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학수고대했던 날이 왔다.
행복이(예비 초6)는 오늘을 위해 공부, 학원 숙제를 포함한 학습은 물론이거니와 수시로 까먹어 나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책상 정리와 가방 제자리에 걸어두기도 완수해오고 있다. 거기에 컨디션 관리를 위해 그토록 귀찮아하던 목도리도 매일 하고 나갔다. 무려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말이다. 그 모습을 보니 행복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했는지가 다시 한번 와닿았다.
실은, 살짝 치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때다 싶어 오늘 모임을 빌미로 카지노 게임에게 방학 동안 추가적으로 해야 할 공부에 관해 몇 가지 제안을 했었더랬다.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에 은근슬쩍 생활 습관에 대한 항목도 추가하였다.오늘 모임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는지행복이는 나와 이야기한 부분들을닦달하거나재차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해내고 있었다.기특하고 대견한 카지노 게임에게 고마워 나도 더 잘하게 되니 매일 붙어있는 방학이지만요즘우리둘 사이는 꽤 평화롭다. 결과적으로 카지노 게임에게도 나에게도 훌륭한 전략이었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그런 전술이었다.
11:00 A.M. 설레는 발걸음으로 모임에 카지노 게임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아이가 이토록 오매불망 기다리던 만남은 작년 같은 반이었던 5학년 친구들과의 반모임이었다. 지난 일요일, 1차뷔페로 시작하여 2차만화카페, 3차 청소년센터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에는 반모임이나 학부모 모임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단체 모임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다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때에는 엄마도 아이만큼 긴장과 설렘을 갖고,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사유를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학교 행사나 모임에 참여한다. 그러다 학년이 올라가고, 고학년이 될수록 다 같이 모이는 반모임과 학부모들 간의 교류는 현저히 줄어든다. 부모들과의 교류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편인 나조차도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러다 이미 종업식까지 마친 시점에, 작년 5학년 친구들과 부모님들까지 함께 하는 대규모 모임을 주선하게 되었다. 할까 말까 5초 정도 망설이다 하기로 결정하고 말을 꺼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호응했고, 모임 주선에 대한 감사를 표했으며 과반수 이상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아쉽게도 일정이 겹치거나 당일 날 컨디션이 안 좋아 빠진 친구들을 제외하고 참여율은 42%에 육박했다.
학부모 총회와 참관 수업이 있던 작년 3월의 어느 수요일, 5학년 첫째의 담임 선생님과의 단체 면담이 끝나고 학급 대표를 뽑는 순서가 왔다. 지원하시는 분이 없어 숨 막히는 정적만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학부모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기에 학급 대표까지 겸임할 생각은 없었는데몇 분이 권유를 하셨다. 잠시 망설이다 고학년이라 크게 부담은 없을 것 같아 첫째 반의 대표도 맡게 되었다. 요즘은 반대표는 물론 학급 단체 채팅방도 없는 학교가 많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오히려 지양하는 학교도 많은데 우리 학교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전체 학급의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였고 반대표를 할 지원자가 없는 경우 사다리를 타서 반대표를 뽑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선택은 없다. 단체 채팅방의 장단점이 있지만 최대한 많은 학부모들에게 공지 사항을 제대로 전달하고 안건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5학년 학급 대표가 된 나도, 학교 공지사항이나 학부모 강연 안내 위주로 소통을 하였고 부모들 반 모임을 따로 주선하지는 않고 일 년을 보냈다. 그러다 막판에 반 모임을 주선하게 된 계기는 5학년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다.
감사하게도, 첫째는 유치원 때부터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유치원과 학교를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특히 일곱 살과 2학년 때 만난 담임 선생님을 좋아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표현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학기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선생님들과 연락을 했고 크리스마스 카드나 편지로 마음을 전했다.
그런 첫째가 열두 살 인생에서 최고의 선생님을 만났다고 했다. 그건 바로 5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다. 학기 중에도 가끔씩 담임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나 애정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좋아하는지는 몰랐다. 5학년 담임 선생님은 주기적으로 당시의 반 분위기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장문의 글로 작성하여 보내 주셨는데 그 글에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흥미로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셨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훈육하셨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시켜 주셨으며, 수포자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5학년이 수학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모로 노력을 하셨다.가장 감사했던 건,투표나 미션지를 통해 방과 후에 일정이 가능한 아이들과 야외 활동을 주선하여 아이들에게 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과 학교 생활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셨다. 선생님과의 소풍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는 열과 성을 다해 자기 할 일을 했다.
이런 담임 선생님 덕분에 행복이네 반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고학년이 되면 무리를 지어 다니며 고의로 혹은 본의 아니게 소외되는 친구들이 생기기도 하는데,여자 아이들도 남자 아이들도 대부분 같이 어울려 지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아이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기에 많은 아이들이 5카지노 게임 반과 담임 선생님이가장 좋았다고 말했단다. 그래서 우리 반 부모님들도 감사한 한 해였다고. 반 모임이 있으면 꼭 카지노 게임하고 싶었다고.
지르는 건 아무리 해도 좋은 일.
움츠리고 망설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예전에 나였다면, 이것저것 재고 고민하다 정작 실행하기도 전에 제 풀에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과하게 애쓰다가 엉뚱한 데 엉뚱한 때에 짜증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될 때는, 남한테 피해가 가는 게 아니라면 그게 뭐든 해 봐야 알게 된다는 걸.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작은 시도들이 쌓여 성취들을 만들고 삶이 단단해진다. 그러니 미리 걱정하고 움츠리고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해 보자.
그러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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