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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Jan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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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2

동영과 순팔이 노동을 마쳤을 때는 이미 저녁놀이 진 뒤였다. 두 사람은 맨 마지막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어둑해진 산기슭을 내려오던 순간 숲속에서 단말마가 들렸다. 그 소리는 가느다랗고 짧아 민감한 사람이 아니면 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둔한 순팔은 듣지 못했지만, 신경이 예민한 동영의 귀에는 선명히 들렸다.

“아재. 지금 이게 뭔 온라인 카지노 게임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니? 그게 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여? 내 귓구녕에는 암것두 안 들리는디.”

“쪼매 전에 저짝서 여자 비명온라인 카지노 게임 같은 게 들렸잖소?”

“뭐시기? 여자 비맹소리? 글씨, 난 새 소리 하나 못 들었다.”

순팔이 동영이 손으로 가리키는 숲속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필시, 뭔 가스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들린 거 같은디.”

“이눔아, 늬가 인저 장가들제가 되얐나 보다. 가스나를 찾는 걸 보니.”

“아이, 참. 아재도. 그런 게 아니라 말이오. 분명히 저그서….”

동영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하던 순간, 숲속에서 검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가 아닌, 남자였고, 그는 바로 사카이 대좌였다. 바지춤을 올리며 나오다 두 남자마주사카이는 흠칫놀랐다. 하지만 금세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딴지를 걸었다.

“일이 끝났으면 빨리 내려갈 것이지, 여기서 뭣들 하고 있는 게냐?”

“죄..죄송합니다, 대좌님. 다름이 아니옵고, 대좌께서 나오신 쪽에서 여자 비맹이 들렸다고 해서 잠깐 둘러보던 중이었습니다요.”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그쪽에서 나왔는데, 아무도 없었다. 어서 내려가라. 늦으면 저녁밥은 없는 줄 알아.”

“하이!”

동영과 순팔은 저녁밥이 없을 줄 알라는 불호령에 두려움에 떨며 산 아래로 달음박질했다. 온종일 지친 몸을 회복하려면 주린 배를 채워야 했다. 동영은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면서도 머릿속에선 누군지 모를 여자의 비명 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사카이는 두 사람이 산허리를 휘돌아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제자리에 있었다. 두 사람의 자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이 들었을 즈음,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사카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이 들었을 때,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른 나뭇가지가 발걸음에 두둑, 부러지는 소리를 냈다. 그 검고 어두운 숲속에서 한 여인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인은 동영이 들었을 비명 소리의 주인공이 분명했으리라. 여인은 도둑고양이마냥 살금살금 산에서 내려왔다. 누구의 눈에 띌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비탈길을 지나 동굴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리 속에 끼어 일찌감치 잠을 청할 심산이었다. 그녀가 자리에 누웠을 때, 말간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인은 누운 채 가만히 눈을 떴다. 동굴 천장에 거미줄이 잔뜩 얽혀 있었다. 그녀는 곳곳에 처진 거미줄과 거미줄에 걸려 꼼짝 못 하는 벌레 한마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어찌하여 거미줄에 걸린 신세가 되었느냐.’

여인의 눈에서는 다시금 눈물이 솟아올랐지만, 여인은 훔치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또 하룻밤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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