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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Apr 06. 2025

지금은 카지노 게임 중 ON

(카지노 게임 1일 차) 선생님, 살아계신가요?

3월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곧 이어지는 카지노 게임주간.


1학년 학부모님은 전체 학년에서도 관심이 가장 많고, 걱정도 그득하고, 이런저런 말도 많이 오가고, 모르는 것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1학년 담임은 학부모까지 포함해서 학생 두 배의 학생을 맡는 거나 진배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목이 쉬어가는 3월의 마지막 날부터 4월 초. 방학 동안 충전했던 에너지로 3월의 생기발랄했던 나는 봄꽃이 피기도 전에 까슬까슬 마르고 시들해졌다. 에너지 넘치고 사고뭉치 녀석들을 매일 만나다 보니 배터리 충전할 새도 없이 힘에 겨웠나보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드러났던 모양이다.


"선생님, 아유 힘드시죠? 핏기가 하나도 없어. 이거 드세요!"

내게 비타**을 손에 쥐어주시는 우쌤의 걱정스러운 눈빛.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커피 한 잔 내려 드릴까요? 말 안 시킬 테니까 여기에 앉아서 좀 쉬었다 가세요!"

사서 선생님의 따스한 커피 한잔으로 수혈을 급히 한다.

"15분 후에 카지노 게임이라서요, 쌤 덕분에 잠깐 쉬어 가요."

폭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교실의 공기와 다른 책이 둘러싸인 인디언 의자에 앉았더니 잠이 스르르 온다. 꺼내든 책은 무릎에 멋으로 두고 눈을 감고 깜빡 잠이 들었다. 잠깐의 휴식, 따스한 선생님의 위로로 반짝 제정신을 찾았다.

'이제 카지노 게임 시작, 으쌰!'



교사이면서도 나의 아이를 학교에처음보내던 날 얼마나 긴장하고 걱정이 많았는지 모른다. 부모님들의 마음을 알기에 만나는 첫날 안심시키는 일부터 한다. 부모의 걱정이 아이들 마음에 닿아 안 그래도 힘든 아이들의 불안은 더 오래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학년에 비해 카지노 게임 신청을 많이 하는 편이다. 되도록 아이들의 부모님을 한 분, 한 분 모두 만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많은 분들과 카지노 게임을 진행하면 힘들기도 하지만 부모님을 만나면 아이들이 보인다. 짧은 카지노 게임의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부모님과 눈을 마주하고 오롯이 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을 나누면 아이를 중심에 두고 나와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세심하게 관심을 두고 아이에 대해 궁금한 것들과 고민을 서로 공유하다 보면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하고, 카지노 게임의 행동들로웃기도 하고 때론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첫날의 카지노 게임.

"선생님, 힘드시죠?"

보통은 "우리해은이는 학교생활 잘하고 있나요?"가 첫 대면의 시작인데 나를 걱정하는 어머님의 말씀에 반박하지 못한 채 그저 웃고 말았다.


"어떡해요. 지금 아이들이 너무 말썽쟁이들이라, 사실 선생님 걱정 진짜 많이 했거든요."


퀭한 눈이 피곤한 몸이 부모님께 그리보였나 싶어서 몸을 더 곧추 세우고 눈에 힘을 주었다.

"남자아이들이 많아서 유난히 더 들썩거리고 에너지가 넘치긴 하지만 1학년 친구들의 특성이기도 해요."


"첫 주부터 해은이한테 이야기 들으니 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더라고요. 힘드시겠어요."


맞다, 둘째 날부터 수민이와 연준이가 공깃돌 게임을 하다가 치고받고 싸웠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얼마나 놀랐던지. 두 아이를 즉시 밀쳐서 떼어놓고 양손에 각각 한 팔을 움켜잡고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새를 놓칠 새라 준이가 들고 있던 물을 하늘이에게 뿌려 교실이 난리가 났었다. 하늘이는 옷이 젖은 채로 울고 준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매시간 집중 못하는 카지노 게임을 쥐락펴락 조절하며 쉬는 시간까지 복도와 화장실을 왔다 갔다 긴장하며 보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 눈길을 피해 어찌 그리도 말썽을 부리는지. 귀여운 짓 사이사이에 꼭 균형을 맞추느라 애쓰는 말썽꾸러기들.


"해은이가 학교 생생 정보통이네요. 해은이는 제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예쁜 친구예요. 늘 학교가 젤 재밌고 선생님이랑 친구랑 활동하는 게 좋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해줘서 힘이 나게 해요!"


"해은이가 귀찮아서 그냥 다 재밌다고 하는 줄 알았어요. 학교에서도 그렇게 즐겁게 지낸다니 다행이에요!"


수업할 때, 호응해주는 친구가 많아지면 힘이 난다. 남자아이들이 많으니 공감능력이 유난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예상 못한 순간에 웃음을 터뜨리고 교사의 내용 담긴 표정, 이를테면 잘못된 행동에 대한 단호한 표정에도 장꾸어린 웃음기를 머금고 내 앞에서 잠시 조용히 서있을 뿐.


00이가 이렇게 행동하면 친구가 얼마나 속상하고 불편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는 안 그러겠다는 다짐 끝에, '네'하고 대답하지만 뒤돌아서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카지노 게임.


나눈 대화들이 내용이 아이의 마음속에 그려지기는 한 걸까? 일어난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까? 그 당시에는 진심이지만 아이들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음 편에는 말썽꾸러기 친구의 카지노 게임 내용으로 몇몇 친구를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하기로 하자.


아이들의 부모님과 만나면서 피곤했던 몸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보며 가진 안개들이 조금씩 걷히기도 하고 해답을 얻어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 내내 한 분도 빠짐없이 지금 아이들의 특징을 이미 파악하고 나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알아준 덕분에 힘이 났다. 이제 진짜 한 배를 타게 된 것 같다. 앞으로 탄 배 위에서 별 탈 없이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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