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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정원 Feb 09. 2025

깨가 쏟아진다

손위처남에게는 도시 근교에 과수원이 있다. 창원에서 과수원을 한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단감 과수원이다. 물론 그의 과수원도 예외가 아니고 규모면에서 보자면 소일거리보다는 크고 전업농보다는 훨씬 작은 편이다. 몇 년 전부터는 과수원 한 귀퉁이에 닭장을 만들었다. 거기에 이십여 마리의 닭을 놓아기르기 시작했다. 목적은 단 하나, 신선한 달걀을 유기농으로 얻는다는 것.


문제는 산짐승들이었다. 작은 산이지만 있을 놈들은 다 있었다. 너구리, 오소리, 족제비 등등 닭을 좋아하는 포식자들이 물어서 죽이거나 잡아먹는 일들이 벌어졌다. 방법을 고민하다가 개가 있으면 괜찮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한 마리를 입양했다. 이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 지었다. 양치기 개가 아니라 ‘닭치기’ 개로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롭게 제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붙인 이름이었다.


‘닭치기’ 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수컷 믹스견이다. 양치기 견종인 보더콜리의 형체가 어렴풋이 남아 있어 처남은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묶어두는 대신 자유롭게 풀어놓기로 했다. 고도의 재량권을 맘껏 행사하도록 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뭔가 이상하게 꼬여갔다. 처남이 달걀을 걷으러 가면 예전과 달리 수량이 많지 않았다. 암탉들의 영양 상태나 수탉의 정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또한 어떤 닭은 상처를 입어서 절뚝거리고 있었다. 닭치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살펴보았더니 꼬리를 내리고 주둥이를 꾹 닫고 있었다. 처남이 쓰다듬어주자 입을 벌리고 혀를 드러냈다. 그때 달걀이 주둥이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었다. 닭을 지키라고 데려다 놓았더니 달걀을 찾아 먹지를 않나, 제 맘에 들지 않는 닭을 괴롭히거나 물어서 상처를 입히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말간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보자 마음 약한 처남은 헛웃음만 지을 뿐 차마 나무라지를 못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욕망에 무슨 죄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어쩌면 ‘닭치기’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제대로 가르쳐줄 수 없었던 자신의 탓이었기에.


그래서 처남은 닭집 근처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묶어 놓았다. 그렇게 해 놓는 것만으로도 산짐승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악행도 예방할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절충안이었다. 졸지에 목줄이 묶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닭들이 자신의 말을 잘 듣질 않아 겁만 주려 했을 뿐이었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닭치기’ 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것이었다. 그는 한 마리 어리석은 짐승일 뿐이니까.


며칠이 지나 처남이 과수원을 찾았을 때 닭 몇 마리가 과수원 여기저기에 목이 물어뜯긴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명백히 산짐승들의 소행이었다. 처남은 결국 닭장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해야만 했다.


다시 여러 날이 지난 후 과수원에 갔을 때 닭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족제비가 울타리 밑으로 땅굴을 파서 닭들을 다 잡아먹었던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옆에서 짖었겠지만 묶여 있다는 것을 그들도 사전에 간파했을 것이다. 너구리나 족제비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들은 멍청한 은행털이보다 더 똑똑하다.


처남은 지긋지긋한 닭농사의 꿈을 깨끗이 접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솔직히 섭섭했다. 1등급 유정란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파는 달걀과 그의 달걀은 차원이 달랐다. 일단 노른자는 때깔부터 남달랐다. 샛노랗고 탱글탱글한그것은 마트에서 파는 희멀건한 것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비교불가였다. 맛으로 따지자면 훨씬 고소하고 깊었다. 그래서 닭농장을 접었다는 그의 사연은 나를 무척 실망스럽게 했다.


모든 닭을 잃어버렸음에도 ‘닭치기’ 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해고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개밥을 챙겨줘야 했기에 처남은 매일 과수원을 방문해야만 했다. 꼬리를 치며 반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그는 정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내가 가지 않으면 굶주릴 것이란 생각에 그는 추운 겨울에도 옷을 껴입고 차를 몰았다.


으스름한 새벽, 차가운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적막하기만 했다. 차를 세워두고 가파른 경사를 올랐다. 더운 입김이 하얗게 흩어져 날렸다. 감나무들은 얼마 전 가지치기를 해서 마치 머리를 자른 것처럼 단정한 매무새를 갖추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파트 단지의 불빛이 점점이 켜져 있었다. 누군가는 출근을 준비하고 또 누군가는 아침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었다. 안팎의 사정이 겨울바람처럼 거세게 몰아쳐서 고단하지만 남 탓할 시간도 없는 이 땅의 작은 주인들은 다시 보통의 일상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과수원 입구에 다다랐는데 이상했다. 일찌감치 자신을 맞아주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개집에 도착해서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처남은 깜짝 놀랐다.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바로 옆에 닭 한 마리가 나란히 붙어서 잠들어 있었다. 다 잡혀 먹힌 줄 알았는데 암탉 한 마리가 살아남아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동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제 타고난 몸뚱이 그대로 꼭 붙어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가 말했다.


“깨가 쏟아진다.”


그러자 안에 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암탉이 그 소리에 깨어나 ‘후다닭’ 거리며 일제히 튀어나왔다. 유일한 생존‘닭’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하면서 목숨을 건진 것이었다. 아울러 혹독한 추위를 둘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산을 내려서면서 처남은 생각했다고 한다. 종(種)이 다른 것들끼리도 저렇게 같이 붙어 살아가는데 우리는 왜 그 반만도 못한 것인지 말이다. 말캉* 헛똑똑이들이지 싶다고.


희끗한 머리와 가늘어진 다리로 조심스럽게 고갯길을 내려가고 있던 그도 하나 모르는 게 있었다. 제 마음속에 작은 등불 하나 켜졌다는 것을.






*말캉 : 모두, 전부, 말짱의 경상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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