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꿈 속에
나를 숨겨두기로 한다
어디 한 번
내 맘대로 살아보자
오늘, 내일 그리고
이어지는 날들도 물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불안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력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
환한 낮, 쏟아지는 잠에 눈을 내리 감았다가
더 이상 잠이 들어올 공간이 허락되지 않으면
잠을 어깨에 두르고
고양이처럼 어슬렁 걷기 시작한다
걷고 싶은 만큼
운동장에선 철봉 한번
참새들 조로로롱 노는 데 기웃거리기
눈에 넣고 싶은 것, 혹
그리운 사람과 눈을 마주쳐보기도 하자
쿡쿡거리는 가슴
책상에는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있네
밥을 차리고 싶지 않을 땐 돌아서도 돼
다소곳한 화초들을 바라보는 시간도 충분해
밤새 책을 읽으면 또 어때
시원하고 군더더기 없는 일상
짧은 꿈에서
배웅 없이 돌아와서는
꿈결에 따라온
누군가 없는가
자꾸 돌아보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