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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r 28. 2025

카지노 게임 온 지 6년. 이제 나는 6살.

2025년, 내가 올해 스스로에게 준 미션은 '정리하기'다.


2019년, 처음 카지노 게임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카지노 게임 생활에 적응하느라,

만 네 살 아이를 키우느라,

영어 어학원을 다니느라,

디자인 대학원 과정을 마치느라,

영어 시험을 준비하느라,

글을 쓰며 나 자신을 성장시키느라.

이렇게 6년이 흘렀다.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기보다, 여유를 누릴 줄 몰랐다.늘 무언가를 갈망하며 조바심 속에서 살아온 듯하다.그래서 올해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고, 벌려놓기만 했던 일들을 마무리하며, 무엇보다 나에게 여유라는 여백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루틴으로 정한 것 중 하나는 '1일 1정리'였다.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모든 것을 포함한 정리하기다. 어제는 중요한 서류들을 정리했고, 오늘 새벽에는 네이버 아이디와 내가 적어놓은 글들을 정리 중이었다. 그리고 처음 카지노 게임에 와서 써놓은 일기를 발견했다.




2019년 내 생일날.


첫 글을 쓴다.


4달 전부터 카지노 게임 시드니에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울려대는 내 알람 시간은 4시다. 밤 동안 차가워진 아이들 방에 히터를 켜주고, 나는 겨울 가운을 찾아 입는다. 거실 책상에 앉아 스탠드 불만 켜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영어원서를 매일매일 읽고 있다.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난 줄거리에 금세 이야기로 빠져든다. 뜻을 모르는 단어를 색연필로 표시를 해 두니 깨끗하고 빳빳했던 책이 알록달록 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소설책이었던 책이 한 장 한 장 영어공부 책으로 변해가고 있다. 내 책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


2019.05. 21 화요일


딸아이를 등교시킨 후, 딸아이 방 청소를 하는 사이. 상어 인형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 놓여있던 자리로 가져다 놓았다. 이번엔 화장실 청소하는 사이, 또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들이 나 몰래 귀여운 짓을 하고 있나 보다. 아들에게 상어가 왜 자꾸 여기 있는지 물으니 엄마가 없으니까 엄마 대신이란다. 다시 보니 그 모습이 딱 내 모습 같다. 에구구.. 하며 털썩 주저앉아 허탈해하는 내 모습.





2019. 05. 30 목요일


이틀 전부터 집 밖에서 파도소리 같고 빗소리 같은 바람 소리가 들린다. 나무가 휘청휘청 거르며 흔들린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갑자기 추워졌다고 해도 한국 계절로 치면 11월의 쌀쌀함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여전히 오후에는 따가운 햇빛에 눈을 찌푸릴 만큼 뜨거운 가을 날씨다. 해는 내 눈높이를 맞추며 낮게 떠서 집안 안쪽까지 깊숙이 비추며 하루 종일 집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 덕분에 바닥 난방이 없는 카지노 게임 집에서 아들은 아직도 반팔을 입고 땀 흘리며 놀고 있다.





2019.05.28 화요일


언젠가부터 생일이 지나면 성장통을 겪는 듯 수많은 생각들로 며칠은 우울해지곤 한다. 외국에 나와 있으니 더 많은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나에게는 힘든 일이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금세 해결했을 일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마음이 더 답답하기도 하다. 결국은 신랑에게 전화하고, 엄마한테 투정도 부려보고, 월요일 아침부터 친구들을 붙잡고 수다도 떨어봤다. 그래도 끊임없이 한숨을 쉬고 있으니 어찌해야 하나 며칠을 끙끙거렸다. 그리고 오늘. 그냥. 잊자. 성장통이구나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무슨 일이든 결론은 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버려서일까.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서 조언해 주는 이들이 있으니 그동안 나는 잘 살아왔구나 싶다.











'그때의 나'를 마주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 시절의 글 속에는 솔직한내가 있다.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글이기에, 나의 솔직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진심이 담긴 이야기들이다.그때의 나의 글에는 내가 보이고 아들과의 일상이 보이고, 카지노 게임의 자연이 보인다. 그리고 어린아이 같았던 내 안의 순수함도 그대로 보인다. 이러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과거의 내'가 부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더 부러워하지 않을까? 어느새 마음이 벅차오르고, 감사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는 '6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힘겨운 순간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지금의 나는 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장해 있어. 네 마음속에 품었던 많은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고 있거든. 그래서 고마워. 꿈을 많이 꾸어줘서.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그러니 그 모습 그대로 잘 간직해 줘.

흔들리지 않고 지내줘. 그러면 좋은 인연이 너를 찾아올 거야.

네가 꾸는 꿈들이 하나씩 너에게 다가올 거야.


카지노 게임서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으로,

여섯 번째 해를 맞이할 때쯤,

너는 더 자유롭게,

더 단단하게 성장해 있을 거야.


학교도 다니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더 많은 꿈을 꾸며,

설렘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거야.


카지노 게임의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로. 당당하게.


그리고 하나 부탁할게. 매일매일 그렇게 일기를 써줘. 바쁘다고 일기를 쓰지 않았던 날들이 문득 궁금해지면서 그리워지네. 그리고 나도 다짐을 해야겠어. 나만의 일기는 꼭 매일 써야겠다고.


고마워.


2025년 3월 28일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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