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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Feb 19. 2025

마츠모토 타이요 - 루브르의 카지노 쿠폰

마츠모토 타이요 - 루브르의 카지노 쿠폰


카지노 쿠폰


천재작가 마츠모토 타이요는 그의 최근 작품 '루브르의 카지노 쿠폰'로 두 번째 '아이스너상'을 받았다. 루브르 박물관에 사는 카지노 쿠폰들과 그곳에서 일하는 가이드, 학예사, 복원사, 경비원 등의 인물이 서로 인연을 맺으며 그림과 개인의 삶이 깊은 관계를 맺는 이야기다. 카지노 쿠폰들이 종종 의인화 하는 장면을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 카지노 쿠폰 '눈송이'의 성장 드라마이면서, 헤어진 가족에 대한 신화적 해석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회화가 등장하는데,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하지 않는 그림이고,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그림이다. '루브르의 카지노 쿠폰' 책 앞부분에 두 페이지로 원화를 사진으로 옮겼는데, 이 그림은 여느 그림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사랑의 신의 죽음'이고, 작가는 '앙리 르랑베르'인데, 또 다른 이름이 등장한다. 이 그림에 개입한 또 한 명의 작가는 '앙뚜안 카롱'이다. 하나의 작품에 두 명의 작가가 개입되어 있다는 건 어딘가 석연치 않다.

만화에서 세실은 루브르 박문관 가이드로 일한다. 가장 인기 많은 '모나리자'를 비롯 많은 작품을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일인데, 그는 아버지가 갑작스레 병을 앓게 되면서 아버지를 간호하려고 다니던 학교(보자르 : 프랑스 국립미술학교)를 마치지 못한다. 이후 세실은 학업을 마치지 못한 걸로 보인다. 그는 미술 분야를 공부해 대학에 남거나,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학예사로 일하거나 그림 복원사로 일하는 등 계획이 있었겠지만, 그는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로 일한다. 세실의 내면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있겠으나 현실을 차분하게 살아간다. 세실은 루브르 박물관을 떠나 규모는 작지만 전문적인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어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그는 약간의 실망감을 간직하고 있다.

카지노 쿠폰 박물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마르셀은 무려 50년을 근무한 노인으로, 그의 증조할아버지도 카지노 쿠폰에서 복원 목수로 일했던, 카지노 쿠폰와 인연이 깊은 노인이다. 마르셀은 어릴 때부터 간직한 비밀이 있는데,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비밀을 세실에게 털어 놓는다. 자기 누나 아리에타가 어릴 때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마르셀의 이야기는 누구도 믿기 어려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세실은 마르셀의 말에 귀 기울인다. 그리고는 카지노 쿠폰가 소장한 모든 회화를 담은 도록을 마르셀에게 건넨다. 그동안 마르셀이 누나가 들어간 그림을 발견할 수 없었던 건, 그 그림이 전시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림은 도록에 실려 있었고, 그림 제목은 '사랑의 신의 죽음'이었다. 세실은 이 그림의 행방을 사무실에 문의했고, 그림은 복원 작업을 하려고 복원사 샤를 드 몽바롱의 작업실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세실은 샤를 드 몽바롱의 작업실을 찾아간다. 몹시 까다로운 성격의 몽바롱은 약속 없이 찾아온 세실을 예외적으로 만나는데, 알고보니 예전 '보자르'에서 몽바롱이 교수로 회화 복원 강의를 할 때 세실이 학생이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세실은 '사랑의 신의 죽음'을 보고 싶다고 말하고, 카지노 쿠폰 야간 경비원 마르셀의 사연을 몽바롱에게 들려준다.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서 핀잔을 들을 걸로 생각했던 세실은 몽바롱에게 뜻밖의 말을 듣는다. 몽바롱 역시 오래 전에 루브르에서 '그림출입자'의 존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으며, 그들은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세실이 마르셀에게 누나 아리에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온전히 믿지 않았지만, 몽바롱이 마르셀의 이야기를 인정하면서, 마르셀의 환상, 착각으로 여겼던 이야기는 이제 현실의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몽바롱은 세실을 '사랑의 신의 죽음'이 보관된 곳으로 안내하고, 그림을 보여준다. 세실은 데리고 온 카지노 쿠폰 '눈송이'를 그곳에 내려 놓고 나와 문을 닫고 조용히 '눈송이'를 지켜본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사랑의 신의 죽음' 앞에서 그림을 바라보던 '눈송이'는 어느 순간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듯 보이면서 사라진다. '눈송이'는 그림 속 세상으로 들어가고, 천사의 안내를 받아 아리에타를 만난다.


루브르 박물관 건물 꼭대기 다락방에는 카지노 쿠폰들이 산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공간에 카지노 쿠폰들은 거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간다. 카지노 쿠폰들이 사는 공간을 드나드는 사람은 야간경비원 마르셀이 유일하다. 카지노 쿠폰들도 마르셀이 오는 걸 환영한다. 마르셀은 카지노 쿠폰 먹이를 가져오고, 대를 이어 살아오는 카지노 쿠폰들을 보살핀다. 프랑스에서 건물 꼭대기나 지붕에 사는 카지노 쿠폰는 '프랑스혁명'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단턴이 쓴 '카지노 쿠폰 대학살'을 보면,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 빠리의 인쇄업자와 인쇄노동자들의 일상에서 인쇄노동자들의 형편 없는 노동 조건과 천대받는 일상이 있었고, 부르주아들이 기르는 카지노 쿠폰와 떠돌이 카지노 쿠폰들이 밤새 울어대면서 잠을 못 잔 노동자들이 카지노 쿠폰를 잡아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부르주아가 기르는 카지노 쿠폰를 학살하면서, 노동자들은 자본가, 부르주아의 악행을 응징하려는 감정이 쌓이고, 개돼지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던 노동자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다.

루브르 박물관 옥탑에 카지노 쿠폰가 살고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설정인데, 카지노 쿠폰는 세계 여러 대륙에서 비슷한 이미지를 갖는다. 카지노 쿠폰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고, 매우 독립적으로 행동하며, 사람이 사는 공간과 자연을 오가며 생활하며,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의심을 받고, 지옥의 전령이라는 상징이 있으며, 마녀의 심부름꾼이면서 영원히 죽지 않는 동물로 알려졌다. 이 만화에서 카지노 쿠폰들은 자주 '의인화' 한다. 카지노 쿠폰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사람을 카지노 쿠폰로 바꿨다는 말과 상통한다. 이때 사람이 되는 카지노 쿠폰나, 카지노 쿠폰가 되는 사람은 외모만 다를 뿐, 그들이 놓인 사회적 위치는 동일하다. 카지노 쿠폰들이 옥탑에 사는 건, 가난한 도시빈민을 상징한다.

옥탑방 카지노 쿠폰는 도시빈민이면서 가족이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진 개인들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탈락된 카지노 쿠폰(사람)들이고, 모르는 카지노 쿠폰(사람)들이 모여 유사 가족을 이룬다. 카지노 쿠폰의 세계나 사람의 세계나 주류에서 밀려나 사회에서 도태, 탈락되어 변방으로 밀려나는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고, 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무리를 이룬다. 루브르 박물관 옥탑에 사는 카지노 쿠폰들 사이에서 막내 '눈송이'는 성장하지 않는다. 그건 50년 전,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마르셀의 누나 아리에타도 마찬가지였다. 성장하지 않는 건,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에 사는 걸 부정하는 상징적 태도다.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에서 주인공 오스카가 성장을 멈추는 것도 추악한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눈송이나 아리에타는 모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존재들이며,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걸 인지하고, 바뀌지 않는 현실에 절망한다. 눈송이도 어릴 때 버림받았고, 아리에타의 가족사는 나오지 않지만, 카지노 쿠폰 박물관과 인연이 깊은 마르셀의 집안이라서 그의 증조할아버지부터 줄곧 카지노 쿠폰 박물관에서 일하는 부모를 따라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많다. 아리에타가 가진 신비한 능력은 '그림 출입자'라는 존재인데, 그림과 대화하고,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복원사 몽바롱도 전해 들어 알고 있다.

세실은 '그림 출입자'의 존재를 몰랐지만, 마르셀의 말을 들은 이후 그의 누나 아리에타가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믿고, 마르셀이 기억하는 그림을 찾는다. 그 그림이 바로 '사랑의 신의 죽음'이었고, 그 작품을 복원하려는 몽바롱을 찾아가는 길에 쇠약해진 눈송이를 데려간다. 이건 세실이 의도한 것으로, 마르셀이 하는 말을 듣고 문득 마르셀의 누나 아리에타와 카지노 쿠폰 눈송이의 모습이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도 자라지 않는 몸집, 날이갈수록 야위어가는 모습에서 어쩌면 눈송이가 '그림 출입자'의 능력을 가진 건 아닐까 생각한 것이다.


세실의 예상대로 몽바롱의 복원 작업실에서 눈송이는 갑자기 날뛰는데, 몽바롱과 세실이 '사랑의 신의 죽음'이 보관된 창고에 눈송이를 들여보내고, 세실은 조용히 눈송이를 지켜본다. 눈송이는 오래도록 그림을 바라보다 마침내 그림 속으로 들어가면서 사라진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눈송이는 사람으로 바뀌고, 그곳에서 아리에타를 만난다. 아리에타는 오래 전부터 눈송이를 불렀고, 눈송이는 어디선가 들리는 그 목소리 주인공을 마침내 만난다.

아리에타는 눈송이에게 말한다. '이곳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꿈'과 같은 곳이라고. 그는 눈송이를 만나기 전까지 잊고 있었던 동생 마르셀을 기억한다. 그림 속에서 아리에타는 행복하고, 과거를 모두 잊었으며, 산들거리는 바람과 맛있는 음식과 천사들의 노래를 들으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간다. 눈송이도 이곳이 행복과 즐거움만 있는 곳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눈송이는 자기를 살려주고 대신 죽은 '톱날'을 만나고, 영원히 함께 살자는 아리에타의 말에도 '춥고 냄새나는 그곳'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리에타도 함께 그림 밖 세계로 가자고 말하지만, 아리에타는 끝내 그곳에 남겠다며 목에 차고 있던 회중시계를 눈송이에게 건낸다. 동생 마르셀에게 전해 달라고.

눈송이는 카지노 쿠폰 박물관 야간경비원 마르셀의 어릴 때 기억을 현실(현재)로 끌어내는 존재다. 그는 마르셀의 누나 아리에타가 준 회중시계를 목에 걸로 그림 밖으로 나왔으며, 전설처럼 떠돌던 '그림 출입자'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확인시켰다. 현실과 마법이 혼재되는 상황에서, 마르셀의 기억은 마법으로 존재했지만, 눈송이로 인해 현실(현재)이 된다. 그 결정적 물증은 아리에타가 가지고 있던 회중시계였고, 마르셀은 그 시계를 가슴에 품으며 회환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아리에타는 끝내 밖으로 나오길 포기한다. 아리에타에게 현실은 사랑하는 동생 마르셀을 만나는 것보다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리에타는 동생 마르셀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지만 동생 마르셀이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었어도 아리에타는 그림 속에서 여전히 어린 아리에타로 살아간다. 아리에타는 '피터팬 컴플렉스'가 있었던 걸까. 성장을 스스로 멈추는 사람은 외부의 환경이 바뀌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장 안온한 상태에 머무르고 싶어하지만, 외부의 시련을 겪으며 사람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하고, 점차 인격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성장하기를 포기한 아리에타를 비난할 수는 없다. '피터팬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 역시 그들만의 고통이 있을 것이고, 외부의 압박과 압력에 짓눌린 상태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너는 왜 그러냐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누구도 아리에타나 오스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리에타는 눈송이를 통해 자기가 가졌던 회중시계를 동생 마르셀에게 보낸다. 누나 아리에타가 마르셀을 잊지 않았다고,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고. 50년이 지난 회중시계는 초침이 움직이고, 잘 작동한다. 이 회중시계는 마르셀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로 이어지는 가족의 핏줄을 상징한다. 마르셀은 어릴 때 누나가 사라지면서 가족(핏줄)이 끊겼다고 생각했고, 평생 외로움에 시달렸다. 이제 노인이 된 마르셀은 누나가 지녔던 회중시계를 되찾고, 시계의 초침을 통해 아리에타와 연결되며, 다시 핏줄이 이어지는 걸 느끼고는 감격한다.


마르셀은 누나 아리에타가 어떤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고 기억하고 있었으며, 누구도 믿지 못할 이야기를 세실에게 털어 놓았다. 세실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축제 행렬처럼 보이고, 어린이들이 즐겁게 행진하는' 그림을 찾기 시작한다. 사무실 직원들의 도움과 루브르 박물관의 회화 도록을 통해 마침내 '사랑의 신의 죽음'이 마르셀이 말한 작품이라는 걸 알아낸 세실은 도록 속 그림을 마르셀에게 보여주고, 마르셀도 바로 그 그림이라고 확인한다.

'사랑의 신의 죽음'은 널리 알려진 작품도 아니고, 그림을 그린 작가 역시 유명한 작가들이 아니었다. 이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가 두 사람이라는 데 있다. 하나의 그림에 작가가 두 사람이라면, 공동 창작이거나 협업의 형태였을 걸로 예상하는데, 두 사람은 나이 차가 약 30년 가까이 나서 한 세대가 다른 작가다.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16세기, 1550년에 프랑스에서 앙리 르람베르가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예술가 가문이었고, 아버지 루이 르람베르는 조각가, 석공이었고, 형제들인 루이1세 르람베르와 피에르 르람베르도 조각가로 활동했다. 앙리 르람베르가 화가로 활동한 시기는 발견된 기록으로 1568년에서 1570년 사이로 보이는데, 퐁텐블로 성에서 발견한 그의 작품이 근거로 남아 있다. 이때 앙리 르람베르는 불과 스무 살 안팎의 청년이었다.

퐁텐블로 성은 빠리 근교에 있는 궁전으로 역대 프랑스 왕들이 살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 주변에 있는 퐁텐블로 숲은 12세기부터 프랑스 왕들의 사냥터로 쓰였으며, 16세기 초까지 왕들의 별장이었던 곳에 프랑수아 1세가 별장을 헐고 지금의 궁전을 지었다. 이 궁전을 지을 때,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세바스티아노 세를리오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초빙한 걸로 알려졌다.

앙리 르람베르가 이 궁전에 작품을 남겼다면, 궁전을 짓는 과정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앙리 르람베르의 재능이 매우 뛰어났다는 걸 알 수 있는 증거는 그가 20대인 1573에서 1576년 사이에 '거장 화가'로 임명되었다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빠리 외곽에 살던 그는 '거장 화가'가 된 이후 1586년에 빠리로 이주했고, 1588년에 결혼했다. '사랑의 신의 죽음'은 앙리 르람베르가 서른 살이던 1580년 완성했는데, 이 그림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다.

1566년에 디안 드 푸아티에(1499-1566)가 사망한다. 명문 귀족의 딸로 태어난 디안은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을 갖춘 재원이었는데,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자기보다 무려 서른아홉 살이 많은 영주 루이 드 브레제와 결혼했다. 결혼하고 16년이 지나서 루이 드 브레제가 사망하자 디안은 서른한 살에 과부가 되었다. 남편이 죽고나서 디안은 검은색과 흰색 옷만 입었는데, 디안의 미모가 출중해 정숙하면서도 신비로운 이미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디안'은 '다이나', '다이애나'와 같은 이름이어서 이후 많은 화가들이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를 그릴 때, '디안'의 외모를 모델로 삼았다.

'디안'은 왕실로 들어가 왕비를 비롯한 왕실 여성들의 시녀로 일했는데, 시녀라는 말이 낮은 계급으로 보여도, 귀족 여성만이 일할 수 있는 특권 직업이었다. '디안'은 왕실 여성들의 시녀로 일하는 한편, 어린 '앙리 2세(1519-1559)'의 교육도 맡았는데, '디안'과 '앙리 2세'의 나이 차이는 열아홉 살이었다. '앙리 2세'는 1533년에 '카트린 드 메디시스(1519-1589)'와 결혼하는데, 5년 뒤인 1538년 무렵부터 '앙리 2세'와 '디안'이 왕과 왕의 정부(情婦, 情夫)로 위치가 바뀌었다. 정식 왕비는 카트린이었지만, 실제 왕비의 권력을 휘두른 사람은 '디안'이라고 할 정도로 왕인 '앙리 2세'에게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심지어 왕비 카트린이 낳은 아이의 교육도 '디안'이 했을 정도였다. '앙리 2세'가 사망하면서 디안의 권력도 모두 바람처럼 사라지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큰 고생을 하지 않고 편안한 말년을 보내다 사망했다. '디안'의 죽음이 '사랑의 신의 죽음'의 모티프가 되었을 거라는 추측이 있다. 이 이야기를 시로 쓴 사람이 '피에르 드 몽사르(1524-1585)'인데, 시인 그룹 '플레야드파'의 리더이기도 한 그는 여러 권의 시집을 냈고, 특히 사랑과 연애를 다룬 시가 뛰어났다. 피에르 드 롱사르의 시 가운데 '앙리 2세'와 '디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 있는데, 앙리 르람베르는 피에르 드 롱사르의 시와 '디안'의 죽음을 모티프로 '사랑의 신의 죽음'을 그렸을 거라고 추측한다.


앙리 르람베르가 서른 살 무렵에 그린 이 작품에 '앙투안 카론'이라는 또 한 명의 작가가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앙투안 카론은 1521년에 태어나 앙리 르람베르보다 스물아홉 살이 많다. 앙투안 카론은 20대 때인 1540년대에 퐁텐블로 궁전에서 스승 프리마티초 밑에서 일했다. 나중에 '앙리 2세'의 부인인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궁정 화가가 되었는데, '앙리 2세'와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를 직접 모신 화가였다. 카트린이 이탈리아의 명문 귀족인 '메디치' 가문이라는 건 당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왕족, 귀족의 혼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앙투안 카론은 60세 무렵에 '사랑의 신의 죽음'을 그리는데, 이때 이미 원작을 그린 '앙리 르람베르'의 작품이 있었을 걸로 추측한다. 앙리 르람베르가 이 그림을 그린 때가 서른 살 무렵인 1580년이고, 앙투안 카론은 60세 무렵이었으니 두 사람은 퐁텐블로에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걸로 보인다. 나이는 앙투안 카론이 아버지뻘이었으니 당연히 어른이었지만, 앙리 르람베르의 재능이 탁월하다는 걸 앙투안 카론이 알아봤을 것이다.

현대의 분류에서는 두 사람이 공동 창작한 것으로 기록하는데,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 '루브르의 카지노 쿠폰'에서는 그림 뒷면에 Attribue a Henri Lerambert, collaborateur Antoine Caron 이라고 기록했다. 즉, '앙리 르람베르'가 그렸고, '앙투안 카론'이 협력, 협업자로 함께 했다는 말이다. 이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전시를 거의 하지 않았거나 아주 드물게 했을 걸로 보인다. 만화에서 루브르 박물관 가이드인 세실도 이 그림의 존재를 처음에는 잘 몰랐다. 그건 '사랑의 신의 죽음'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지 않았다는 걸 뜻하고, 박물관 가이드인 세실도 모를 만큼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츠모토 타이요는 왜 '사랑의 신의 죽음'을 '루브르의 카지노 쿠폰'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끌어온 걸까. 이 그림은 르네상스 회화에서도 독특한 장면이다. '사랑의 신' 즉 큐피드가 죽었고, 큐피드의 장례 행렬이라는 설정에서, '신'을 죽이거나, '신'이 죽었다는 설정은 그동안 중세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림을 보자. 잘 다져진 흙길이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비스듬히 올라가고,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각 건물을 배치했다. 이 건물은 원근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그림은 2차원 평면이지만 마치 3차원 공간처럼 입체감을 갖는다.

왼쪽 건물은 그림 전체에서 약 1/3 정도를 차지하는 큰 건물이고, 건물의 끝부분만 보인다. 2층에는 장례 행렬을 지켜보는 귀족들, 주로 귀족 여성들의 모습이 보이고, 아래쪽에는 남성 집단이 장례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건물은 보이지 않지만, 왼쪽으로 긴 회랑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지금 장례 행렬은 건물의 긴 회랑을 막 빠져나왔다. 장례 행렬을 따르는 남성들 역시 귀족들이며 가장 앞장 선 노인은 머리에 면류관을 썼고 이 장례를 주관하는 인물로 보인다.

장례 행렬을 이루는 무리는 모두 어린 천사들이고, 등에 날개가 달린 걸 볼 수 있다. 앞장 선 아기 천사들은 손에 긴 봉을 들었는데, 이 기다란 막대기 끝에 폭죽이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기 천사들은 자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다. 이들의 표정을 보면 이 행렬이 장례식이 아니라 마치 축제처럼 보인다. 행렬의 끝에 네 명의 어린 천사들이 관을 메고 가는데, 큐피드는 관 안에 있지 않고, 관 위에 누워 있다. 아리에타는 이 행렬에서 큐피드가 사실은 죽지 않았고, 죽은 척 할 뿐이라고 눈송이에게 말한다. 이 장면은 장례식 흉내를 내고 있을 뿐, 실제로는 축제라는 말이다.

그걸 알 수 있는 건 장례 행렬 양 옆으로 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다. 사람들은 행렬을 보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거나 손짓을 하는데, 슬퍼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아기 천사는 물론, 행렬 옆에 있는 아이들 모두 발가벗었다. 발가벗은 아이는 천진난만함, 순진무구함을 상징하며, 죄를 짓지 않은 순결한 영혼을 의미한다. 이 행렬이 향하는 곳은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인데,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행렬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건물 꼭대기에 등신상으로 천사의 동상이 서 있는데, 이 동상은 왼쪽 하늘에 수레에 탄 채 아래를 내려다보는 제우스 신을 바라보고 있다. '아폴로도로스 신화집'에도 '제우스는 날개 달린 말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와 벼락을 던지고'라는 문장이 있듯, 제우스는 황금 수레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다. 이 황금 수레는 두 마리의 비둘기가 끈으로 연결되어 끄는 형태인데, 비둘기는 순결함을 상징하며, '생명의 재생을 상징하는 새'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비둘기는 큐피드가 '페리스테라'라는 요정을 비둘기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그림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제우스 수레를 끌고 있다는 건 '사랑의 신의 죽음'이라는 주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 '신'이 죽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이 그림의 핵심 주제인데, 그래서 영어 작품 제목에는 'Allegory'가 추가되었다. 이 작품(사랑의 신의 죽음) 전체가 하나의 우화이자 풍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의 설명처럼 '디안 드 푸아티에'의 죽음을 풍자했을 수 있고, 르네상스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새로운 정신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작품을 빌려와 루브르 박물관 옥탑에 사는 카지노 쿠폰와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그림 침입자'의 존재를 등장시켜 한 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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