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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재 Feb 21. 2025

역병이 돈다

사춘기의 바다로 뛰어드는 중학생 부모들을 휩쓰는 광풍

내가 배두나 할게, 당신이 주지훈 해?


역병이다.

처음엔 몇몇 엄마들만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그 불안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단톡방이 울릴 때마다 걱정은 점점 증폭되었다. 오랜만에 만나 차 한 잔 나누는 자리에서도 불안감은 커피 향기를 대신 스멀스멀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이 병에 감염되었다. 병명은 “중학교 근심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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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근심병의 대표 증상


0. 정보 수집 과다증: 학부모 단톡방에 가입해 반편성, 선행학습, 교복 치수까지 모든 정보를 캐내려 한다. 나중에는 모아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다람쥐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며, 잊어버린 정보를 찾느라 또 다른 불안에 휩싸인다. 이미 모은 정보를 바로 불신하며 최신 정보를 찾아 헤매게 된다.


0. 루머 집착증: 각종 '카더라' 소문에 과도하게 관심을 기울이며 분석하고 팩트를 정확히 몰라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가끔 루머를 잘못 전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0. 선행 진도 및 사교육 패닉: 중학교 1학년 안에 중학 진도를 마치고 고등 과정 선행을 안 하면 큰일 난다는 기준을 가지고 학원 레테(레벨 테스트)를 수시로 보고, 카지노 게임의 적응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시로 학원을 옮긴다.


0.미디어 이용 중독: 하루에도 수천번 넘게 카톡을 사용하며 불안감이 느껴지거나 의문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고민 상담과 정보 공유를 멈추지 못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끄는 교육 정보 채널을 떠돌며 앞부분 3분만 시청하고 건너뛰는 조급함이 생기기도 한다.


0. 가족 원망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사랑스러운 카지노 게임를 보는 시선은 메마르고 하는 일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투게 된다. 원망하는 마음이 커지며 "믿고 맡긴다"와 "방치"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카지노 게임를 위한 일인데 몰라주는 카지노 게임를 점점 원망하게 되고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하는 곁지기에 대해 불만이 커지며 가족 간 불화가 커진다.


이 병의 악랄한 점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킹덤의 세자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 바쳐 싸웠으나, 스크린 밖 세상에서 우리가 주지훈, 배두나가 되어야 한다. 안 그래도 힘든 마음, 내가 배두나 역을 맡을 테니 당신이 주지훈이 되어 다오 남편에게 부탁하고 싶지만, 그건 집마다 사정이 다를 테니 차선으로 택하자.


300+, 이런 방이 4개는 넘어야 중등엄마지

카톡이 쉴 새 없이 울린다. 카톡 방마다 '언니'라고 부르며 도움을 구카지노 게임 메시지들이 쏟아진다. 초등학교 6학년을 지나면서 엄마들의 고민도 급격히 진화한다. 이것은 대학 입시까지 끝나지 않는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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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다 보니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동일한 사회 제도 하에 함께 카지노 게임들을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사람'이다. 답답하고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은 순간 나를 물 밖으로 끌어올려 숨통을 틔워줄 존재는 '비슷한 경험을 지닌 사람'이다.


나는 중1, 중3 남매맘이다. 주말부부로 남편의 도움은 주말에만 한정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력 단절 여성이었고 개인 사업을 했으며 마흔 살에 공부를 시작해, 현재 대학 초빙교수로서 강의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로 학폭을 경험하기도 했다. 교육 가족으로서는 지자체 및 도 교육청의 여러 관련 위원회 활동을 하며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나와 남편은 공부를 상당히 잘카지노 게임 편이었고, 두 카지노 게임는 사교육 없이 영재원에 합격해 다니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카지노 게임와 함께 첫 책을 출간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안정적이고 우수했느냐? 중학교 생활이 무난하고 괜찮지 않았느냐고? 아니올시다. 나도내 카지노 게임가 이럴 줄 몰랐다. 나는 그 상황에서 예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널을 뛰며 극과 극을 달리는 성적과 시험 기간임에도 14시간 이상 잠을 자도 일어나지 못하는 카지노 게임를 보며 느낀 복잡다단한 감정들, 엄마여서 이렇게까지 모멸감을 느끼는 게 맞나 싶던 순간들이 천수천안관음보살님의 도움을 빌려도 다 헤아릴 수 없다. 첫째는 전두엽 재배열기의 극광(미안해, 딸. 카지노 게임에 관한 부분은 모두 카지노 게임와 상의를 거쳤습니다) 시기를 지나 이제 안정기로 접어드나 싶고 둘째는 사춘기의 바다로 슬슬 배를 띄울 준비를 하는 듯하다.

카지노 게임천 개의 손 천 개의 눈 (서울신문, 23.08.12)


나름대로 나에 대한 정리를 마치고 서점을 향했다. 나의 하찮고 시시콜콜한 개인 경험담보다야 제대로 정리된 책 한 권을 권하는 게 낫겠지. 그 자체가 고민이었다. 진로와 진학 문제가 만나고 카지노 게임의 인생이 본격적으로 설계되는 중등 생활 관련 책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래도 한 번 골라서 권해보자. 엄마들의 질문을 모으고 나의 중등 엄마로서의 상황을 정리한 후 서점을 향했다.


어라? 이상하다?


적다. 중학교 생활 관련 책들이 놀라운 정도로 적다. 대입과 직결되는 본격 공부로드의 시작이 중학교 시절이다. 자아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색깔을 찾기 시작하는 것도 중학교 시절에 시작된다. 자유학기, 진로학기가 중학교에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규칙과 규율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점에서도 중학교 시절은 중요하다. 그에 반해 중학생활에 대한 안내서는 너무 적었다. 읽을 책이 적어서 고마워해야겠구나, 하며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나뉘어 상세하게 적혀있지만 읽을수록 답답했다

어렵다. 중학 생활에 관한 책은 맞는데, 행정 업무 매뉴얼을 읽는 느낌이다. 학부모가 아니라 교사 연수를 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의 학부모들은 고등 교육 이수자들이 많고 정확하고 체계적인 정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 점을 생각해도 너무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이 많았다.


서점 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왜 이렇게 중등 안내서가 적은가. 그리고 왜 이렇게 답답한가. 엄마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꿈이 현실화되고 이제 이만큼 키웠으니 알아서 해야지라는 마음 때문인가. 아니면 중학생이 되면 학부모가 알아야 할 것이 줄어든다는 것인가? 이 부분은 오래 생각해 볼 만한 문제였다. 온통 공부, 학습 분야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만 준비하기에는 중학교 시절, 부모가 알고 대비해야 할 점이 무척 많은 상황이다. 특히 변화된 입시 제도를 생각하면 어느 방면으로 진학하든 부모와 카지노 게임의 소통이 중요하다.


패드를 꺼내어 교육부 누리집을 살펴본다. 많다. 안내카지노 게임 자료는 많은데 이거다, 싶은 내용이 없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일상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보편 자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 느낌은 나에게만 해당카지노 게임 것일까?


패드도 덮어두고 생각해 본다. 그간 엄마들과의 이야기는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한참을 생각한 후 나의 생각은 '공감'이라는 두 글자로 정리되었다. 엄마들은 중학교에 가면 달라지는 팩트 자체도 궁금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불안한 마음을 나눌 곳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아무 곳이나 물어보기에는 너무 사소하고, 갈수록 말이 없어지는 카지노 게임에게 물어봤자 매 속만 터진 만두 꼴 난다. 카지노 게임와 크게 싸우고 난 다음에는 지질한 내 모습이 드러날까 어디 맘 편히 말도 못 하고 내 카지노 게임 얼굴에 누워서 침 뱉기가 될까 걱정도 되지 않던가. 카지노 게임 공부는 이제 내려놨다면서도 학원 정보를 모으고 공부 좀 한다는 카지노 게임들이랑 어울렸으면 하는 두 얼굴의 나를 바라보는 불편한 그런 날들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어떻게 이리 잘 아느냐고?


다 제 이야기입니다요, 아무럼요.




중학교 생활 잘카지노 게임 법, 그딴 건 없지만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의 작가 다나카 히로노부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느낀 의문점에 대해 누군가 나보다 풍부한 어휘로 썼다거나,
내가 느낀 의문점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고찰이
하나도 빠짐없이 언급되어 있다면
당신은 굳이 쓸 필요가 없다.


나의 상황에 적용해 보니 ‘나와 주변 엄마들이 느낀 의문점에 대해 공감이 쉽게 되거나 충분히 납득한 만한 고찰이 빠짐없이 언급되지는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니 나는 굳이 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주고받는 질문에서 출발카지노 게임 글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점에서 돌아와 카지노 게임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카지노 게임들도 이런 글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부, 공부, 입시, 공부로 점철된 이야기 말고 부모와 카지노 게임가 같이 중학교 생활에 대해 알아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중3 딸: "엄마, 솔직히 입학 전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났어. 그냥 매일 화났고 사는 게 싫었어."

✔ 중1 아들: "우리끼리 하는 얘기? 학원, 숙제, 엄마아빠 잔소리, 그리고 중학교 가면 선배들한테 찍히지 말라는 얘기 정도? 근데 막상 뭘 궁금해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


이 말을 듣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큰 카지노 게임 입학 당시 카지노 게임가 맞닥뜨릴 중학교 생활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해주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투명 얼음 공주로 변하는 카지노 게임 앞에서 '알아서 하겠지'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나는 너무 많은 걸 카지노 게임에게 떠넘겼던 건 아니었나 싶었다. 첫째 때의 아쉬움을 둘째 때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둘째와는 첫째 때보다 잘 준비하고 있다는 마음이 글 쓸 힘이 되어주었다.


우리 삶에 정답은 없다. 남의 카지노 게임가 정답이라 외치는 방법과 상황을 내 카지노 게임에게 그대로 쓰면 내 카지노 게임의 개성이 깎여나가고 병이 든다. 방법은 달라도 본질과 원칙은 같으니까, 성공담은 쎄고 쎘으니 실패하고 고민하고 어려웠던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렇게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 길은 공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가장 든든한 글감 제공자가 되어 피드백을 해주는 첫째 카지노 게임와의 관계 회복은 가장 큰 의외의 선물이었다.


그래서 함께 시작합니다, 중학생활상담소


그래, 현실 엄마로서 공감하며 내 흑역사도 들려주며, 함께 잘해보자고 응원해 보는 거다. 그게 엄마로서 내가 나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문득 떠올랐다. 학교의 구체적인 운영 시스템과 행정적인 일들은 어떻게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 있을까?


목이 마르면 정수기 앞으로 가야 한다. 답은 선생님이다. 마침 나에게는 현직 교사인 글동무가 한 분 계셨다. 영어 전담교사로서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이 깊고, 17년의 경력을 가진 솔아 작가님이시다. 나는 솔아 작가님께 진심을 담아 함께 중학생활에 대한 글을 써보시지 않겠느냐는 글을 보냈다.


작가님 역시 중학교에 입학한 후 카지노 게임들이 겪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지켜보며 늘 마음 한편이 무거우셨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전하는 메시지들이 또 다른 단순 정보로 학부모를 답답하게 할까 봐, 너무 뻔한 정보들만 반복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하셨다. 결국 엄마의 고민도, 선생님의 고민도 닮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 상의하고 기획하여 최선을 다하되, 그 문장의 숲을 거닐며 본인의 삶을 더하고 빼며 바람이 되어주실 독자분들을 기다려보자고 결심했다.


현실엄마인 나와 중학교 선생님인 솔아 작가가 환상의 콤비를 이루어 대환장의 중학 시절을 함께 이야기할테니 답답하고 속 뒤집어지는 동생들이여, 언니들에게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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