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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문희 Jun 16. 2021

무관심한 카지노 가입 쿠폰 사려 깊은 시선

꼬다리

※2021년 6월16일자 주간경향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택배는 감사한 존재다. 바쁜 취재일정에 야근과 출장이 더해지면 쇼핑할 여력이 좀체 나지 않는다. 야밤에 화장실 휴지나 치약이 떨어져 당황한 적도 여러 번이다. 택배가 없다면 어찌 살았을까. “고객님의 소중한 상품이 배송 예정입니다.” 메시지가 오면 나도 모르게 웃으며 타자 버튼을 누른다. “기사님 감사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화제가 된 글 ‘제발, 택배 받았다고 감사문자 답장하지 마세요’를 보고 당혹했다. 한 기사님이 고객의 감사문자에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일하기 힘들다”고 답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구역 지날 때마다 감사문자가 10통씩 온다는데, 확인하기도 어렵겠다 싶었다. 한 기사님은 어차피 임시번호를 쓰기 때문에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문자를 보냈는지 알기 어렵다고도 했다. 생각지 못한 이야기였다.


얼마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나이 지긋한 취재원과 횟집에서 술을 먹던 중 종업원이 횟감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그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내들었다. “서비스 달라는 거 아녜요. 카지노 가입 쿠폰인사입니다.” 하지만 종업원은 한사코 손을 내저었고, 취재원은 얼굴이 벌게져 자리에 앉았다. “아이참, 빡빡하네.” 몇분 후 화장실에 가려는 나를 복도에서 종업원이 붙잡았다. “얘기 좀 잘해주세요, 저희가 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어서….” 그제야 벽에 ‘저희는 서비스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에세이집 〈말의 정의〉에 지적 장애인 아들과의 일화를 적었다. 어느 날 산책 중 크게 넘어진 아들을 오에가 바닥에 앉아 껴안고 있는데, 한 노인이 ‘괜찮은 거냐’며 다가와 아들의 어깨를 건드렸다. 아들은 간질 증상 탓에 이따금 발작했고, 모르는 사람의 터치를 극도로 싫어했다. 하지만 노인은 이런 사정을 알 리 없었고, 뜻밖의 거절에 화를 내며 가버렸다.


때로는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카지노 가입 쿠폰(善意) 예문도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로 한 말인데, 네 마음이 상했다면 용서해 주기 바란다”이다. 뻔히 아는 말인데, 카지노 가입 쿠폰를 표할 때 자주 착각한다. 딱히 보상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합당한 반응 정도는 기대한다. 상대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토라질 때도 있다. 누구에게도 유쾌하지 않은 결말이다.


글의 끝머리에서 오에는 한 소녀를 언급한다. 노인이 떠난 자리에서 오에와 눈을 마주친 소녀는 그들 부자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보인 뒤, 그들을 그저 주의 깊게 지켜봤을 뿐이다. “저에게 전해진 메시지는, 내가 여기서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구급차나 가족에게 연락할 필요가 있으면 휴대전화로 협조하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반품 물건과 함께 음료수 한캔을 꺼내 놓았다. 이것은 실례가 아닐까. “감사합니다” 한마디가 이렇게 복잡해 어찌 살겠나 싶다가도 굳이 복잡하게 사는 인생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는 무관심한 카지노 가입 쿠폰보다는 사려 깊은 시선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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