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책을 읽는 내내, 지금 당장, 한시영 작가를 찾아가 있는 힘껏 꽈-악 안아주고 싶었다. 한시영을, 이영숙을 꽈악, 꽈-악. 그리고 우리 엄마를.
무시무시한 제목. 그러나 곧, 간결하고 솔직한 문장문장의 사이에서 그래도 여전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지"하는 마음들이 읽혀서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그러다 결국 또르르, 흐르는 눈물이 누구 때문인지도 모르는 채, 나는 어린 한시영과 젊은 이영숙을 번갈아 지켜보며, 미워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게 되었다.
그럴 때면 엄마가 한없이 안타까웠고, 엄마를 안타까워해야 하는 내 인생이 더 안돼 보였다. _p.21
이 책은 나쁜 엄마를 고발하거나, 혹은 그 상처로부터 살아남은 생존기가 아니다, 절대.
오히려치열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려 했던 이야기,서툴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받으려 애썼던 이야기.
한시영은 '살아남은 사람'이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 이고, 그가 상처와 결핍 속에서조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어떻게 포기 하지 않아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제야 겨우 본다...난감함과 곤란함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 유지하고 마무리할 능력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내게 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제야 나는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_ 267P
알콜중독자의 딸로 살면서 어린 한시영은 엄마를 감시하고, 말리고, 다치지 않도록 밤새 걱정하며 살았다.
딸로서가 아니라 거의엄마의 보호자처럼 살았던 어린 날들. 그러나 한시영은 단순히 피해자에 머물기보다
자기 안의 증오, 연민, 죄책감이 어떻게 얽히고설켜왔는지를 마주 보며, 그 감정의 미로에서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일 수밖에 없던 관계"를 건져 올린다.
가장 좋은 순간 저에게는 기쁨보다 슬픔이 찾아왔어요. 엄마가 이렇게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엄마의 불행이 저 때문이 아니란 것은 압니다. 하지만 자꾸만 좋은 순간에 찾아오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_155p
나는 감히, 한시영과 이영숙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모녀의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촌언니, 사촌 오빠, 삼종아저씨, 반찬가게 아줌마, 병원에서 만난 송은옥 어머니, 금자이모.
한시영이 이영숙을 엄마로 가진 그 고생에 대한 보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그저 평범하게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으리라.
그러나 한시영은 그 평범함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온기를 발견해 낼 줄 알았고, 그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마치 우리가 원래 이곳에 있던 사람들처럼 작은 정성과 편안함으로 우리를 맞이했다._176P
우리는 한시영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많고, 대견하고 용기 있는 딸로, 엄마로, 사람으로 기억하겠지만 한시영은 정작 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예감 한 상자에 미안해지고 마는, 어쩔 수 없는 딸이기도 했다.
엄마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도 얽혀있었다. 연결된 만큼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 바라는 것도 많았다. 우리는 서로의 사소한 행동과 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엄마의 별 뜻 없는 말에 아물지 않은 내 안의 상처들이 날뛰었고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_229
그러나 그렇지 않은 모녀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엄마가 나를 만들었고, 나도 엄마를 엄마로 만들었다. 너무 원초적인 관계 속에서 감정이, 말이 미처 정제되기도 전에, 우리는 서로미워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고 그렇게 서툴게 되어버리고 만다.
이 책은 ‘엄마를이해하게 되는’ 성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해할 수없는 마음과 선택 앞에서이해하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이야기다.
#죽이고싶은엄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