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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1. 독감과 그 후유증으로 새해 첫 10일 가량을 거의 날렸다. 모두들 독감 조심하길 바라며...


2. 2025년 첫 카지노 게임.마이클 만의 <페라리는 치정극이다. 시놉시스만으로는 1957년 밀레 밀리아와 레이서 포함 11명의 사망자를 사고를 중심으로 엔초 페라리의 전기카지노 게임에 가깝지만, 카지노 게임의 중핵은 장면에 있다. 카지노 게임는 침대에 여자와 누워 있는 엔초 페라리를 보여준다. 아침이 되어 먼저 일어난 그는 아들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가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자동차에 올라탄다. 다른 침대, 여기에는 여자만이 누워있다. 방의 구조는 물론 촬영의 구도 또한 비슷하기에 얼핏 여자는 같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번째 여자는 엔초의 불륜상대 리나, 번째 여자는 엔초의 아내 라우라다. 사람 사이를 잇는 것은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엔초다. 그는 낡아빠진 승용차를 레이스카처럼 몬다. 속도를 낸다는 것이 아니다. 마이클 만은 내리막길로 차를 밀다가 올라타는 모습부터 민첩하게 기어를 바꾸고 페달을 조작하는 엔초의 모습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준다. 카지노 게임의 중심을 이루는 갈등은 회사의 명운을 레이스의 성과가 아니라 엔초-리나-라우라 사이의 삼각관계다. 카지노 게임의 장면이 드러내는 것처럼 <페라리에서 자동차와 레이싱은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는 엔초가 외화된 모습이다. 사람 내지는 가정을 모두 통제 혹은 관리할 있다는 '믿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포드 v 페라리에서도 적절히 묘사되었던 것처럼, 레이싱은 죽음을 마주하는 일이다. 엔초의 믿음은 죽음에 대한 일종의 방어기제다. 친구의 죽음 이후 레이서를 그만두었으나 레이싱을 주관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죽음 앞에서 애도의 시간을 부여하지 않고 곧장 다음으로 넘어가는 카지노 게임는 허점과 상처 투성이인 자신을 감추고자 하는 엔초 자체를 동력 삼는다.


3. 로버트 에거스의 전작 <노스맨은 처참했다. <더 위치와 <라이트하우스에서 그는 문명적인 표면(종교, 등대) 위에서 벌어지는 비이성(마녀재판,신화)의 세계를 그려냈다. 두 카지노 게임가 실어 나르는 불쾌함은 여기에 기인한다. 두 카지노 게임는 데카르트적 이성 위에 건설된 듯한 (언제나 현재보다는 과거인) 문명이 실은 비이성 위의 사상누각에 불과함을 넌지시 그려내기 때문이다. <노스맨은 반대로 비이성의 세계 속으로, 야만과 주술이 가득한 세계로 향한다. 그 세계는 이미 그려진 세계의 반복, 북유럽 신화와 햄릿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스페라투는 반갑다.자본주의가 발흥하던 시기에 벌어지는 흡혈귀 소동은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 에거스는 <라이트하우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해불가한 사건 속으로 근대인들을 밀어 넣는다. 그가 무르나우의 카지노 게임를 지금 다시 리메이크했어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다. 단지 장르적으로 충만한 그 세계 속으로 우리를 재차 초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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