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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리 Apr 12. 2025

카지노 게임 선녀도 다시 날 수 있을까.

'나중에'라는 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 어귀를 맴돌기 시작한 것이.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부터였던 건 분명하다.


생계를 위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늘 ‘언젠가’라는 다짐이 자리하고 있었다. 언젠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 그때는 여유롭게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쓰겠다고. 그렇게 꾹꾹 다짐만 눌러 담았다.


하지만 내 인생은 쉼표 없이 그저 흘러만 갔다.사람을 만나 덜컥 결혼을 했고, 결혼과 동시에 논스톱으로 출산과 육아라는 코스가 쉼 없이 밀려들었다. 남들처럼 집도 사야 한다기에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으그렇게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어느 정도 돈을 모으면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돈이 어느 정도 쌓일 때쯤이면 어김없이 돈이 빠져나갈 일이 생겼다. 그렇게 나의 꿈은 자꾸 후순위로 밀려났고. 글을 쓰겠다던 나의 포부 역시도 현실이라는 이름의 파도에 계속 휩쓸리기만 했다.


대한민국에서 남들처럼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돈을 써야 할 일들이 더 빠르게 늘어나곤 했다.






그래도 다행히 일터에서 약간의 글을 쓰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틀에 박힌 공문서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기관장의 인사말, 각종 행사를 위한 원고와 시나리오, 의원 해외 연수 보고서까지. 참 많이도 써댔다.


당시에 챗GPT라도 있었더라면 그런 글쓰기도 훨씬 수월했을 텐데. 그땐 그저 무식하게 백지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던 시절.


하지만 그런 글쓰기로는 내 안의 간절함과 갈증을 잠재울 수 없었다. 블로그에, 개인 홈페이지에, SNS에 글을 올리며 그 갈증을 달래보려 했지만, 늘 조각난 이야기들만 남았다. 나만의 목소리로 써 내려가는, 하나의 흐름을 가진 서사는 끝내 시작할 수 없었다.


그 시절의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다고 착각했고, 돈은 벌 수 있는 만큼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나의 간절한 열망을 항상 뒤로 미루곤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나중에'라는 말은 절대 오지 않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가 된 지금, 문득 내 삶을 돌아보니 내 인생의 시계는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머뭇거릴 때마다 소중한 시간이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든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나면, 그땐 과연 글을 쓸 수 카지노 게임? '그때'란 것이 정말 오기는 할까?


카지노 게임의 중간 지점에 와서야 결심했다. 이제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완벽한 시기와 조건이란 것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니.


감춰뒀던 내 날개옷은 사실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다시 나를 믿고 꺼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내 안의 이야기가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 아마 그때가 내가 진짜 나로 날아오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나는 용기를 내 이렇게 키보드를 타닥이고 있나 보다. 손끝에서 타닥이는 키보드 소리가, 잃어버렸던 나를 향한 작은 날갯짓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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