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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9시간전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도 젊은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정정한다. 어린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어느 순간 카지노 게임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여간해선 아프지 않다.

체력이 좋다고 늘 다행이다 생각했다.

어린 시절 절기에 계절에 맞춰 찬 바람이 불 때면 어김없이 카지노 게임에 걸렸다.

어떤 날엔 목이 붓고 침을 삼키기가 어려워 기침을 할라치면 목이 아팠다.

기침이 심하면 뱃가죽이 몹시도 당겨와 배가 아프기도 했다.

그것은 위장의 아픔이 아닌 근육의 통증이었을 것이다.

다른 날엔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콧 속은 돌덩이에 막힌 동굴 입구처럼 막혀왔다.

숨쉬기가 어려워 입을 벌려본다. 침이 바싹 말라와 다시 다 물어본다.

콧물은 줄줄 흐르는데, 숨은 쉬기 힘든 기가 막힌 상황이다.

거의 열을 동반하는데 몸이 뜨거워지고 이마가 후끈하다.

몸이 무겁고 오한이 든다.

엄마를 따라 병원에 가서 카지노 게임약을 처방받고, 엉덩이에 주사도 맞는다.

약을 먹으며 잠이 오고 몽롱한 기분이다.

이때가 아이러니하게도 좋았다.

몸과 이마는 뜨끈하지만 나른해지는 기분.

한잠 자면서 땀을 푹 흘리고 나면 살짝 추운 기운이 들지만 점점 가벼워지는 몸이 회복됨을 느낀다.

이마에 올려지는 찬 수건, 아픈 내 옆에서 티브이를 보며 중간중간 깨는 나를 다시 재우는 엄마.

귀에 어렴풋이 들리는 미국드라마 <미녀와 야수, 현실인지 영화인지 혼자 눈만 껌벅이다 다시 잠들면

어느새 열을 내려가있다.







이런 몽환적인 느낌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카지노 게임에 걸린 날이 마냥 싫지 않았던 것은.

귤이나 오렌지맛 주스를 마시고, 죽을 넘겼던 그날 오후도.

어른이 되어 갈수록 카지노 게임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잠깐 왔다가도 어느새 달아나버렸다.

몸이 무겁고 머리가 몽롱해도 어느새 평소의 나로 돌아온다.

어쩌면 어른이 된 이후로, 정확히 말하면 아이를 낳고 내 몸의 영양소가 분리된 이후로 몸은 늘 이 상태가 아니었을까.

몽롱하고 누워 있고 싶은, 근육이 없어서 더 힘든 그런 상태.

늘 카지노 게임 걸린 사람처럼 은근한 열이 감도는 몸.








오랜만에 목이 부었음을 느낀다.

편도가 부은 것 같다.

날씨를 체감하지 못하고 반팔 셔츠를 입은 탓일까.

어정쩡한 봄은 꽃잎을 감추고 쌀쌀한 비를 내렸다.

갑자기 맞이하게 될 여름이 다소 긴장된다.

작년처럼 습한 계절이 된다면 그동안 사랑했던 청량한 여름이 다신 오지 않을까 봐.

내일 아침 곧바로 이비인후과에 가야겠다.

길 건너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약을 털어놓고 몽롱한 기분에서 어서 벗어나야겠다.







카지노 게임에 걸린 것 같다.

아직은 젊은가 보다.

어리지는 않아도 젊음을 이렇게 확인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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