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숙진 Feb 07. 2025

새벽 2시에 운전하다 카지노 쿠폰과 마주하다

"담 꼴모에서... 우에저... 아 그니까 그때 마랴... 우하하..."


분명,아까 그 골목에서 우회전했어야 하는데, 이런...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던 A가 옆사람의 말에 응수하느라내게 설명할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완전 낯선동네는 아니다. 또, 곳곳이 장방형으로 뻗은 도로라 어느 골목에서든직진만 하면 목적지 근처까지는 갈 수 있다. 적어도, 내희미한 기억으로는 그러했다.



"여기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나요?"


이번에는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A를 향해 또한 그에게 수시로 말을 걸며 나의 길 찾기에혼선을 주는 주변 사람까지들으라고 크게 외쳤다.


그럼에도 길잡이의 말은중도에 끊기고 만다.


흠...


아무리 익숙한 동네라 하더라도 A가 사는골목 입구로 이르는 길은늘 헷갈린다. 내비도 없던 시절이니 이 즈음 확답을 얻어야 하건만, 야속하게도 A는 집에 가는 일보다 일행과의 대화에 더 몰두하고 있었다.


지인을 초대해음식과 술을 대접한후 다시 이들의 집까지데려다주는 길이었다. 이미 대중교통이 끊어진 시간인 데다 다들사는 동네가 가까워 함께어울려 놀다가내가 태워주는일이 종종 있었다.


대부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했어도 혼자 영국에서 지내는 이들이었다. 유일하게 커플로 살고 있던우리 부부도 아직 애가없어서주말이나 공휴일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어울리는 일을 한동안즐기던 시절이다.


남편은 '우리가 차로 태워줄게'라고 했겠지만, 엄밀히, 손님을 차로 데려다주는 건 나 혼자만의몫이다. 모임 멤버 중 유일하게 술을 하지 않기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며 여자들의 수다를 꼬집는 말이있는데, 이날 차에 모인남자들을 보니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도 될듯했다.



"걍, 세 명 이상 모이면 접시든 뭐든 깨진다."


방금 전까지 우리 집에서 실컷 떠들어놓고 뭐가 그리 할 말이 남았는지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어가느라내 질문에 제때대답을 못하고 만다.



문제는, 우리가 영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친구 3명과 남편까지 태우고 도로를 나서는데이미 자정을 넘긴 지 오래다. 차량의 흐름이 늘 끊이지 않던 도로로 기억하는데, 새벽 2시를 넘기자아예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장을 보러 가다가 친구 집에 가다가 간혹 지나던 곳이 건만, 차량도 행인도 보이지 않고 상점 출입문마저 굳게 닫힌낯선풍경에음산함이 감돌았다.


이날의 묘한 분위기는 오로지 나 혼자만 느끼고 있었다.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다들 자기들만의 세상에 빠져차창 바깥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잠시 후, 그토록 한적해진 도로에서 차 한 대가 천천히 우리를 따르고 있었다.


백미러로 확인하지 않아도 카지노 쿠폰차임을 알 수 있었다. 형광색차체가멀리서도 눈에 띄는 데다 경광등 불빛까지 번득이고 있으니.


우리더러차를 세우라 신호하는것 같아 비상등을 켠 상태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이다 주택가 도로변에멈춰 섰다.카지노 쿠폰차도 우리 뒤에 멈추더니 곧 문이 열리며 제복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무슨 이유에서든 한밤중에카지노 쿠폰의 추적을 받고긴장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카지노 쿠폰에게 추궁당할 일은 저지르지 않았다 자신했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 무언가 과오를 발견하고 쫓아왔을 수도 있다.


천천히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나는 뭐가 문제일까고민하면서도 애써 태연한척행동했다.



"굿 이브닝, 써"


새벽 2시에 굿 이브닝이라 인사하긴 뭣한데...그렇다고굿 모닝이라 할 수도,굿 나잇이라 수도 없어서 이렇게 튀어나왔다.


무언가 질책할듯 근엄한 표정으로 다가오던 카지노 쿠폰의 얼굴이나를 보더니 갑자기 온화해졌다. 건장한 남자들만 타고 있다 여긴 차에서 상대적으로 홀쭉한 여자가 내려서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 모두 할리우드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시아계 조폭의 인상을 풍겼다.한국인에게 익숙한 조폭이 아니라, 한중일 아시아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서양인이 영화로만 접하는 조폭 말이다.


아시아계 조폭처럼 생긴남성 여럿이 차를 타고 이른 새벽 주택가를 천천히 배회하는 모습이 수상했으리라.



"지금 이 시간에 다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카지노 쿠폰의 질문을 듣는 순간 우리가 뭘 잘못한 건 아니구나 싶어, 안심부터 했다.


친구들과파티를 하고 다들 술에 취했기에 데려다주는 길이라 했더니카지노 쿠폰의 표정이 밝아졌다. 표정만 밝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했다'라고 칭찬까지 해줬다. 이런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다 마주친카지노 쿠폰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내 태도에서 약물이나 음주 운전을 의심할 만한 여지도 없다.



"운전면허는 있나요?"


카지노 쿠폰이 또 이렇게 질문했다.


이미 나의 태도에서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운전면허는 다른 문제다.운전 실력과 상관없이 외국인의 운전은해당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따라야 하기에.


당시, 해외에서 취득한운전면허를영국 면허로 교환 가능한 국가로 한국이 지정된 지 얼마 안 되는 때였다.


영국 면허로교환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혹은알면서도절차가번거롭다 여겨교환하지 않는 한인도 있었다. 국제면허증마저없는 상태로 말이다.


엄연히 불법이다.



"나 같은 사람은운전 실력이 뛰어나서 적발될 일이 없지요."


면허도없이 차를 몰고 다니는 B를 만류했더니 그가이렇게대꾸했다.


초보 시절 도로를 배회하다 카지노 쿠폰의 검문을 받았던 내 경험을 비꼬말이다. 검문만 받았을 뿐 운전면허를 보여주자 카지노 쿠폰은 아무것도문제 삼지않았던 일이다.


결국,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B도 운전 도중 카지노 쿠폰의 검문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운전 미숙으로 차선을 잘못 탔던 나와는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한 사실을 그가아는지.


B가 어떤 이유로 검문을 받았는지 그 후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무면허 운전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영국에서 외국인이 카지노 쿠폰의 검문검색을 당할 가능성이 내국인에 비해 3배나 높다는 통계가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 할 수도 있지만,B의 사례처럼 불법을 저지르는 외국인도분명 있다.



새벽 2시에 카지노 쿠폰을 만난 날로 돌아가자.


나는 이미 영국 운전면허로 교환한 상태임에도 '운전면허가 있냐'는 카지노 쿠폰의 질문에순간적으로 쫄아버렸다.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집에 놔두고 왔어요."


다행히 카지노 쿠폰이 내 말을 믿어 주는 눈치다.


이런 내 답변을 문제 삼을 경우, 근처 카지노 쿠폰서로 출두해 운전면허를 제출하라고 나올 수도 있지만, 이 카지노 쿠폰은 그런 요구까지는 하지 않았다. 조심히 운전하라는 인사만 남기고 돌아갔다.


일은 간단히 정리된 것 같지만, 카지노 쿠폰 문답하는그 잠깐 동안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



"제 아내가... \X_)(&ㄹ(*&_^%ㅓ#T_


내가 차에서 내려 카지노 쿠폰을 맞이하려는 찰나, 뒷좌석에있던 남편이 급하게 뛰쳐나오더니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모를 말로 외쳐댔다.


겁이 많은 아내가 한밤중에 카지노 쿠폰과 대치하는 상황이 걱정되어서라고 이 남자가나중에 해명했다.


아시아계 배우를범죄 집단의 우두머리로 묘사하는 영화에 익숙한 서양인이 우리 일행을 조폭으로 오해했다면, 또 다른 오해도 가능하다.


같은 영화에서서양 카지노 쿠폰이 총질을 해대고폭력을 휘두르는장면이 한국인에게 익숙하지않은가. 남편도 아마 이런 이유로카지노 쿠폰과 맞서는 아내를 걱정한건지도 모른다.


영국의 총기소지법이 미국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술에 취해서 저러는 거니 이해해 주세요."


당시만 해도 우리 대화를 방해하는 남편의 돌발 행동에 한숨이 났지만,불콰해진 얼굴로 횡설수설하는 모습은조폭이미지를 지우기에 제격이었다.


차에서 잠자코 있던다른 동지들까지 나서서 추가로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카지노 쿠폰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다시 운전석에 앉은 다음에야, 카지노 쿠폰과의 만남에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실감이 났다.



"남자들... 쫌... 길이나 똑바로 알려달라고요."


커버 이미지: Photo by Kyle Bushnell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