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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격이 강한 편이다. 편이다라는 말에는 그래도 그 정도쯤이야 하는 자기 정당화의 감정찌꺼기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냥 성격이 세다고 하면 될 텐데 말이다. 암튼 요즈음에 들어 부쩍 자주 화를 낸다. 다소화가 많은 편이긴 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정도가 조금 더 심해졌다. 매사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조금만 하던 일이 맘에 차지 않으면 짜증을 쉽게 낸다. 슬픔이나 신중함에 대한 표현은 빠른데 기쁨이나 만족에 대한 표현에는 반응이 늦다. 좋은 감정표현에 인색해졌기 때문이다. 타고난 성격이 그렇기 때문은 아니다. 살다 보니 성격이 그렇게 변해버렸다. 삶의 과정이 순탄치 못해서 그럴 것이다. 짓누르는 무게감을 털어내며 살아왔다. 나보다는 주변을 더 신경 쓰고 주어진 상황을 헤아리기 위해 우선순위를 주었다. 한마디로 예민하게 상대방을 더 배려하며 살아온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에 대한 자세가 열정적이었고 성취지향적이었다는 변명을 지금 해본다. 그런 생의 지표들이 알게 모르게 마음으로부터 배어 나와 몸에 새겨져 있다. 혈관벽이 두꺼워져서 혈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고지혈증 약은 상시복용약이 된 지 오래다. 곳곳에 염증이 완치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상처가 나면 아물기에 몇 주 이상은 걸린다. 목디스크협착에 관절의 퇴화가 움직임을 제한한다. 아침에 약봉지를 뜯다가 아연해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성질 죽이며 살자고 다짐을 해보지만 그때뿐이다. 그렇더라도 주변은 아랑곳하지 말고 이제 나에게 집중하기만 하자고 제안을 해보는 거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위내시경을 마치고 결과를 보기 위해 대기석에 앉아 별별 생각 중이다. 기분을 돌보고 마음검진의 시간이 필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금은 나를 검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