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에 폭설이 내린다. 주말부터 기온이 심상치 않긴 했지만 3월 중순에 폭설 이라니. 어젯밤 남편이 흠칫 놀라며 갑자기 창 밖을 살펴보길래 무슨 일인가 했다. 남편은 창밖을 살피며 폭설 내릴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속으로는 믿지 않았는데(남편을 믿지 못 한 건지, 기상청을 믿지 못한 건지, 어쩌면 둘 다 일지도)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어 보니 눈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나라도 지구도 정상이 아니군.'하고 생각카지노 게임데 옆에서 지금 막 일어난 이음이가 눈을 부비며 말한다. "얼마 전에 봄까치 꽃 피었다고 했는데, 눈이라니!" 눈이라면 뭐가 됐든 신나 하던 아이들의 눈에도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라도 지구도 정말이지 정상이 아니다.
다행히 길가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서 아이들은 무사히 등교를 했다. 우유가 떨어져 마트에 들렀는데 지난달부터 일하던 친구가 계산대에 서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계산을 카지노 게임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번 거쳐를 옮기게 된 이야기부터 부모님 안부, 앞으로 결혼 계획에 대한 고민까지. 이 시간, 이 공간에서 이런 이야기를 카지노 게임 우리 모습이 조금 웃겼고 이런 게 지역 살이의 묘미지, 카지노 게임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우유를 끓이고 커피를 내린 뒤 아버지가 채집해준 꿀을 잔뜩 넣어 달달한 라떼를 만들었다. 아이들을 보내며 허둥대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숨 돌리며 밀린 독서모임 숙제를 카지노 게임데(책 읽기+독후감) 모임원 친구 한 명이 몸살이 났다고 연락이 왔다. 이 모임의 인원은 총 4명이고 올해로 3년 차가 되어 가는데 전원 출석이 가능해야만 모임을 진행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정을 미루게 되었다.(그러니까 내가 숙제를 다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친구가 아파서 속상하고 오랜만에 하게 되는 모임이라 아쉬운 마음과는 별개로 숙제를 미룰 수 있게 된 것에 기분이 좋아져서 읽던 책을 덮고(책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빨래와 설거지를 하려는데 물이 안 나온다. 눈 때문일까, 아랫집에 전화하니 아랫집은 지하수라 잘 모르겠다고 하시고 수도 사업소에 전화하니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이것 참, 어쩔 수 없군.(뭐가?) 마침 이제 막 시작한 농구 경기를 컴퓨터 구석에 켜두고 밀린 숙제 하느라 펼치지 못했던 다른 책을 펼쳐 본다.
재밌는 책을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 글을 쓰는 것도 재미가 없어진다.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른다. 글 쓰는 게 재미없으면 책 읽는 것도 재미없고, 글 쓰는 게 재미있어지면 책 읽는 것도 재미있어지는 것 일지도. 어찌 됐든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고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 주변 사람들 중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한때 교정 보는 일을 하시기도 했고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책을 보고 계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가 그런대로 공부를 잘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고, 나이가 들어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길래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막내 고모가 "어려서는 노느라 책 한 줄 안 보던 애가 지금은 우리 남매들 중에 책을 제일 많이 읽어."라는 말을 해서 놀랐다. 그렇게 말하던 고모는 마흔살에 처음 자전거를 배우고, 쉰이 넘어 영어 공부를 시작했으며 육십이 넘은 지금은 우리 아버지 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
그러고 보면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어쩌면 자기가 진정으로 원카지노 게임 어떤 것을 하게 되는 것도 다 제각각의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자면 나이도, 상황도, 꿈이나 희망 같은 것도 정확하게 들어맞는 때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바심이 났던 마음 한켠이 편해진다. 나는 종종 주변 또래 친구들과 다른 뱡향으로 가는 나의 시간에 조바심이 나곤 했다. 한창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가거나,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해야 카지노 게임 시기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으니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카지노 게임 생각 때문에. 사실 지금 떠올려 보면 이런 생각들도 대체로 너무 두루뭉술해서 무엇에 그렇게 조바심이 났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 할 일,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 했던 것 같다. 그런데이제와 돌아보면다 각자의 때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는 일과,수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무엇보다매일을 끈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쌓인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가 결국 내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때가 오는 날 엄청난 자양분이 되어 줄 테니까.
모임이 취소되고 물이 나오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컴퓨터 구석에 농구를 켜둔 다음 내가 펼쳐 본 책은 임선경 작가의<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이 책에 가장 첫 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일상의 선택이 쌓이면 습관이나 루틴이 되고,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된다고 했다. 인생의 선택이 쌓이면? 점점 '나 자신'이 되어간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나만의 선택을 하며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나를 계속 믿어 주는 것 일테다. 책을 읽고 농구를 보며 글을 쓰는 와중에 눈이 그치고 다시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여기서 오늘 나의 선택은 멈추었던 빨래를 다시 돌리고 집 정리를 한 후 아이들을 데려와 밥을 먹이고 잘 준비를 무사히 돕는 것. 그리고 이 글을 마무리하는 것. 그렇게 매일을 차곡차곡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
3월의 폭설도 무사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