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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3. 2025
치유소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의 거울가게 (11)
제 10화 멜버른 신사의 방문
오늘 아침은 쾌청하다. 날은 더 쌀쌀해져서 이제 제법 두툼한 옷차림들로 바뀌었지만 아직 햇살은 쨍하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짙은 틸블루 카디건에 같은 계열 색감으로 플리츠 롱스커트를 입고 와인색 스카프를 두 번 감아 옆으로 리본을 묶었다. 작고 단아한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의 몸에 전체적으로 루즈하게 걸쳐 입은 의상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의 패션은 늘 따뜻하고 우아한 매력이 있다.
‘할머니 오늘도 역시 멋져요.’
아가는 작고 납작한 코를 더욱 높이 올리며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아이고, 기분 좋아라. 우리 아가도 오늘따라 털에 윤기가 ‘차르르’ 흐르고 코끝이 반짝반짝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기돼지네.”
‘꾸이잉, 역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멋쟁이 커플인 거죠?’
“호호호, 그럼 그럼. 아가 덕분에 오늘도 기분 좋게 시작해 볼까?”
‘좋아요. 꾸이잉!’
“할머니 오늘따라 더욱 멋지세요. 할머니는 역시 패션센스도 최고예요. 너무 부러워요.”
한 걸음에 달려온 듯 머리칼이 바람결대로 흐트러진 새미가 가게를 들어오며 말했다.
“이런, 오늘은 아가도 새미도 나를 아주 하늘로 두둥실 띄우는구나. 이러다가 달나라까지 올라가겠다. 호호호”
“할머니, 아가도요?”
‘아차차’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새미가 평소답지 않게 순간 콕 집어내어 조금 당황했지만 짐짓 모른 채 하며 태연히 말했다.
“으응, 우리 아가는 몸짓으로 내 질문에 답하는 신통방통함이 있거든. 자 한번 보렴.”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아가에게 눈을 끔벅끔벅하며 신호를 보냈다.
“아가야, 오늘 내 모습이 어떠니? 괜찮니?”
아가는 짧고 통통한 목을 최대한 위아래로 흔들며 꼬리를 촬촬 흔들어 보였다.
“우와아, 할머니 정말 대단해요. 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기돼지예요.”
새미는 흥분하며 손뼉을 연신 치며 두 발까지 콩콩 뛰었다.
“할머니, 아가는 저보다 더 똑똑한 아기돼지 일지도 몰라요. 그렇죠? 저는 사실 좀 머리가 나쁘거든요. 할머니도 아시겠지만요.”
“새미야, 나는 지금까지 우리 새미가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정말이요? 할머니는 늘 좋은 말만 해주시네요. 그래서 저는 할머니가 정말 좋아요.”
“호호, 사실 중에서 좋은 말을 골라서 하는 편이기는 하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야.”
“그렇지 아가야?”
아가는 이번에는 더욱 짧고 통통한 목을 위아래로 크게 흔드느라 하마터면 엉덩방아를 쿵 찧을 뻔했다. 아가는 살짝 비틀거리다가 중심을 잡고는 열심히 꼬리를 촬촬 흔들어 보였다.
‘오우, 할머니 이 정도 액션이면 만족하세요?’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아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궁 사랑스럽기도 하지. 우리 아가.”
새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크게 흔들고 인사를 하고 가게 문을 나갔다가 3초 만에 헐레벌떡 다시 가게에 뛰어 들어왔다.
“이것 봐요. 할머니. 저는 머리가 정말 나쁜 게 틀림없어요. 중요한 것을 깜빡 잊어버릴 뻔 했지 뭐예요.”
“새미야, 누구나 깜빡할 수 있단다. 그렇지 않으면 왜 ‘깜빡’이라는 단어가 생겼겠니.”
“하하하, 그러네요. 할머니.”
“그나저나 그 ‘깜빡’ 한 게 뭘까?”
“아하, 그게요. 선물이요. 선물. 우리 할아버지 선물. 할아버지 집맞이 선물. 아니 집.... 뭐더라, 아하 집들이 선물이요.”
새미 할아버지 집들이 선물.
뽀득 여사는 순간 가을을 딱 닮은 새미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할아버지가 드디어 이사하셨거든요. 그래서 할아버지한테 거울선물을 해 드리려고요.”
“그래, 집들이 선물로 거울 좋지. 할아버지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실까?”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설레는 기분으로 몇 개의 거울을 마음으로 찍어보고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에 점잖으면서도 센스 있는….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신도 모르게 거울이 아닌 새미할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마음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뜨끔했다. 살짝 볼에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새미야, 이거 어떠니? 딱 새미할아버지 스타일에 어울릴 것 같은데?”
“역시 할머니는 센스만점이세요. 우리 할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요!”
새미는 어금니까지 보일락 말락 한 함박웃음을 짓고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새미는 거울을 품에 안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사뿐사뿐 걸으며 가게 문을 열다가 문득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양쪽으로 두 번씩 갸우뚱하더니 몸을 휙돌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어, 그런데 할머니, 우리 할아버지한테 이 거울이 어울리는지 어떻게 아세요?”
새미가 요즘 점점 똑똑해지는 것이 틀림없다.
“호호호, 글쎄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조금은 당황했지만 빙그레 웃으며 새미를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역시 새미의 예리함은 여기까지. 해맑은 새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깡충 뛰기를 하며 뛰어갔다.
짙은 청색무광 페인트가 빈티지하게 칠해진 오크나무 테두리의 타원형거울 앞에 선 새미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이상하리만치 자주 만나게 되고, 손녀가 새미인 것까지 서로 알게 된 사이(?)인데 아직까지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새미할아버지와 개인적인 연락처는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호칭조차도 묻지 않고 헤어졌었다.
‘그사이 한 번쯤은 가게로 찾아왔을 법도 할 텐데.’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기도 모르게 한참새미할아버지 생각에 빠져있느라 따라놓았던 커피가 다 식어가는 줄도 몰랐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늦가을 바람이 훅 밀려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 눈앞에 거짓말처럼,새미할아버지가 영화의 한 장면 같이가을바람과 함께서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아까 새미가 가져갔던 거울의 테두리처럼짙은 청색 빈티지 가죽자켓을 입고 은빛 머리칼이 바람에 살짝 흩트러져 있는 모습은 커피광고에 나오는 멋진 신사 같았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당황스러움과 반가움,그리고 순간 몸 안의 피가 빠르게 돌기 시작한다는 느낌에 살짝 현기증이 났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바로 무료 카지노 게임님의 요술궁이군요,”
“요술궁이요? 그럼 저는 요술궁에 사는 마녀쯤 되는 건가요?”
“하하하, 마녀라니요. 요정이라면 몰라도요.”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정말 등에 날개라도 돋아나는 것 같은 간질간질함이 느껴지는 듯 살짝 어깨를 으쓱해 보았다.
“역시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네요. 거울요정이 살고 있는 거울요술궁 같을 거라 상상했었거든요. 묘하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하면서도 설레게 만드는 곳이요.”
“자꾸 ‘요정 요정’ 하시니까. 날개 옷이라도 입고 요술봉이라도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주 잘 어울리시겠는데요. 가끔씩 사뿐사뿐 가게 안을 날아다니셔도 좋으실 것 같고요. 하하하.”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바스락거리는 우아한 날개를 등에 달고 지휘봉만한 요술봉을 돌리며 둥둥 날아오르는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저기 점잖은 아기돼지님에게도 기왕이면 날개를 달아주면 금상첨화겠네요.”
새미 할아버지는 어느새 아가를 발견하고는 흥미로운 눈길로 말하였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가 살짝 흥분한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아가는 ‘요술궁 상상 놀이’에 자신도 역할이 주어진 것을 알고는,둥글고 통통한 등에 앙증맞은 핑크빛 날개를 살짝 얹어보는 상상을 하며 납작코를 실룩실룩 움직여보았다.
“그동안 좀 바빴어요. 이것저것 결정하고 정리하고 하는 바람에요.”
“네. 이제 한국에 정착하시기로 했고 새미네 옆 동으로 이사하셨지요. 새미네랑 적당한 거리가 있는.”
“하하하, 역시 여사님은 요정이 맞으시군요. 다 알고 계시네요.”
‘에구, 주책이야’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마치 새미할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지대하게 많은(굳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것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뒤이어 들었다.
“방에 거울이 없어서요. 멜버른에 있는 물건들을 다 처분하고 왔더니 새로 들여놔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네요. 미니멀리즘을 요즘엔 젊은이들이 유행으로 따른다길래 실천해야지 했는데도 참 기본 살림살이가 소소하게 많이 필요하네요.”
“그럴 거예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는 노래가사도 있다지만 갈 때 가더라도 살아가는 동안에는 참 이것저것 필요하지요.”
“네. 침실에 걸어 둘 작은 거울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요.”
“그거라면 이미 갖추셨어요. 새미가 할아버지 집들이 선물로 준비했답니다.”
“역시, 우리 귀여운 새미가 한발 빨랐네요. 그렇잖아도 새미가 여기 같이 오자고 여러 번 말했었거든요.”
“네, 저도 새미가 할아버지 이야기 할 때마다 ‘할아버지 이미 알고 있다’고 해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되더라고요.”
“저도 일단 새미한테 모른 척했었어요. 새미가 여사님과 이 가게에 대해 얼마나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지 ‘나 이미 알고 있다’하면 우리 새미가 김 빠질 것 같아서 연기 좀 했습니다. 하하하”
“저두 마찬가지 이유예요.”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와 새미할아버지는 마치 둘만 아는 중요한 모의라도 한 듯 일종의 동맹의 눈길을 주고받으며 격의 없이 활짝 웃었다.
새미할아버지와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향기가 진한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새미할아버지가 엔지니어였다는 것, 지금은 여행 에세이를 쓰는 작가라는 것,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싱글이라는 것(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 점에 대한 확인에 자기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커피마니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시간은 가장 객관적이지만 가장 주관적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하듯,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와 새미할아버지는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한 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했을 뿐인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오늘 조촐하게 집들이하기로 했거든요. 새미엄마랑 새미랑이요. 이제 자주 뵙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요.”
‘당연히 괜찮지요. 안 그러면 서운할걸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꾹 참고는 우아하게 미소로 답해주었다. 새미할아버지는 또 그렇게 바람처럼 가게를 나갔다.
“이야, 우리 동네에 저런 멋쟁이 신사가 있었나?”
새미할아버지가 열고 나가는 문으로 동시에 불독할매가 불쑥 밀고 들어왔다.
“네?”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짐짓 모른 체하며 불독할매를 바라보았다.
“아니, 방금 전 가게 나간 양반 말이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불독할매는 마치 유명 배우라도 본 것 마냥 들뜬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를 호기심 어리게 빤히 바라보며 덧붙였다.
“저 나이에 저런 멋쟁이는 드물죠잉? 그런데 거울 사러 왔남?”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는 불독할매의 질문에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어머, 그런데 맹사장님 요사이 좋은 일 있으신가요. 점점 멋져지시네요.”
“그러게 돈이 좋긴 좋네. 희한하지. 뽀득사장님한테 거울 사 간 뒤로 자꾸 거울을 보게 되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여기저기서 인물 났다는 얘기 솔솔찮게 들어유.”
그러고 보니 불독할매는 늘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자주색 몸빼 바지가 아닌 꽃무늬(빨간색 꽃무늬가 유독 불룩 나온 배 부분에서 더 크게 활짝 피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앙상블 세트에 단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금목걸이도 한 줄 걸고 있었다. 불독할매가 지난번에 거울을 사가며 ‘분단장 꽃단장’하며 살겠다고 하더니 역시 불독할매의추진력은 알아줘야 한다. 그러고 보니 생전 안 하던 꽃분홍 립스틱까지. 갑작스러운 시도에 아직은 무언가 어설프고 조화롭지 않은 면도 있지만 아무튼 ‘분단장 꽃단장’한 불독할매 자신도,또 불독할매를 보는 사람들도 기분 좋을 일이니 그러면 된 것이다.
불독할매는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게를 나와서 3층으로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아까 뽀득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게에서 마주쳤던 ‘멋쟁이 신사양반’의 모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은 2층까지 계단을 오르고는 ‘끄응’ 한번 소리 내고 숨을 고르고다시 계단을 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불독할매는‘멋쟁이 신사양반’을 떠올리느라 단숨에 3층까지 올라와 버린 것까지도스스로모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불독할매는 그날 유난히 거울 앞에서 한참을얼굴을들여다 보고는잠자리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