도 한 필은 되련마는

종내 이것마저 뉘 집 색시의 옷감이 되고 마려나

(二)

손에 가위 잡노라면

밤도 차서 열 손이 곱아드네.


남의 혼수만 만지고 있는 신세

신랑 맞이할 길 없어 나 홀로 늙어 가네.


단순히 노처녀의 한탄이 아닌, 계급차이서 빚어지는 가난한 여인의 경제적 소외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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