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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Feb 23. 2025

이 소설의 한 카지노 쿠폰(이소장)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좋아하는 일본 만화 중에 '봉신연의(封神演義)'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마 수십 번은 더 읽은 것 같습니다. 중국 고대사인 은(殷), 주(周) 교체기를 배경으로 서로 대립하는 선계가 각각의 나라를 도와주며 대립하는 이야기입니다. 지키려는 자(은나라)와 나아가려는 자(주나라) 사이에 마찰은 불가피한 법이니까요. 구구절절한 사연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스토리 상 은나라가 나쁜 편입니다. 은 주왕의 왕비 달기는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절세미녀지만, 바른말하는 신하를 죽이고 이민족을 온갖 고약한 방법을 고안해 죽음으로 내모는 악녀 중의 악녀입니다. 어떻게 인간이 저토록 못된 짓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행동도 서슴없이저지르지요. 사실 총명한 왕도 달기의 최면술에 걸려 허수아비가 된 것이고요. 이런 상황이니백성들과 주변 제후국들 원성이 자자할 수밖에 없습니다.스승(원시천존)으로부터 주나라를 도와주라는 명을 받은 젊은 도사 태공망(주인공)은 '봉신계획'을 통해 달기의 부하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결국 달기와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다는 것이 이 만화의 줄거리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왠지 작금의 현실과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번 글에는그런 의도는 숨어 있지 않습니다.결코. 흠흠흠.


여기까지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만화지만, 사실 이 작품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반전 덕분에 일본만화 덕후들이 봉신연의를 명작으로 뽑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지노 쿠폰(선인을 포함해)의 자유의지에 의해 역사가 강물처럼 흘러왔다고 믿는 이들 앞에 모든 것을 계획하고 개입하는 절대자(복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됩니다.달기 역시 그녀(작품에서 어머니로 표현)의 부하로 오직 명령에 따라 은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악행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은나라가 멸망하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요.그렇다면 복희는 왜지구의 역사를 자신 의지대로 써내려 가려고 했을까요. 원시 지구에 도착한 최초의 우주인(소년 만화의 클리셰로 문명이 너무 발달해 멸망)중 하나인 복희는 고향(별)의 역사를 지구에 그대로 옮기되멸망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조금이라도 계획이틀어지면 모래성을 무너뜨리듯문명을 멸망시키고번이고 처음부터다시 시작했습니다. 자기가원하는세계가등장할때까지수도없이지구역사를새로 썼습니다.카지노 쿠폰은 그리 쉬이 통제되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이런계획을 눈치챈 몇몇 선각자(태공망도 그들 중 하나로사실최초 우주인 중 하나인 여와였음)들이 카지노 쿠폰의 의지대로 역사를 이끌어가기 위해 절대자인복희를 물리친다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핵심 내용입니다. 카지노 쿠폰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역사의 도표'말입니다.어떤가요, 봉신연의라는 만화가 막 보고 싶어지지 않나요.


제가 이 작품에 반한까닭도 바로 카지노 쿠폰의 자유의지 때문입니다. 웬만한 철학책보다 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니 말입니다.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유를 추종합니다. 그런 자유의지가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의해 조종(세뇌, 가스라이팅)된 것이라면 이 넓디넓은 우주에서 인간은 길을 잃게 되지 않을까요.근대 철학에서나 신의 계획 하에서만 카지노 쿠폰의 자유의지가 작동한다고 보았지,현대 철학으로 넘어오면서 카지노 쿠폰의 자유의지는 기본 명제가 되었습니다. 헤겔은사회적, 역사적 발전을 통해 자유의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니체는 전통적인 가치(종교, 도덕)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로울 운명에 처해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고 믿을 테지요. 과연 그럴까요. 사회 그 자체, 그리고 어쩌면 미디어(SNS를 포함해)가 21세기에 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물론 여기서 신은 비유법입니다. 게다가최근 활발하게 전개되는 뇌과학에 따르면 카지노 쿠폰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미 뇌에서 무의식적인 활동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으니 '자유의지'란 무엇인지 세기의 석학들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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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올해 읽은 첫 책,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계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살아 있는 송장도 아닌데(영화 메트릭스 세계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대로,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처럼 규격화된 삶을 살아갑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이 더 이상 어머니(여성)가 아닌 실험실에서 태어나지만 말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 계급(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은 누구나 자기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더럽고 하찮은 일을 하는 엡실론 계급조차 그렇습니다. '만인은 만인의 소유'라는 절대 명제 하에 가족이나 결혼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유연애(?)가 상식으로 통합니다(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질병조차 문제 되지 않고 젊음이 상당 기간 유지되어죽음마저도 그리 슬픈 일이 아닙니다.일과(노동)를 끝내면자극적이고 단순한 오락들로 하루를 마감하며, 소마(soma)라는 약을 일정량 지급받아 고통이 삶에 스며들 기회마저 없습니다. 환각과 쾌락이 함께 하는 인생(그것도 정부가 적극 장려하는), 얼마나멋진 세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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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실험실에서 아이들이 만들어질 때 반복되는 끊임없는 수면 학습과 세뇌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계급이 정해지고 동시에 자유와 욕망까지 제안됩니다. 누구나 자유롭지만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은 세계, 통제되고 있지만 통제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한 사회, 이런 세상에 과연 카지노 쿠폰의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던타임스의 세계처럼 멋진 신세계는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탈도 없이 잘도 굴러갑니다. 그러나 '야만인'의 등장으로 완벽한 세계에 조금씩 균열이 생깁니다. 과연 자유의지를 가진 이방인의 등장으로 멋진 신세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932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의 현실을 소름 돋게 반영한 이 작품에서 제가 뽑은 한 문장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문장입니다.

카지노 쿠폰은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할 수 있다.


야만인 '존'과 최고 권력자 무스타파 몬드가 격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등장한 카지노 쿠폰입니다.자유의지를 빼앗긴 채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거짓된 행복에 환멸을 느낀 존이 신과 시와 자유를 원한다고 항변할 때 무스타파 몬드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존이 말합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하겠다"라고.최고 권력자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 이것이 진정한 카지노 쿠폰의 자유의지 아닐까요.이 장면을 읽을 때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키세스단'이 떠올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수많은 존이 있었습니다. 그토록 슬프고도 아름다운 눈 덮인 은박지를 다시 보게 될 날이 있을까요. 물론 또 그런 일이 생기면안 되겠지만요.


조지 오웰의 <1984가 전체주의를강압적인 감시와 폭력을 통한 통제로 묘사했다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쾌락과 무지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 노예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강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한 인간입니다. 어떤 것이 더 무서운 걸까요. 두 고전이 경고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져간다고 느낀다면 저만의 착각일 테지요. 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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