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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고트 Apr 03. 2025

섬에서의 카지노 게임 추천 너무 빨리 흘러가요

봄꽃은 늦게 피었지만

제주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봄이다. 열심히 하루를 기록하겠다는 다짐도 작심삼월, 그걸 긴 글로 풀어쓴 것도 공교롭게 세 편뿐이다. 내게 노션은 글을 쓰기에 최적의 툴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회사 일에 한글 프로그램도 수백 시간씩 들여다보았지만 남은 것은 다른 이가 쓴 책의 백 장에도 못 미친다는 걸 또 알았다. 마침내 찾아온 봄은 반가워서 꽃 사진을 찍었다. 아뿔싸, 필름카메라다. 봄 사진을 여름에나 보겠군. 다행히 봄이 오는 동안 내가 쓰는 노트북에 관심을 보이는 고양이 몇 마리를 핸드폰으로 포착했다. 아내는 내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모른다. 고양이가 많아서 제주가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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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면에서는 별 사건 없이 흘러갔다. 아, 변화가 있었다. 이사를 했다. 이사한 집은 지난 집보다 대체로 만족스럽다. 기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 사용자가 되며 “가스가스가스”보다 매서운 가스값을 맛보고 있다는 점만 아쉽다. 아, 죠니, 프레니, 트와와 큐트와도. 이사 자체는 힘들었다. 섬 안에서 섬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했는데 육지에서 내려올 때보다 더 고됐다. 이걸 매년 했다간 분명 수명이 줄어들 거다. 실제로 이사 기간 전후로 카지노 게임 추천 휘뚜루마뚜루 지나갔다. 뭔가 집중할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이제는 슬픈 축복이다. 성취감과 상실감의 무게 추가 균형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한 계절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Time flies! 시간도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면, 바람 잦은 이 섬이야 말로 시간의 블랙홀이지. 첫 문단을 쓸 때는 낮이었는데, 두 번째 문단을 마치는 지금은 한밤중인 것처럼.



봄이라 해도 여적 쌀쌀하다. 지난 주말에 열렸던 유채꽃 축제는 마을 사람 반, 여행 온 사람 반 정도 모였는데, 늦겨울 바람 같은 게 불어와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유채꽃 도로까지 걸어가는 대신 꽃잎만큼 노란 회오리감자튀김을 먹었다.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이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임시 주차장에 굴러다니는 말똥 냄새까지 모두 실어가는 마파람에 외투 지퍼를 올리며 이래서야 진짜 축제는 다음 주는 되어야 할 거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달력에 형광펜을 칠하고 이름을 붙여주지 않아도 꽃은 핀다. 어느덧 보이기 시작한 벚꽃도 아직 바람에 질 기세가 없다. 작년보다 사흘 늦게 피었다고, 그만큼 오래 웅크렸다고 심지를 단단히 다졌나 보다. 지난해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돌아오는 주말 즈음에는 분홍색 터널도 달려볼 수 있겠다. 그러면 제주에서 맞이하는 진짜두 번째 봄이라고 나는 노션이 아닌 어딘가에 기록해 둘 것이다. 사진은 또 필름카메라로 찍겠지. 봄 사진을 여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섬에서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니까 거꾸로 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집에 자주 찾아오던, 이름까지 붙여준 고양이들이 잘 있는지도 그 필름 롤 안에 소식이 들어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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