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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인간 Jan 12. 2025

P(doom) : 멸망의 카지노 게임 추천 (1)

<Nexus와 <AGI의 시대에서 영감 받은 단편 과학소설

P(doom)이 0 이상이라면, 인류는 언젠가는 파멸한다.



"1차 세계대전 때의 비둘기 영웅 얘기 알아?"


성준은 먼 과거를 회상하듯 눈을 30도쯤 위로 향하며 중규에게 물었다.


"비둘기가 전투기를 격추하기라도 했다는 얘기냐?"


중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내심 성준이 대체 무슨 말을 꺼내려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프랑스에서 미군하고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로스트 바탈리언'으로 명명된 미군 대대 하나가 좀 의욕이 앞서서인지 독일군 참호선을 넘어가 버린지도 모르고 진군해 버린 거야. 독일군은 미군 대대 하나를 쌈 싸 먹을 기회가 왔으니까 포탄을 엄청 날렸겠지.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군마저 로스트 바탈리언이 있던 곳을 향해서 포탄을 날린 거야. 사실 궁지에 몰린 아군 부대를 도와주려고 독일군을 향해 포탄을 날릴 의도였겠지만, 위치를 잘못 파악해서 오히려 아군을 향해 포격을 퍼부은 것이었지. 포위당한 로스트 바탈리언은 이 상황을 빨리 아군 포병대에게 알리지 않으면 아군의 포격에 몰살당할 위기였던 거야. 그래서 지금으로 치면 무전통신기기 같은 전서조 비둘기 다리에다가 깡통을 묶고 거기에 자기들의 위치를 적은 편지를 넣어서 미군 본진을 향해 날려 보냈지. 그 비둘기 이름이 '셰르 아미'였는데, 셰르 아미 이 녀석이 전서조 역할에 정말 충실하도록 훈련을 받았었나 봐. 바로 아래에서 포탄이 폭발해서 병사 다섯 명이 죽는 상황에서 자기 자신도 꽤 큰 부상을 입었고, 총알 하나는 가슴에 상처를 냈고, 다른 총알이 편지 깡통을 묶은 오른쪽 다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다리가 힘줄에만 의지한 채로 매달려 있는 지경까지 갔는데도, 40킬로미터를 45분 만에 날아가서 편지를 성공적으로 전했던 거야. 결국 셰르 아미란 이름의 비둘기 한 마리 덕분에 아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미군이 포격의 목표를 독일군 쪽으로 바꿔서 로스트 바탈리언을 구해냈다는 얘기야."


중규는 듣고 있으면서도 성준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의아했다.


성준은 이어갔다.


"그런데 셰르 아미가 40킬로미터가 아니라 400킬로미터 또는 4000킬로미터를 날아가야 했다면 무사히 편지를 아군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사실 로스트 바탈리언에는 셰르 아미를 포함해서 여덟 마리의 전서조가 있었다고 해. 그렇지만 셰르 아미를 제외한 일곱 마리의 전서조가 편지를 갖고 날아가다가 모두 독일군에게 사살당했던 거지. 일단 전체 전서조의 수에서 편지 전달에 성공한 전서조의 수를 생각한다면, 셰르 아미가 편지 전달에 성공할 카지노 게임 추천은 12.5%라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셰르 아미가 포탄 피해를 입고 총알도 두 번이나 스친 것을 생각하면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은 훨씬 낮다고 추정할 수 있어. 포탄 피해에도 살아남을 카지노 게임 추천을 30%로 보고, 심장 근처에 총알을 맞았는데도 살아남을 카지노 게임 추천을 10%로 보고, 다리에 총알을 맞았는데도 편지가 유실되지 않을 카지노 게임 추천을 또 10% 정도로 보면, 셰르 아미가 성공할 카지노 게임 추천은 0.3% 밖에 되지 않는 거지. 그런데, 이건 40킬로미터를 날아갔을 때의 얘기야. 셰르 아미가 40킬로미터에서 성공할 카지노 게임 추천 P(success)가 0.3%라면, 400킬로미터일 경우에는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의 10 거듭제곱, 그러니까 0.000000000000000000000006%밖에 되지 않아. 4000킬로미터일 때의 카지노 게임 추천은 그냥 0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지."


중규는 '좀 과하게 단순한 가정의 연속이군. 일단 셰르 아미가 포탄 피해 한 번과 총알 피해 두 번을 겪을 카지노 게임 추천을 계산해야 하는 거 아냐? 셰르 아미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을 카지노 게임 추천도 꽤 높을 텐데. 그리고 40킬로미터 내내 독일군이 공격하지 않고, 셰르 아미가 날기 시작할 때 공격이 집중되었을 것이니, 40킬로미터에 대한 카지노 게임 추천을 400킬로미터에 대해서는 10 거듭제곱하는 것이 가당키나 해?'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성준이 워낙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터라 묵묵히 듣고 있었다.


"결국, 셰르 아미가 계속 날아갈수록 그 비둘기는 역사책에서 점점 사라진다고 할 수 있겠지. 셰르 아미가 40킬로미터를 날아야 했던 이 세계에서는 그가 영웅이지만, 셰르 아미가 100킬로미터를 날아야 했던 평행 세계에서는 그는 영원히 잊혀진 존재로 남을 카지노 게임 추천이 높은 거야."


중규가 더는 참지 못하고 하품을 하려는 찰나, 성준은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P(doom)이라는 카지노 게임 추천 들어봤어?"


중규는 '고전 일인칭슈터 게임인 '둠'을 한 번에 클리어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인가'라고 생각했고, 성준은 계속 이어갔다.


"AI가 인류를 멸종시킬확률이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화두라는데, 그냥 방구석에 앉아 공상이나 하는 자들이 만들어 낸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하기에는 그걸 말하는 사람들이 꽤 대단한 AI의 거두들이거든. 예를 들면, 앤스로픽의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그 값을 10에서 20%로 보고 있고, 샘 올트먼이 쫓겨난 오픈AI에서 잠시 CEO를 맡았던 에멧 시어의 경우, 그 값을 5~50%로 보고 있다는 거지. 자, 인류를 셰르 아미라고 생각하고, 인류가 흑사병에서 살아 남고 핵전쟁도 용케 피해 왔지만, 다가올 AI 혁명의 시대를 무사히 뚫고 지나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현재의 부분적인 AI로 인한 멸망의 확률 P0(doom)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사람 정도의 능력을 갖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로 인해 멸망할 확률 P1(doom), 사람을 아득히 뛰어넘는 능력을 갖는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로 인해 멸망할 확률 P2(doom)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2)에서 계속...



* 주: 셰르 아미의 영웅담은 후세의 각색이 많이 가미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셰르 아미라는 비둘기가 전령 역할을 하다가 부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군이 로스트 바탈리언의 위치를 파악한 것은 셰르 아미가 오기 전이었다는 것. 게다가 셰르 아미는 로스트 바탈리언의 전서조가 아니었다는 얘기도 있다. 셰르 아미와 로스트 바탈리언의 영웅담은 미담 몇 가지를 뒤섞고 좀 더 극적으로 윤색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Yuval Harari, "Nexus",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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