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
다른 비가 내리던 저녁
골목 끝 오래된 이층 가게였던가
디귿자 모양의 건물
문을 열지 않아도
쏟아지는 빗소리는 바로 옆인 듯 들려왔는데
마주 앉은 너를
내 쪽으로 가만 당겨보고 싶었어
처마 끝에 매달려있던 수줍은 언어들이
똑, 똑
우리 사이의 문을 두드려주었지
타닥타닥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깊숙이 숨겨두었던 물고기 한 마리
팔딱거리며 네 품 안으로 뛰어들었는데
알아채기는 했을까?
여러 개의 날들이 있었으나
끝끝내 한 시절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한 곳에 멈추어 선
고여있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