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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위 Mar 28. 2025

여자의 장례식, 그리고 카지노 쿠폰

결국, 여자의 딸은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된 말기 암 환자였다. 그 사이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어디에 있다 한들 여자는 이미 죽음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던 딸이 느닷없이 엄마를 보내 주기로 한 건 용하다는 무당의 점괘 때문이었다. 이미 죽은 목숨을 이승에서 놓아주지 않아 구천을 하염없이 떠돌고만 있다는 끔찍한 말을 들은 것이었다. 딸은 서둘러 장례식을 준비했고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연락을 돌렸다. JH 컴퍼니에 연락을 한 것은 엄마를 그만 찾아도 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셋 중 누구도 여자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세 사람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한여름이었다. 거리의 공기는 빽빽한 열기를 가득 품은 채 한증막처럼 텁텁했고 사람들은 지친 얼굴로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세 사람은 장례식장으로 가는 동안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상주가 하나뿐인 쓸쓸하고 조용한 빈소였다. 여자의 딸은 마치 여자가 다시 젊어져 되돌아오기라도 한 듯 똑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외모뿐만 아니라 분위기 같은 것이 섬뜩하리만치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본 사람인데도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여자의 낯빛은 희다 못해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양쪽 볼엔 깊은 골짜기가 패여 있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얼굴이었다.


“JH 컴퍼니에서 온 김카지노 쿠폰라고 합니다. 여기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고요. 어머니를 찾아드리지 못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셨잖아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와 주신 것도 감사하고요.”

“이후로 어머니한테서는 정말로 아무 연락도 없으셨요?”

“네, 없었어요.”


세 사람은 조문을 마친 후 서둘러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장례식장에 들어선순간부터 카지노 쿠폰의 얼굴이 심각할 정도로 캄캄하게 굳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는 문득 이 대리 장례식이떠올랐다. 그때처럼 카지노 쿠폰는 사방이 막힌 병갇힌 듯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카지노 쿠폰는 어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업무차 가야 할 자리에는 정훈이 대표로 갔고 부의금을 아주 두둑하게 내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하곤 했었다. 하지만 당사자의 장례식엔 직접 가 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카지노 쿠폰는 이 대리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한 거였다.


“카지노 쿠폰야, 괜찮아?”

“응, 형. 잠시 앉을 수 있을까?”

정훈은 카지노 쿠폰를 부축해 바로 앞에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문득예전 회사에서 보았던 카지노 쿠폰의 얼굴이 머리를 스쳤다. 말간 웃음을 지으며 슬픔 따윈 깡그리 증발해 버린 듯한 표정으로 너에게 말을 걸어오곤 했던 재이. 재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그의 이유 없는 다정함과 부담 없는 유쾌함에 길들여져 버린 너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였다. 슬퍼서 웃는 사람도 있다며 나직이 뱉어내던 그의 한숨 섞인 목소리를. 그때 카지노 쿠폰의 에는형장으로 끌려가기 직전의 사형수처럼 서늘한슬픔이 맺혀있었다. 정훈은 모든 걸 다 아는 듯 침착하게 재이를 부축했다. 재이의 작고 가는 몸이 금세라도 땅 밑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 정훈은 구석에 있던 기다란 소파에 카지노 쿠폰를 앉혔다. 쓰러질 듯 털썩 주저앉는 소리에 카페의 공기가 한꺼번에 요동쳤다.


재이를 이토록 공황에 빠뜨리는 건 대체 무엇일까? 카지노 쿠폰는 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 어설픈 배우일지도 몰랐다. 진짜를 감추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가짜를 완벽히 연기하지도 못하는 삼류 엑스트라. 그런 배우라면 익히 알고 있었다. 바로 너 자신이기도 했으니까. 메뉴를 볼 사이도 없이 엉겁결에 주문한 아메리카노 석 잔이 테이블 위에서 뜨거운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무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세 사람은 여전히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낯선 이방인일 뿐이었다. 너는 두 남자를 더는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숨겨 온 판도라의 상자 속 비밀을 억지로 눈앞에 끄집어내어 펼쳐 놓는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싶지도 않았다. 너는 세 사람 사이를 팽팽하게 당기며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삼각형이 마음에 들었다. 너 자신이 그중 하나의 꼭짓점이라는 사실에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어쩌면 고약한 이기심과 진실에 대한 두려움이 오랜 시간 너의 뒷덜미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던 지도 몰랐다.그런자신이 못내 부끄러웠지만 애써 모르는 척 외면하면서.


먼저 일어서려는 너를 카지노 쿠폰가 붙잡았다.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던 식은땀이 다 마르고 낯빛도 어느새 원래로 되돌아가 있었다. 카지노 쿠폰는 정훈을 먼저 돌려보내고는 너의 앞에 마주 앉았다.

“누나, 많이 놀랐죠?”

“아냐.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 재이 씨가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던 게. 예전 이 대리님 장례식에서도 지금이랑 비슷했던 거지?”

“아, 네. 그때도 이랬죠.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버텨 본다는 게 결국 쓰러지고 말았었죠. 누나가 절 구해줬고요.”

“이유 같은 거 굳이 말해 주지 않아도 돼. 숨기는 데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걸 테니까.”

“혹시 듣고 싶지 않았던건 아니고요? 실은 누나가 물어봐 줄 줄 알았는데 단 한 번도 묻지를 않더라고요. 나에게도 정훈이 형에게도.”

“아.....그게.”

“괜찮아요. 누나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나까지 거기에 고통을 보탤순 없죠. 아마 물어봤어도 말해주지않았을 거예요.”

“미안해.카지노 쿠폰 말대로내가 외면하고 있었던 거야.모든 고통으로부터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리고 싶었던 거 같아. 카지노 쿠폰가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도 왜 그런지까지는알고 싶지않았던 거지. 난 그냥 무대 밖의 엑스트라로 사는 게 편했으니까. 내 안의 고통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고통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싶지않았어. 내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바보같이. 하지만 카지노 쿠폰는 그러지 않았지. 재이만 괜찮다면 이제는 제대로 보고 싶어. 진짜 너를. 그래서 내가 너에게 갈 수 있도록.”



“살아 있다면 찾아주고 싶었어요. 살아만 있다면.”


카지노 쿠폰는 모든 이야기의 끝에 이 말을 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재이의 눈이 나갈 곳 없는 동굴에 갇힌어둡고 축축했다. 어느새 너의 얼굴도 흠뻑 젖어 있었다. 어떤 의미의 눈물인지는 너조차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너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언젠가 카지노 쿠폰가 네 안에서 나온 실을 자기의 온몸에 칭칭 다시 감아 맸던 것처럼, 이번엔 재이에게서 흘러넘치는 눈물을 너는 남김없이 받아 마셨다. 눈물이심장과 폐와 위에 젖어 들어 한 방울도 더는 마실 수 없을 만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도. 너는 조금이라도카지노 쿠폰가 희어지기를 바랐다. 단지 티끌만큼일지라도.


카지노 쿠폰는 모두를 잃어버린 거였다. 아니 모두 다 사라져 버린 거였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엄마를, 아빠를 그리고 동생을 잃었다. 카지노 쿠폰는 초등학생 때 이미 홀로 상주가 되었고 남은 생 동안 다시는 누구의 상주도 되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장례식장 같은 곳엔 절대로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떤 확률로 하루아침에 홀로 세상에 내동댕이쳐질 수 있는 것일까. 수많은 날들 중 하필 그날 바로 그 시간에. 한 사람도 아니고 가족 모두가 한 공간에서 사고를 당할 수가 있는 것일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차가 미끄러지고 마주 오던 트럭도 동시에 미끄러질 확률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끔찍한 사고에서 다 죽고 혼자만 살아남을 확률은? 그런 말도 안 되는 확률이란 게 진짜로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카지노 쿠폰가 죽음이란 잔인한 확률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냉소적으로 말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어쩌면 카지노 쿠폰는 그렇게 믿지 않고선 한순간도 생을 버텨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치가 떨리게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동시에 철저히 죽음이 사소하다고 멸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였다. 단지 남겨진 자, 아니 살아남은 자가 되기 위해서는.


“살아 있다면 찾아주고 싶었어요. 살아만 있다면.”


카지노 쿠폰챗지피티가 제작한 어린 '카지노 쿠폰'의 이미지입니다.



* 카지노 쿠폰에게 보내는 노래이자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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