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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Ap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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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여행이었다.

얼마 전부터 한동안 쉬었던 문학관 나들이를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마침내 그제와 어제 이틀간 다섯 군데 문학관 순례를 목표로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내리 다섯 시간을 달려서 처음 도착한 곳이 하동의 이병주 문학관이었다.


이후 계획된 순서에 따라 사천의 박재삼 문학관과 통영의 청마 유치환 문학관을 둘러 보고 통영 강구항의 한 모텔에서 1박을 했다. 다음날은 네 번째 문학관을 찾기 전, 통영 서피랑 공원에 올라 통영 시내와 강구항의 경치를 내려다보고는 곧바로 창원의 김달진 문학관으로 향했다.


한 시간 삼십 분을 달려서 도착한 김달진 문학관을 보는 순간 어제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문학관을 둘러 보고 나오다가 주차장 앞 낮은 언덕 위의 작은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김달진 문학관을 출발해 오후 두 시 반쯤 대구의 정호승 문학관에 도착했다. 문학관을 둘러본 후 근처의 식당에서 따끈한 곰탕을 한 그릇씩 먹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피곤한 몸을 생각해서 천천히 운전하다 보니 집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여덟 시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결국 계획대로 문학관 다섯 군데 나들이는 성공이었다.


오랜만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고속도로 밤길을 운전하느라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본업이 운수업인지라 본업의 이점을 살려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부터는 빗길 밤 운전은 될 수 있으면 피하리라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 나들이 경로도 구상해 보았다. 이제 찾지 않은 문학관들 모두가 서울권에서 먼 지역에 있는지라, 다음에도 1박을 한다는 전제로 계획을 세웠다. 울산 최초의 문학관이라는 오영수 문학관과 경주의 동리목월 문학관을 둘러보고 경주에서 1박을 한 후,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영양의 지훈문학관과 안동의 육사 문학관을 들를 계획이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더 문학관을 돌아보고 나면, 서른 군데 정도의 문학관 나들이 이야기를 이번에는 본문에 사진까지 삽입하여 종이책으로 엮어 볼 생각이다. 물론 내용은 브런치에 올린 내용을 조금 가다듬고 분량을 늘려서 원고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 원고가 제대로 된 책으로 살아날지는 나중에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무슨 유명한 문인이 쓴 거창한 문학관 탐방기가 아닌, 그리고 문학관마다 문인의 삶과 문학적 행적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문학관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마치 아침 먹고 불쑥 차 한 잔 마시러 옆 동네 찻집에라도 들르듯 편안한 마음으로 펼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물론 이번만큼은 POD 형식이 아닌 정식 출판을 원하고 있지만, 그것도 어느 출판사든지 출간해 주겠다고 하는 곳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기에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계속 이곳 저곳 두드리다 보면 출간 서적의 결이 맞는 출판사가 있지 않을까 하고 믿고 싶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겠다.


이제 그 여정의 기초적인 문학관 나들이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 이번에 들른 다섯 군데 문학관 이야기는 틈틈이 정리되는 대로 이곳 브런치의 ‘나의 문학관 나들이’ 매거진에 순차적으로 올릴 것이다. 정말 오랜만의 나들이를 마치고 어제는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소주를 한 병 반이나 마시고 깊은 잠을 잤다.



대문 사진은 통영 강구항의 아침에 수면위를 한가로이 떠도는 물새 두 마리를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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