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Mar 15. 2025

나를 이해카지노 가입 쿠폰 게 가장 어렵다

에밀 아자르 『가면의 생』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손해지 싶은 게 하나 있다.

바로 '나란 무엇인가'카지노 가입 쿠폰 질문에 답카지노 가입 쿠폰 거다.


질문의 계기나 깊이를 떠나 누구든 살다 보면 '나는 누구일까' 혹은 '나란 어떤 존재일까'카지노 가입 쿠폰 물음을 한 번쯤 던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 수많은 철학자와 문학가들이 닿았고 답하고자 했던 질문이 우리에게도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질문을 반가워하고, 누군가는 굳이 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에 고개를 돌리고, 드물게 답하고 고치고 고민하기를 거듭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도 생겨난다. 혼자 풀 수 없는 문제는 참고서에 도움을 받듯 철학이나 문학을 찾아 읽기도 한다. 주변의 어른이나 어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질문을 잊거나, '나는 어떤 사람이구나'카지노 가입 쿠폰 짐작에 닿는 것이다.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불공평하다고 해야 할까, 기이하다고 해야 할까.

'나란 무엇인가'카지노 가입 쿠폰 질문에 매달린 사람이거나 모른 척 한 사람이나 비슷한 결론에 머무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 옛 어른들이 '개똥철학'이라며 웃던 말들을 실제 철학자들의 책에서 만나는 순간과 비슷한 기분.


에밀 아자르 소설,『가면의 생』을 읽다 보면 비슷한 기분이 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이걸 읽어서 내게 무슨?"

문학 읽기가 대개 그렇지 싶다. 직접 도움 되거나 세상에 알릴 의미가 있다기보다 무언가 만날지도 모른다는, 어떤 의미가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붙들고 책의 줄거리라는 정상을 오르는 것이다.


다행이랄까?

『가면의 생』은 읽기 시작하고 오래지 않아 최소한 이 이야기의 결말까지 기다려볼 힘을 주는 문장을 만났다.

민족 간, 개인 간의 싸움이 서로 카지노 가입 쿠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주장은 틀렸다. 그들은 서로 카지노 가입 쿠폰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가면의 생』_32페이지

지금까지 많은 갈등 순간, 다툼의 고비를 넘을 수 있게 도와준 생각은 이런 갈등, 다툼을 현명하게 넘어가면 서로 조금 더 카지노 가입 쿠폰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 정반대의 문장을 적어둔 것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속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 미움이 향하는 건 자기 내면의 미운 부분이라는 문장처럼. 이미 우리는 서로 너무 잘 카지노 가입 쿠폰하고 있어서 늘 싸우는 것이라고 말이다. 한 편으로는 부정하고 싶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떤 카지노 가입 쿠폰인지 궁금해서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 우습게도 처음 읽은 기억이나 감상을 거의 다 잊어버렸다는 걸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알아차리면서, '전에 읽었나?', '어디까지 읽었지?' 카지노 가입 쿠폰 질문을 거듭 던지며, 꽂아둔 책갈피가 이미 읽은 자리에 꽂혀있었음을 몇 번이나 깨달으며 3개월이나 100일은 걸려서 읽었다. 이걸 두 번째 읽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것도 우습고, 그렇다고 여러 번 읽은 것도 아니라 더 웃기고, 이게 나라는 걸 알게 카지노 가입 쿠폰 책이라는 걸 이미 충분히 증명카지노 가입 쿠폰 거였다.


에밀 아자르는 『가면의 생』에서 마치 자서전에 쓰듯 온갖 회상과 가능성과 후회와 계획들을 늘어놓는다. 자기 존재를 여러 세상의 존재들과 혼동하거나 일체화하는 일도 흔하고 거기서 느끼는 괴로움이나 고통 역시 진짜 같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있는 게 없다. 마치 정신없이 휩쓸린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온 저녁의 내 마음처럼.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전개를 더듬더듬 따라가는 힘겨운 손길이 오히려 휴식 같았다. 이 모든 이야기, 문장들이 작가에게만 의미 있는, 내게는 아무래도 좋은, 심지어 다 읽지 않고 당장 읽기를 그만두고 덮어버려도 아무렇지 않다는 게 좋았다. 어차피 가짜니까, 진짜는 여기 있으니까.


『가면의 생』의 원제 『Pseudo』는 '허위', '가짜', '사칭자'라는 뜻이다. '가면의 생'은 의역인데 삶을 살아가는 주체,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가정하고 '자, 그럼 가면을 쓴 건 누구지? 누가 가짜지?'하고 묻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짜가 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이야기를 읽는데 진지할 필요가 어딨 는가. 중요한 건 이 책, 이 이야기의 줄거리나 인물의 감정이나 사실 관계가 아닌 그 문장들이 건드리는 내 마음, 내 의식, 생각이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이 의미하는 가짜가 누구인지, 누구의 가면의 생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걸 모른 척,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에둘러 가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 사실이 여기에 전적으로 반영됐을까? 알고 있다고 믿고 싶고, 그럴 거라고 확신하고, 주변에서도 그렇다고 동조하므로 '그것이 진실이다'라고 결론 내림으로써 편안해지려는 게 아닐까.


여기까지 적었어도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무슨 말인지 카지노 가입 쿠폰가 가지 않는다. 다만 소설의 원제나 이 책의 제목처럼 때때로 나의 어떤 모습들이 가짜고 진짜는 따로 있지만 아직 말할 수 없는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는 사실이 조금 덜 이상하다. 오래전 나는 온전한 하나여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결같고 싶어서 나답지 않은 순간과 마주칠 때가 많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므로, 그게 나이므로, 나라면 그렇게 해야 하므로, 스스로 쌓아온 것을 내 손으로 무너뜨릴 수는 없으므로 참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했을까? 그러는 길 밖에 없었을까? 조금은 멋대로, 제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늘어놓았어도 좋았던 게 아닐까.


이 글을 나가면 다시 보통의 내 얼굴, 내 모습을 한 가면으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언젠가는 두려움 없이 그 모든 게 나라고, 나는 그렇다고, 늘 그래왔다고 말할 수 있기를 꿈꾼다. 다만, 아직은 꿈일 뿐.

카지노 가입 쿠폰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