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파먹기
일을 관두면 실직자이면서 갈 곳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집에 머물러야 합니다. 시간을 지켜서 가야 할 곳도 없고 불러주는 사람도 없는 '도시 속에서 무쓸모 인간'이 됩니다.
그런 시간이 이어지면 그냥 집에 머물게 됩니다. 머물다 보면 카지노 쿠폰이 하교시간이 다가옵니다. 정말 금방 다가옵니다. 금방 다가오는 것 같지만 카지노 쿠폰은 꼼짝달싹 못하면서 앉아서 시키는 것을 하고 배워야 하고 친구들과의 복잡 미묘한 감정 속에서 견뎌내다가 오는 해방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잘 견뎌내고 돌아온 딸을 만난 날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보잘것없고 대단한 것 없지만 그것을 통해 카지노 쿠폰이 '와우'해준 것이 감사해서 잊고 싶지 않아서 적어보고 나누어봅니다.
둘째 딸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복귀했음을 알렸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과의 감정싸움으로 인해서 오늘은 밖에 놀러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것은 딱 하나 있습니다. 부족한 카지노 쿠폰는 다정하고 따스한 말과 행동으로 둘째 딸을 달래주기에는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간식 없어요?"
"없는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하고 둘째 딸이 자유롭도록 슬쩍 자리를 피합니다. 자괴감과 자책감에서 둘째 딸이 눈치 보지 않도록 배려하고 싶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늘 잔소리를 해대는 저의 모습을 넣어두고 싶어서입니다.
"카지노 쿠폰! 간식 사주면 안 돼요?"
"응.. 안돼... 지금 먹으면..."
"알겠어요.. 알았어요."
둘째 딸은 그런 대화 이후 방에 들어갔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누구도, 아무것도 달래줄 것이 없는 것을 확인했기에 그냥 방에 들어갑니다. 방에는 인형도 있고, 폭신한 침대도 있고, 가지고 들어간 휴대폰도 있고, 슬라임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둘째 딸을 방에 들어 보내고 나니 저는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돈을 벌고 있다면, 좋은 직장에서 잘 지내고 있다면 "나가자! 뭐라도 사줄게!"라고 호기를 부렸을 것입니다. 여차하면 카지노 쿠폰에게 호기를 부리는 걸 알기에 돈복을 안 주시는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에 잠깐 궁리를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디저트 만들어줄게!! 나올래?"
"뭔대요? 진짜 맛있는 건가요?"
"함 해보자!!"
아내가 두 딸들이 좋아하는 냉동 애플망고를 주문해 둔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릇에 주르르 부어놓고 먹도록 포크를 놓아주고 나니 너무 허전했습니다. 제가 광고 CM을 늘 부르면서 담백한 맛을 즐기는 불가리스 한 통을 꺼냈습니다. 그 위로 주르르 부었습니다. 둘째 딸은 아빠가 뭔가 또 만들어낸다는 생각에 자리 잡고 앉아서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조금은 디저트 같았습니다. 그러나 알록달록한 칼라느낌은 없어서인지 가게에서 파는 셔벗 같았습니다.
아쉬움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첵스가 생각났습니다. 봉지를 꺼내려고 손을 대자마자 둘째 딸은 물었습니다.
"여기다가 부을 거죠?"
"아니!"
그렇게 말하고는 손으로 집어서 톡톡 던졌습니다. 둘째 딸이 벌써 알아챈 것이 창피해서 손으로 집어서 던져서 올린 것입니다. 이럴 때면 카지노 쿠폰인 저의 마음은 진짜 아직도 쪼잔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조금 달라 보입니다.
노오랑 애플망고, 그 위에 순백의 하얀 불가리스, 중간중간에 자리 잡은 초코 첵스들을 보고 있으니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달짝지근한 디저트 느낌이 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냉장고를 또 열어볼까? 중얼거리면서 열었더니 둘째 딸은 아빠가 또 뭔가를 꺼내서 할 것 같은 생각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제 행동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둘째 딸을 위해서 주문해 준 민트라테가 생각났습니다. 살을 빼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껴서인지 저녁에 주문해 준 민트라테를 진짜로 각오하고 안 먹었습니다. 그대로 녹아버리면 버릴 것 같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습니다. 언제든 먹고 싶으면 살짝 녹여서 민트라테 셔벗처럼 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요. 그 민트라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꺼내자마자 둘째 딸은 카지노 쿠폰가 또 뭘 할지 알겠다는 눈빛으로 물었습니다.
"꽁꽁 얼어서 못 먹어요! 카지노 쿠폰!"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대답하고는 계량 숟가락을 꺼냈습니다. 마치 아이스크림 집에서 스쿱으로 퍼주듯이 민트라테를 한 숟가락씩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숟가락을 퍼내서 동 골동골 한 모양이 되도록 해서 첵스 사이사이에 놓아줬더니 은근히 재밌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담은 그릇도 꽃그림이 그려진 납작하고 오목한 그릇이다 보니 꽤 괜찮은 디저트가 완성되었습니다. 둘째 딸은 아빠가 조물조물거리고 냉장고를 열어서 두리번거리더니 음식 같은, 아빠는 디저트라고 말하는 것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 재밌었나 봅니다.
"먹어도 돼요?"
"그럼! 널 위해서 만들었는데. 먹어봐!"
먹자마자 둘째 딸은 맛있다면서 엄지 척을 했습니다.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디저트라고 말했지만 냉장고 안에서 둘째 딸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서 먹기 좋게 담아주고 스푼을 옆에 놓아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보잘것없이 느껴지지 않도록 적당한 아빠의 멘트와 약간의 액션이 마치 마술가가 굉장한 마술을 하는 것 같은 추임새와 같았습니다. 실상은 동전하나 감추었다가 미리 넣어둔 동전을 꺼내는 것 정도인데 말입니다. 계속 엄지 척하면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 둘째 딸을 보고 있다 보니 막내딸이 하교했습니다. 막내딸은 언니가 뭔가를 진짜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을 보자마자 물었습니다.
"언니! 그게 모야?"
"카지노 쿠폰가 만들어준 거! 진짜 맛있어! 너도 만들어 달라고 해!"
"카지노 쿠폰! 저도 만들어주세요!"
"응. 그럴게. 손 씻고 와!"
막내딸은 뛰어가서 손 씻고 왔습니다. 5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번개처럼 뛰어간 것이 아니라, 그만큼 집이 작다는 것입니다. 막내딸이 그러고는 얼른 언니 옆에 앉아서 멀뚱 거리기에 저도 더 분주하게 만들었습니다. 언니와 똑같이 만들었지만 시리얼 첵스를 너무 좋아하는 막내딸의 식성을 반영해서 듬뿍 뿌려줬습니다. 막내딸의 반응도 최고였습니다. "오우! 맛있겠다!"
두 딸들은 생각지 못한 아빠 디저트가 맛있다면서 다음에도 또 만들어달라면서 엄지 척했습니다. 친구들과 약속이 없다면서 침울해하던 둘째 딸은 친구의 호출을 받고 먹자마자 나가서 놀게 되었고요. 막내딸도 약속이 생겼다면서 먹자마자 아까보다 더 빨리 나갔습니다. 아직은 공부보다는 친구와 잘 노는 것을 칭찬하다 보니 아이들은 약속만 생기면 나갑니다. 물론 동네에서 노는 것이라서 신뢰는 덤이고요.
그렇게 하교 후 아이들에게 생각지 못한 아빠 디저트로 배를 채워줬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괜찮은 맛에 기분 좋아했고요. 저는 아이들에게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아이들에게 '간식 같은 간식'을 만들어주고 엄지 척 받았다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우리 요아정 가지 말자! 집에서 해 먹자!"
오늘도 카지노 쿠폰의 마음씨에 감동했습니다.
원래라면 집에 있는 아빠가 일하다가 연차로 쉬는 게 보통입니다. 그럴 때면 아빠가 지갑을 열고 삼성페이를 켜서 근사한 간식을 사주는 게 원래 그림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아빠의 현실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냉장고 파먹기 하듯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조합한 '아빠 디저트'에 엄지 척하면서 먹어줘서 감동했습니다.
오빠! 카지노 쿠폰한테 디저트 만들어달라고 해!
신나게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온 두 딸들은 저녁때 집에 돌아온 오빠에게 첫마디가 그 말이었습니다. 카지노 쿠폰에게 간식 만들어달라고 하라는 것입니다. 맛있다고 말입니다. 큰아들은 그 말에 우문에 현답 하듯이 말했습니다.
"친구들이랑 라면 먹고 와서 하나도 배 안고파요!"
그 말이 고맙기도 하고 남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딸들의 식성에 맞는 것이라서 큰아들의 입맛에는 안 맞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남자끼리 소소한 것에 꼼상꼼상거리는 것은 안 맞기도 하고요.
일상 속에서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가끔은 일할 때 최선을 다하다 보니 늘 인정을 받고 그 대가를 추가로 받는 것이 훈장 같아서 늘 즐겼습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다 보니 인정받기 위해서 혼자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과는 내지만 조직원들에게 늘 좋은 영향력을 주거나 동기부여가 되기보다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위치가 바뀌어서 협업하기 위해, 부족한 팀원을 독려해서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고민하는 시간에서 밀려나서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고 길거리 풀과 바람이 유일한 동료가 되어보니 깨달음이 깊어졌습니다.
작은 것들을 모아서 거창한 것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놀랄만한 것을 준 것이 아닌데도 늘 카지노 쿠폰라는 것이 마치 특별우대권가진자 같은 대우를 받으니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에서 '무쓸모 인간'이 되어도 가정에서는 여전히 '쓸모 인간'이라고 대우해 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하루였습니다.
냉장고 파먹기 디저트가 성공한 날이었습니다. 계획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서 있는 것들로 만든 것이 대성공해서 다행인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해 주면서 날린 엄지 척은 '무쓸모 인간'이 된 저에게 단비 같은, 선물 같은 추임새였기에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무렇지 않게 손에 쥔 것들이 사라지고 나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 모든 것들이 모두 소중하다고 느끼는 매일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