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리콴유 총리 이야기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 총리는, 미국 사회와 유럽 사회에 대해 각각 이렇게 평한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전세계 청년들에게 매우 개방적인 사회다.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기여를 하면 그만큼의 보상을 얻는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자 하는 전세계의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미국으로 몰려든다. 반면 유럽은 복지에 특화된 사회다. 복지가 특화 됐다는 말은 개인의 능력으로 인해 번 돈의 많은 부분을 국가가 세금으로 뜯어간다는뜻이다. 따라서 유럽 사회에선 자신의 능력으로 뛰어난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미국에 비해 얻는 보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미국 사회에 비해 덜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점이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유럽 사회가 미국 사회에 대해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나는 리콴유의 책을 읽던 중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리콴유가 명확하게 짚어낸 현대 유럽 사회의 맹점이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이 처한 위기 상황의 근본적 원인과 너무나도 닮아 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공무원 조직은 아무리 큰 성과를 내더라도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는 것을 금기시 하는 문화가 있다. 그리고 성과 여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이름뿐인 성과급과 승진 순위를 매기면서도, 마치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부도덕'한 것처럼 묘사한다.
가령 코로나19로 인해 월 초과근무 100시간을 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국가에서 공무원들의 '희생'에 대한 공치사는 해줄지언정, 그들이 손해보는 시간과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를 이유로 아예 그들의 요구를 묵살하거나 최소한의 요구 조건만 들어주는 식이다.
'고통분담'이라는 미명 아래, 열심히 일한 자가 받아야할 보상이 요령 피우고 남탓만 하는 애먼 사람들에게 분배되어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 조직 안에 있는 '인재'들이 이 카지노 게임을 위해 온힘을 다해 일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리콴유 총리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복지에 대해서도 이렇게 평한다.
국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복지의 정도가 역동적으로 일하려는 사람의 근로 의욕을 꺾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로부터 받는 복지에 감사한 마음조차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그 누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겠는가?
현재 공무원 조직의 가장 치명적문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말이다. 아무리 개판을 쳐도, 아무리 땡깡을 부려도 그 어떠한 손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 그 어떤 이가 자신이 카지노 게임 도움은커녕 해가 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것이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것이란 걸 자각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정말 정도가 심한 어떤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히 일하는 '정상적인'공무원들을 보며 "호호 나처럼 요령껏 해야지. 미련하게 하란다고 다 하고 있냐. 바보같은 것들." 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매우 현명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이러한 비극은 누구의 탓인가. 조직의 맹점을 이용해 뻔뻔하게 누리기만 하는 사람들 탓인가. 아니면 카지노 게임 희생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히려 카지노 게임 해가 되는 사람들한테는 껌뻑 죽는 조직 자체의 탓인가.
리콴유 총리는 결국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보기에 '매력적인'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든 사회든 모두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 시점에서 공무원이라는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덜 매력적인'조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 조직을 탈출한 게 오히려 자랑으로 여겨지고 있는 요즘, 공무원은 다시 예전처럼 똑똑하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모이고 싶은 매력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리콴유 총리의 통찰력과 혜안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