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껏 평온한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무렵, 실은화가 많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아이에게 훈육이라는 것을 시작했지만 결국은 제가 뱉어낸 화와 아이의 울음들이 뒤섞여 엉망진창이 된 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엄마가 화를 밖으로 쏟아내며 아이를 공격할수록 아이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고집과 떼를 부리는 강도를 높여 갔습니다. 마치 엄마가 쏟아내는 화와 아이가 내는 떼가 정비례관계가 있는 듯 말입니다.
순했던 것 같은데.... 전과 다르게, 요즘 우는 소리가 자주 나네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던 아침이었습니다. 마침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시는 옆집 아저씨와 마주쳤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명의 아이를 낳고 키운 덕분에, 지금은 우리 집 아이와 동갑내기 손자를 두고 있는 분이셨습니다. 아저씨께서는 요즘 도도가 속상한 일이 많은지, 우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 키우기 힘들지 않냐고 물으셨습니다.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솜털 같은모습을 바라보며아이와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세상을 향해 손짓하는 아이의 모든 행동들이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다독이며 사랑하던 좋은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5살이 되고, 이제 좀 컸으니좋은 습관과 예의를 가르쳐 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시작한 훈육은 줄곧 화로 변질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릴 때면 이제 다 큰 것 같은 아이가말도 안 되는 것으로 저를 골탕 먹이고 저를 조종하려 한다는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은아이에게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 소리쳐! 그만!!!
이라고 엄한 목소리로 나타났습니다. 예전의 다정하고 고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화를 꾹 눌러 담은 엄마 목소리는 아이를 더 자극했고, 아이는 더 흥분해 울고 불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고, 아이는 서러워 울음을 터뜨리며 상황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옆집 아저씨가건넸던 말을 곱씹다 제가화내는 엄마가 되었다는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아이를 위한다고 시작한 훈육이었지만, 간판만 그럴듯했을 뿐정작 그 상자 안에는 전혀 어른답지 못한 밖으로 내보이기 너무나 부끄러운 화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모면해 보고자 육아서를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권의 책은 부모의 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합니다.
1.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5세-6 세편
아이들은 아직 힘든 상황을 견디고 참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인내하는 법부터 가르치려 들면 아이는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는 법을 몰라 정서적으로 바른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화를 참는 것이 부모에게는 스트레스 정도로 남겠지만, 아이는 욕구를 참느라 불안감이 생기기도 하고, 부모의 화내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공포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 5세~6세, p276, 신의진, 메이븐
즉, 저자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양육하게 되면서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고 그 상황을 이해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한번 더 참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불안정한 시기이며 그에 비해 부모는 정신적으로 안정된 존재이기 때문이며, 부모의 화는 아이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카지노 게임 추천.
2.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거구나!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거구나! ' 저자 마이클렌 다우클레프는 로시라는 딸을 키우는 엄마로 서구사회가 지향하는 육아법에 따라 아이를 키워 보았지만 오히려 이상하고 황량한 육아를 맛보게 됩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수렵 채집 문화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전통 육아법을 찾아 떠나고, 그곳에서 목격한 전통 육아법에 대한 사례들을 설명합니다.
로지의 변화를 지켜보며 나는 나 자신의 화 역시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내가 언성을 높여 로지를 꾸짖는 게 오히려 로지를 자극해 떼쓰고 난동 부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얼마나 끔찍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악순환의 사이클에 갇혀 있었다.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거구나!, p188, 마이클렌 다우클레프, 시프
이 책 Part3. 이누이트의 육아법, 감정지능 편에서는 "절대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훈육하기 위해 언성을 높여 아이를 꾸짖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자극해 떼쓰고 난동 부리게 만들며, 이와 같은 방법은 부모와 아이를 악순환의 사이클에 가둔다고 말합니다.
부모의 화가 아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더 이상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화내지 않는 엄마'라는 단어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어릴 적 저는 예민했고 불안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거기다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육아 난이도가 꽤 높은 아이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 했기에 부모님께 떼를 쓰는 일도 많았을 것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겉으로는 모범생이었지만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짜증을 쏟아내는 날도 많았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 짜증을 한껏 내고 학교에서 돌아와 부엌에 서있는 엄마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엄마, 아침에는 정말 미안했어요.
그렇게 어머니는 짜증과 투덜이 많았던 제게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것을 훔치는 일이 아니고서는 혼을 내거나 화를 낸 적이 없으셨습니다. 어느 정도 자란 중학교 시절, 저에게 화 한번 내지 않는 엄마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약이 올라 엄마가 화가 날 법도 할 텐데 도대체 왜 화를 한 번도 내지 않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기도 했습니다. 옆집에 10년 넘게 함께 사시던 아주머니는 어머니를 마주칠 때마다 "애들 셋을 키우면서 큰 소리 한번 안 나요. 참 신기해."라는 말을 지나가면서 몇 번이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제 어린 시절 속 어머니는화와전혀 동떨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와 관련해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12살 때 일입니다.
집집마다 김장을 시작하는 11월 초였습니다. 어머니는 다섯 식구가 한 해 동안 먹을 김장을 위해시장에서 배추를 무더기로 사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오전에 일하러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셔서 소금에 절여진 배추를 열심히 건지고 계셨습니다. 배추를 지금 건지지 않으면 일 년 내내 짠 김치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날은 어머니와 함께 공원에서 열리는 축제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저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기대에 부풀어 어머니께 달려갔습니다.
"엄마, 축제에 가요. 우리 약속했잖아요. 이제 갈 시간이에요. 빨리요. 차 타고 공원에 가야 해요. 이제 행사 시작해요. 어서요. 어서."
제 이야기를 듣고서야 한 달 전 약속이 생각난 어머니는 한마디 내뱉으셨습니다.
아참!
아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속상한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제가 양해를 구해줄까 싶었는지 어머니는 배추가 너무 절여져서 그러니 배추를 조금 건지고 가면 안 되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저의 단호한 표정을 보신 어머니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시는 듯하셨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소금물에 절여지고 있는 배추를 놔둔 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원으로 향하셨습니다. 이 일로 저희 가족은 다음 해에 조금 짠 김치를 일 년 동안 먹어야 했습니다.
당시 어머니의 이런 양육방식을 목격한 이들 중 누군가는 그렇게 애들을 키우다기는 버르장머리 없이 큰다고 어머니에게 진지하게 충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어릴 적 저는 미성숙했기에 어머니가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크게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엄마라는 권위와 가족의 먹거리를 내세우며 어린 저와 했던 약속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와 했던 약속을 지키려 했던 어머니의 행동 안에는 어린 저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한껏 들어 있어 있었습니다.
이제 70이 되신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애들 셋을 키우면서 화가 많이 났을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맞아, 맞아. 왜 화가 안 나겠어. 그때 엄마도 한 성격 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고 뚜껑이 '빵'하고 열릴 것 같았지. 근데 너희들은 아이니까. 애들을 원래 그런 거야. 화를 내봤자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화를 내면, 그건 지는 거야...
어제 오후 아이가 하원할 시간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신을 장화와 우비를 챙겨 하원길에 나섰습니다. 아이는 한껏 무장을 하고 비로 가득 찬 웅덩이를 신나게 첨벙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평소 웅덩이에 들어가면 뭐라고 이야기하던 저를 살짝 보더니 조금 깊은 웅덩이에서 첨벙거려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럼. 네가 하고 싶으면."
제 대답에 깊은 웅덩이에서 신이 나서 첨벙거렸고, 아이가 입은 바지가 금방 반쯤 젖어버렸습니다. 마냥 신이 난 아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시간 속에서 자라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너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내 마음에서 쏟아내는 화가 아니라 따뜻한 존중과 관용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물론 그 시간 안에서 부모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어른으로서 많은 노력과 인내를 가지고 또 가져야 할 것입니다.우리는 어른이니까요.
시원한 봄비에 뜨거운 화가 식어 내리고, 따뜻해진 마음이 아이에게 닿기를 바라는 그런 날들이 저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부록: 화내지 않는 엄마가 되는 방법
* 아이에게 화가 나기 시작하면 아무 말하지 말고 화가 지나가기를 기다려라. 어떤 말이든 했다간 당신이 화났다는 걸 아이가 느낄 수밖에 없으니 입을 닫고 있는 게 최선이다.
*화가 생각대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아이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거나 아이와 거리를 두어라. 그리고 평정을 되찾거든 돌아가라.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라. 어린아이가 말썽을 피우고 문제를 일으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라.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당신을 화나게 하거나 멋대로 조종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적절한 행동을 배우지 못한 비이성적 존재여서 그럴 뿐이다. 따라서 이들을 가르치는 게 당신의 몫이다.
* 아이와 절대 싸우지(심지어 협상하지) 마라. 아이와 싸우는 건 아이에게 그런 당신을 본보기 삼아 싸움을 연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다툼이 시작될 때는 즉각 입을 닫고 자리를 피하라.
*아이에게 더 이상 뭔가를 강요하지 마라. 강요하면 갈등이 생기고 소통이 어려워지며(부모와 자녀 모두) 화가 난다. 다음 장에서 소개할 도구들을 이용해 적절한 행동을 강요하는 대신 독려해 주어라.
<출처: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거구나!, p205, 마이클렌 다우클레프, 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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