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즈 시절
나로 말하자면 대학에 입학하면서 갑자기 주어진 자유를 감당 못하고 분방하고 무책임한 생활에 빠져들었다. 수업은 거의 빼먹다시피 하고 모든 시위와 토론, 뒤풀이에 꼬박꼬박 참석했고 밤늦게 하숙집에 돌아와서도 누구든 붙잡고 더 마시려 했다.
-권여선, <각각의 계절 중에서, 14p
현재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주어진 역할을 능력치 안에서 감당카지노 게임자 노력한다. 8년째 매일 성경을 읽어 8회독 중이다. 매일 책읽기 인증방을 햇수로 5년째 운영 중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우리집 2호가 '엄마는 마음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라며 나를 지지해 주기까지 한다. 내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원하지 않게 학급 임원이 되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은 생각조차 어려운, 내성적인 아이였다. 대체 나를 왜 뽑았을까.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할 일 하는 나를 좋게 봐 주었던 친구들에게는 고맙지만, 나는 MBTI에서 '소문자 i'였다. 그런 내가 임원이 되었으니.. 선생님의 지시를 받아 학급 친구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때론 투명 인간이 되기도 했다. 키가 큰 사울이 왕으로 뽑혔으나 짐보따리들 사이에 숨어 있었듯, 나도 단지 숨고 싶었다. 무슨 말을 시작해야 할지,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머릿속엔 수많은 블랙홀이 가득 차 있었다. 그 해 말, 담임 선생님은 생활기록부에 '성실하지 않다.'는 단어로 나를 정의했다.
이후 학창 시절은 특별할 게 없었다. 아마도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성실'한 아이였을지언정 여전히 '착한 아이'로 지냈다. 사춘기도 딱히 없어 부모님께 반항 없이, 오히려 부모님의 소소한 일손을 도우며 말이다. 4남매 중 어떤 누구도 집안일을 돕지 않았지만 나만 유일했다. 엄마가 밥을 하면 나는 식탁을 닦고 수저를 놓았다. 김장을 하면 배추를 함께 절이고 모든 양념의 뚜껑을 열고 닫았다. 일카지노 게임 늦게 들어오시는 아빠의 다리를 안마해 드리는 것 역시 나였다. 정해진 틀 안에서 너무 평화롭게 지냈기 때문일까, 문제는 대학시절에 생긴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를 감당 못 했던 건지.. 공부와 취업 준비보다는 놀 궁리하기에 바빴다. 출석 점수 때문에 학교 수업은 빠짐없이 들었지만, 막차 타고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일 년 내내 지속했다. 놀기 위해 동아리에 들어갔다.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그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늘 술자리에 끼었다. 선배들이 나를 예뻐하는 것도, 술자리의 진솔함도 좋았다. 사춘기가 늦게 온 거다. 남들은 열심히 사는 대학시절, 집 밖이라는 자유 속에 열심히 카지노 게임을 했으니.
그런 내가, 지금은 교회 성도님들 앞에서 즐겁게 찬양과 율동을 한다. 주일학교 교사로 성.실.하게 매주 자리를 지키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인정받으면 성공한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가장 멋지고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어른이 된 거라면 된 걸까. 더 이상 무책임할 수 없는 자리에 있어서였을까. 철이 든 걸까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서일까. 지금은 있는 자유도 반납하고 책임감 100% 보장을 하다못해 그 좋아하는 밤잠 시간마저줄였다. 역시, 물건은 사 봐야 좋고 나쁨을 알고 연애는 해 봐야 내 사람을 찾듯, 인생도 살아봐야 제 인생을 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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