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레시피로 구워낸 나만의 카지노 쿠폰
베이킹이 사람의 삶에서 로망으로 자리잡는 시기가 있다.20대 작은 하숙방, 그보다 조금 더 커진 자취방에서는 <서양과자양과자점을 읽으며 작품에 등장하는 빵을 찾아 헤매는 일로 로망을실현웠다. 클로티드 크림이라는 제품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그걸 한 번 구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묻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수록 못 먹는 음식, 조심해야 하는 먹거리들이 늘어난다. 밀가루 음식도 그 중 하나이다. 아침에 토스트를 먹고 점심은 커피와 빵으로 간식으로 케이크를 즐겨 먹을 수 있는 건 청춘의 한 시절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러다 보니 점점 빵은 식탁에서 만날 일이 줄어들었다. 아이가 둘이지만 집안에 상시 빵을 두지는 않는다. 천식을 앓았던 둘째, 여전히 비염에 시달리는 두 아이에게 밀가루 음식은 즐겁지만 해를 끼친다.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좋은 글동무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 한 분이 빵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식견을 지니고 있었다. "빵글을 쓰는 소모임을 해보면 좋겠어요." 빵을 잘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분이 좋아서 나는 무조건 같이 하겠다고 했다. 처음 만나 데면데면한 시간 가운데 한때 빵을 좋아했던 사람이 여전히 빵을 좋아하는 누군가와 같이 빵글을 쓰고 읽는 것 자체가 즐거우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처음이라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냐며 걱정하는 모습에 빵쪼가리만큼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
여러 글동무들이 소모임에 모였고 우리는 헤르미온느를 닮은 그 작가님을 빵장이라고 호명했다. 여리여리한 빵장님은 단호하고 선명하게 우리에게 빵제를 제안했다. 손사래를 치던 작가님들은 빵제에 따라 하나하나 카지노 쿠폰들을 써내려가셨다. 이스트를 만나 잘 발효되고 부풀어오른 빵처럼, 고유한 풍미를 지닌 버터가 더해져 겉바속촉의 식감을 지닌 스콘처럼, 바쁜 아침 내 아이의 아침 에너지를 채워줄 모닝빵처럼 한 분 한 분의 글들이 이어졌다.
그 소모임 안에는 기가 막히게 정리를 잘 해주시는 작가님도 계신다. 덕분에 빵글들은 빵집 진열대에 보기좋게 놓여지듯 하나하나 정리되어 갔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작가님들의 삶을 맛 볼 수 있었다. 사람, 시간, 장소, 사건들이 모든 빵의 고유한 레시피가 되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도 함께 만났다. 빵전문가인 빵장님을 따라 패키지 투어를 하듯 유명 빵집들을빠르고 정확하게 돌았다. 후쿠오카 돈키호테 방문 후늘어나는 빵 봉지들과 빵에 대한 추억들도 차곡차곡 가슴에 쌓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내 삶에서 빵이 주요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다보니, 무슨 글을 써야할지 막막해진 것이다. 빵발오른 글동무들은 종횡무진 빵글을 썼다.물론 빵제들은 '빵'을 매개로 각자의 이야기를 쓰자는 것이니 꼭 실물 빵이나 바로 먹어야만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에게 빵글을 함께 쓰는 이들과 나누는 대화, 그 단톡방은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일과로 자리잡았는데 그 방에서 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수록 뭔가 빵글감에 대한 궁핍함을 느끼고는 했다.
출간을 앞둔 시점에서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기에 글동무들은 나의 빵글 지연을 이해하고 응원해줬다. 나 역시 조급함이나 초조함이 아니라 이 방을 아끼고, 글동무들을 좋아하기에 그만큼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기다리기로 했다. 특히 '나만의 카지노 쿠폰'라는 빵제가 나에게는 몹시 막막했다. 글동무들의 글을 읽고, 다른 글들도 읽었다. 시간을 앞뒤로 감아보며 추억을 뒤져보기도 하고, 새롭게 생긴 빵집을 찾아 이제 이 곳을 나만의 카지노 쿠폰로 삼겠다, 이런 선언같은 글을 써 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말이지, 뭔가 영 끌리지 않았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마감도 엄연한 마감이다. 약속한 글이니 언젠가는 써보자, 하지만 이렇게 그냥 쓰지는 말자. 생각했다. 우리의 마감이 투명한 이유는 손에 잡히지 않아도 함께 쓰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고 늘 떠올리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단톡방에 이제는 쓸 수 있겠다며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쓰레기를 열심히 생산하다가 버리거나 서랍에 넣었다. 몇 주를 빵제에 관한 생각을 가슴 한 켠에 얹어두고 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눈 뜨기 시작했다.
'빵'을 찾아 헤매던 나의 시선 끝에 빵 속에 담긴 삶들이 보였다. 빵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빵법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 빵 하나를 통해 자기 삶을 맛있는 글로 구워내는 글동무들의 시간과 정성을 맛보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빵글을 써서 구워볼까. 무슨 글을 나만의 레시피로 적어 그녀들을 위해 준비해볼까. 그렇게 생각하자 글을 쓰고 싶어졌다.
내가 찾은 '나만의 카지노 쿠폰'는 바로 '카지노 쿠폰 베이커리'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자고 만나 글을 쓰기 시작한 이들이 하루하루 삶의 레시피를 고민하고 구워낸 삶의 카지노 쿠폰가 바로 나의 카지노 쿠폰이다. 나보다 소화력이 좋고 나보다 젊은 그녀들의 빵지 순례와 빵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절로 행복해진다. 한편으로는 빵으로 충분히 공헌하지 못하는 마음에 미안함도 생긴다. 그래도 인생을 잘 구워 담아낸 글빵을 나누고 읽고 함께 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가는 이 곳, 여기가 '나만의 카지노 쿠폰'이다.
내 삶에 없는 부분, 나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자주 접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글을 쓰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생각과 궁리의 끈을 놓지 않으면 결국 글을 쓰게 된다는 점도 깊이 새기게 되었다. 앞으로도 '카지노 쿠폰 베이커리'에서는 그 날의 레시피와 식물, 아이들, 도서관과 홈쇼핑 이야기가 함께 오갈 것이다. 나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작은 레시피들로 함께 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근사한 빵을 대접할 날도, 사랑스런 디저트를 준비할 날도 오겠지? 나의 사랑스런 파티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오늘의 재료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다. 가자, 나만의 사랑스런 카지노 쿠폰 베이커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