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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 불안과 불확실성의 세계
데뷔작이 결코 행운과 우연이아니었음을 증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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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드라마 111분
감독박찬옥
개봉2009년 10월 28일
파주 - 불안과 불확실성의 세계
1. ‘화상(火傷)’같은 기억
박찬옥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파주’는 희뿌연 안개의 이미지처럼 불확실성과 불안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명확히 설명해 내기는 어렵지만, 만약 처음 떠오르는 단어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저는 ‘화상(火傷)’을 꼽겠습니다. ‘화상(火傷)’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비유로서 기능합니다. 중식(이선균)이 순간적인 욕정으로 선배의 여자(정자영)와 잠자리를 가질 때, 삶의 경고음처럼 아기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어 울어댑니다. 이것은 현실에서 환상으로 도피하려는 중식과 자영(김보경 분)을 다시 냉정한 현실 속으로 데리고 오는 역할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바로 화상자국처럼 지울 수 없는 죄의식과 함께 말이죠. 그래서 화상은 영화에서 기억의 죄의식이며 현실의 비루함을 나타내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이후 중식은 안갯속 도시, 파주(실제로 파주에는 안개구름길이 있다고 하네요.)로 도피를 하고 거기서 은수(심이영 분)를 만납니다. 몸은 서울을 떠났지만 마음은 과거에 붙잡혀 있던 중식은 또다시 엄습해 오는 기억의 심연(深淵)을 느낍니다. 바로 은수의 등에 화상자국이 있었던 것이죠. 비겁함과 비굴함을 무릎 쓰고 도망쳐 온 안갯속에 시퍼런 기억의 칼날이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은수라는 인물은 화상처럼 중식에게 기억의 통증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그녀를 안는 것은 그에게 있어 자신을 용서하고 과거를 오롯이 껴안는 일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중식에겐 그럴 용기도 희망도 생기지 않습니다. 그의 말처럼 (과거의 업보로) 갚을게 많은 그는 철거민들을 위해 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일은 합니다. 이것은 영화 속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중식이 마음의 안식처를 애써 확보하려는 행위로 보였습니다. 술 취해 은수를 겨우 안았지만 사실 그것은 과거와의 화해가 아닌 망각으로의 또 다른 회피인 것이죠. 그래서 상징적으로 현실에서 집이라는 공간을 지켜냄으로써 마음의 안식처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였습니다. 철거민의 생존권 투쟁은 그에게 있어 영혼의 생존권 투쟁인 셈이죠.
-그리고 또다시 쾅!!
2. 은수의 죽음 그리고 은모
가스폭발사고로 인해 은수가 죽게 됩니다. 이것은 과거와의 어설픈 화해를 무용지물로 만들며 또다시 중모를 과거의 나락으로 끌어내립니다. 폭발 후 시커먼 현장에서 하얀 분말가루를 뒤집어쓴 그의 모습은 영혼의 안식처를 송두리째 상실한 허망한 표정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또 삶은 불확실성 속에서 이어지고 기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은수의 여동생, 은모(서우)입니다. 은모는 영화에서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동시에 매력적인) 역할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녀는 중식에게 형부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금지된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서 그를 위협에 처하게 하는 인물이기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3. 금지된 사랑
이 영화의 첫 장면은 떠났던 그녀가 택시를 타고 파주로 다시 들어오는 장면입니다. 안개 낀 파주를 다시금 찾아오는 행위는 애써 회피했던 과거와의 만남인 셈이죠. 그리고 그 과거의 중심에는 중식과 언니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식은 은모가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언니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만 은모는 미심쩍은 마음에 계속 진실을 파헤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진실이 자신을 겨누는 칼날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모르고 있죠. 자신의 손으로 생(生)의 밧줄을 잘랐다는 것을 안다면 그녀는 그렇게 훌쩍 인도로 떠나지는 못했을 겁니다.
조사 끝에 그녀는 언니의 죽음의 원인이 교통사고가 아니라 가스폭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아마 그때 언니의 죽음이 어딘가 자신과 연관되어 있음을 느낀 듯합니다. 그래서 형부를 향한 자신의 사랑에 대해 더욱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한 죄의식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현실의 비루한 끝을 붙잡게 만드는 못난 애정! 이것은 중식과 은모가 모두 공유한 감정입니다. 그리고 둘 모두 몸을 내맡길 안식처를 상실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형부와 처제 간의 사랑이라는 불순한 모습이라기보다는 불우(不遇) 한 두 영혼의 만남처럼 보입니다.
4. 안갯속으로의 투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은모가 오토바이를 타고 안갯속 도로를 달려 파주를 떠나는 장면입니다. 끈질긴 고민과 추적 끝에 그녀가 결국 깨달은 것은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실이 아니라 불확실한 인생을 홀로 내달려야 하는 삶의 법칙인지도 모릅니다. 불확실성의 세계로의 투신! 이것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만이 오롯이 껴안아야 하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각에서 오는 행위로 보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녀가 진정 알고 싶었던 것은 언니의 죽음의 확실한 이유가 아니라 형부가 지닌 감정의 정체 그리고 자신이 행한 행동의 연유(緣由)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은 뜨겁지만 모호하고 진실은 날카롭지만 불확실합니다. 오직 무너져가는 삶의 터전만이 확실한 현실일 뿐입니다. 그래서 철거민을 지키는 중식에게 은모는 물어봅니다.
“이런 일 왜 하세요? 이 일이 형부한테 무슨 보람이 되죠?”
- “글쎄. 처음엔 멋있어 보여 시작했는데 나중엔 내가 갚을 게 많은 사람이라서 계속하게 됐어.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아마 은모는 이때 이미 중식을 떠날 마음을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위 질문은 현실의 끝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현실을 떠나는 것은 과거와의 작별이기도 해서 그녀는 용기 내어 중식의 마음을 확인카지노 게임 사이트.
"저는요?"....
-"난 단 한 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어...."
"이게 저한테 할 수 있는 모든 얘기예요?"
모호한 감정의 끝에서 그녀는 무너져가는 현실을 뒤로하고 희뿌연 안개 행(行)을 택카지노 게임 사이트.
안개는 짙고 앞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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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時)
파주(把住)
-마음속에 잘 간직함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고
스스로 삶의 고삐를 다 잡았다
꽉 바투 잡은 고삐에 줄줄이 매달린 건
화상(火傷) 같은 기억들!
쿵! 쿵! 쿵!
성난 황소 같은 그들은 꿈속까지 따라온다
안개구름길이 있다는 파주에 몸을 내맡겼다
......
고요한 안갯속에 시퍼런 기억의 칼날이 날아온다
불에 덴 아이처럼 울어대는 과거의 기억들
용서해 줘! 용서해 줘! 용서해 줘!
파주에 난 구름길은 축축한 눈물자국
이름 없는 자들이 흘린 눈물이 만든 길
훌쩍 안개에 투신한 그녀는
눈물이 다 말랐을까
눈물로 안개 길을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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